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지난 세월이 허허로울텐데

이쁜준서 2022. 4. 29. 06:24

2022년 4월 20일 경주에서

 

둘째네가 와서 아이와 함께 갔다.

아이는 할미가 식탁에 앉아서 우리는 가족이다 했더니,

생각하는 눈빛이더니 가족을 알아요.

팔을 돌리면서 우리는 가족이예요라고.

 

2년전 저그들 집에 3월초순에 가서 만나고 처음 만나는데도

밤에 도착해서 알겠느냐고 했더니

내가 저 방에서 잠도 잤는데요라고.

그러면서 할아버지가 나하고 놀아주어서

할아버지가 더 좋다고( 2년전 우리가 갔을 때)

 

2박3일을 있으면서도 삐지지도, 울지도 않고 생글거리기만 했다.

경주에서 많이 걸었는데도 다리 아프다고

안아 달라는 말도 하지 않고  걸어 다니니

나중에는 아빠가 안고 걸었다.

할미는 이젠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자신이 없어서

준서는 그렇게 업고 다녔는데도 

한번 업어 주지도 못했다.

그게 세월이었다.

 

 

 

몇일 전에는 큰 시누이와 전화 통화를 했다.

나보다 세살 아래이지만 그이와 나는 할머니!

폰을 잘 못 만져서 의도치 않은 일이 생기는데,

1년도 더 되었는데 내가 전화를 하면 받을 수 없다는 멘트만 나오고,

이야기를 듣고는  딸래미 오면 한번 보라고 해야 겠다 했지만 여전하고,

아주 가끔 가다가 전화통화 목록을 보고는 시누이가 전화를 해 온다.

두달 전 어깨 수술을 했는데,

봄이면 가죽나무에서 가죽을 따 제법한 돈을 사는데,

그 어깨로는 못할텐데, 무리를 하나 싶었지.

나무는 2층 높이로 자라 올랐고, 올 해는 겨울 가뭄으로  가죽순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고,

객지에서 주말이라 집에 온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가죽나무 좀 잘라 달라 했는데,

아들은 그 담주에 오면서 전기톱을 빌려 와서는 그 큰 키 나무를 다 잘라서 눕혔고,

또 토막을 내 농장 울타리 쪽으로 가져다 놓더라고,

나머지는 다음 주에 와서 한다고 아버지 하다 다치신다고 하시지 말라 하라는 말도,

 

살다가 개량살구 아이들 잘 먹어서 다섯그루 심었던 것도 이제 키가 커서

열매 추려내는 것도 어려워서 내 손 닿은 곳까지 잘라 달라 했고,

올 해는 매실이 겨울가뭄 속에도 참 많이 달려 있어도 수술한 어깨가 쓰면 않되어서

매실나무도 키를 낮추라 했었다고,

 

뒷밭으로 마늘 심은 곳으로 갔더니 뿌리 뽀얀 마늘을 3접정도 뽑아서 세 무더기로 예쁘게

놓아져 있더라고.

작년에 이상해서 병원 몇군데 다녀 혈관성치매라 해서 한달 약 처방 받은 것 다 자시기 전에

낫더라고 그래도 약이야 늘 먹어야 한다고.

1년여 지나면서 약은 자셔도 가끔 재지레를 하신다고.

누가 이랬나라 물었더니  어느 넘이 훔쳐 갈라고 그랬겠지로,

아직은 가끔 그러지만 더 그러면 않되니 주간요양보호시설에 보내 드리고,

그곳도 못가게 되면 요양병원으로 모셔야 하는 것이라고,(시누이 남편)

 

그 맘이 얼마나 쓸쓸할까?

애지중지 기르고 봄이면 제법 많은 돈을 사던 가죽나무 다 베어 버리고,

남편은 치매가 점점 진행 될 것이고,

코로나 진정 되면 한번 만나자.

밥도 사고 술도 사줄께라 했더니,

그래 나는 우리 된장으로 쌈장 만들고 된장도 통에 담아 줄께라고,

실은 내 가슴 속에는 그 시누이가 시누이도 되고, 친정동생도 된다.

 

아들이 개 두마리를 사다 주어서 주중에는 아들이 객지에 있어 개 두마리하고 지낸다고,

마늘을 뽑아 재키고 그 날 집에 갔더니 개가 똥을 실내에 마구,

갔다 버릴 수도 없고, 왜 이런 재지래른 하는가라고 막 혼을 내었는데,

그 뒤로는 한마리가 쓸쓸 피한다고.

아들이 오더니 엄마 야들 혼냈재?

엄마 치매걸리지 말아라고 사 준 것인데, 그러지 말아라 하고는

결혼 적령기는 벌써 지났는데,

선도 안 보고 어느 여자라도 나 보다 다른 사람과 만나야 행복하지

앞 세우고 뒤 돌아 보고 결혼 후 길 나서도 그래야 하는데,

이렇게 엄마하고 살다가 그냥 미련없이 가면 되는 것을 한다고.

 

언니야!

결혼하고 내 않보고 저그끼리 살아도 좋으니 혼자서 어떻게 이세상 외로워서 살꺼냐?

지금은 젊기나 하지라고,

엄마 나도 그렇다.

엄마가 나 귀한 자식이라고 음식 정성껏 어느 식당보다 맛나게 해 먹였는데,

어느 여자가 결혼해서 집밥 그렇게 정성스럽게 해 먹이겠노?

그저 놀러 나가고, 외식 좋아 할건데,

 

인물 잘난 사람만 대접 받는 것은 분명아닌데,

키도 훤출하게 크고 인물도 아주 좋은데,

저그 엄마는 아들 앞 세우고 걸어도, 아들 차 타고 나가도,

내 아들이 제일 잘 났다 싶을 것인데,

아들은 술을 먹지 않으니 가끔 식당에 가서 엄마 운전하지 않아도 될 때,

술 마시라고 취해도 된다 한다고.

 

그 아들 낳던 날 병원에서  아기 낳았다는 연락이 와서

그 날로 병원에 갔고, 아기를 보았는데 갓난쟁이라도 콧날이 서고 잘 생기겠다 했지.

우리가 젊은 날 가치관은 송두리째 혼돈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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