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물 만난 고기 같은 날

이쁜준서 2020. 2. 19. 06:00


연 사흘을 날씨가 춥다.

영하라 현관 문 열고 앞에만 나가도 반기지도 않는데, 싸늘한 기운이 일단 허리를 감싼다.

계단을 내려가 대문 앞에 나서면 찬 기운은 바람이 있으면 더하고, 바람이 없어도 가슴을 파고든다.

우슬을 고으고 북어껍질을 손질해서 넣고 북어껍질이 흐물흐룰 해질 때까지 또 고았다.

스덴비빔밤 그릇에 4개 퍼고, 실고추가 있으면 좋은데 없고, 대파 썰어서 위에 뿌리고, 참깨 뿌리고,

저녁 식사까지 중앙은 굳지 않고, 가쪽으로만 굳었다.

추운 사흘동안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일거리 찾아서 했다.

그 일도 만만한 것이 아니어서 찾으면 일거리는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그냥저냥 세상 따라서 살다가,

어느 날 물 만난 고기같은 날이 있어서 나그네 같은 그들과 함께 신나는 날도 있을거다.

밥도 귀하던 시절에 가을 고사 지내는 팥시루떡 한 조각 얻어서 아까워서 얼른 입에 넣지도 못하던 그 맘과도 같을 것이다.

우리 할아버님께서는 글 읽으시는 분이시라 그 시절 기별 할 수 있는 것은 사람편 뿐이니,

멀리서 글 읽는 서로가 그리워 하고 하루 종일이라도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기별 없이 찾아 온다고 했다.

할머니께서는 손님오시는 것이 싫으시고, 동리 친척 할머니들께서 아침이면 너그 할배가 우리집에 반찬을 얻으러 오기도 했다 하셨다.

그런 날이 귀해서 그 날은 다른 손님이 찾아 오지 않고, 먼 곳에서 온 그 손님들과만 지내고 싶은 날도 있으셨을 것이다.

그때만 그랬겠나?

지금 폰으로 영상으로도 볼 수 있고, 통화, 카톡등등으로 시간에 제한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우리는 도리혀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하고 살지 싶다.

그런 어느 날 물 만난 고기 같은 날이 있어지고, 방해 받지 않고, 그 분위기에서 한껏 격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을 것이다.

그 대화들은 밥 먹고 사는 일상과는 상관이 없다.

하루 24시간을 채우지 못해도 그런 날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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