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사람 맘

이쁜준서 2020. 2. 12. 21:47


 

 

미나리 1Kg 1단을 풀어놓은 것입니다.

부드러워서 줄기 반은 전을 부쳤는데,

현관 앞은 봄비가 내리면서 대리석 바닥에 대고,

동그라미를 쉼 없이 그리고 있어서,


술의 맛도, 멋도 모르니,

봄비가 그리는 동그라미 핑계대고

둘이서 커피 마셨습니다.


저녁식사는 미나리 핑계대고

잔치국수를 해 먹었습니다.

애호박 볶고,

 참 이쁜 초록의 미나리 나물 만들고,

김장김치 얇게 썰고,

멸치육수 맛이있어라고

멸치 살짝 볶아서,

무, 표고버섯, 다시마 함께 넣고서

잔치 국수맛이  뜨건 육수와 함께

비 오는 날 제격이었습니다.


 씻어 말리는 들깨

실물 색은 사진과 차이가 납니다.

하루 반을 말린 것,

 이틀 반을 말린것

실제 색과는 차이가 납니다.


지인께 급하게 챙겨 보낼 것을 찾다보니,

들깨 거피한 가루도 보낸다고,

추운 날 마당에서 들깨 5Kg을 씻었고,

기름 짜는 것은 금방 씻어서 볶는데,

거피하는 것은 바짝 말라야 껍질이 잘 분리 된다해서

말리는 중인데,

눈으로 보아도 손으로 만져 보아도,

잘 모르겠던데,

이제는 만지면 손에 닿은 촉감이 더 까실까실 해 졌고,

색도 더 희끗희끗 한 듯 합니다.

사람이 노년이 되면,

책임도 줄어 들고, 까실해지고 하는 것이

고목의 수액이 줄어들듯 한 것이고,

자기 몸을 이렇게 까실해지고 색은 희끗해 지는 것과 같다 싶습니다.





왜 사람 맘이 제목이냐 하면,

남편이,

감기를 앓았으니, 입 맛이 뭐 있겠나 싶어서,

안방에서 나오는 사람에게

미나리전 할까요?

하지 말라 했지요.

비도 오는 날 뭐하려 일꺼리 만드느냐? 하는

그런 맘으로 한 말이였고,



몇가지를 도소매 시장까지 어제가서

사 오고,

들깨 거피한다고,

준비하는 것도,

챙겨 보내 주는 사람이 있다 싶어서,

맘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시려나 하는 맘으로 하는 것이라,










막내 아들 집에 손주 키워주러 가신 시어머님께서는

다른 지방이라 한달에  두어번을 아기까지 함께

온 식구가 왔습니다.

동서가 어느 날 하는 말이,

형님은 어머님께 잘 하셔야 해요라 했습니다.

왜?

집에(시동생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살았으니 우리집을 집이라 불렀습니다)

오시기 하루 전에,

어머님 구두 밑바닥 물걸레도 닦으시고는 신문지 위에서

걷는 듯이 하시고,

입고 갈 옷도 챙겨 놓고 보고 또 보신다고,

얼마나 형님이 보고 싶고, 집에 오시는 것이 좋으면 그러시겠어요?라고,


올 해 아흔한살이신데,

혼자 사십니다.

막내아들 집에서 21년 살림을 해 주시다가 몇년 전 독립을 하신 겁니다.

며느리가 셋인데도,

저를 제일 사랑 해 주셨습니다.


시어머님과 다툼 비슷한 것도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 밑바탕의 맘은,

서로가 이해 할려 했었습니다.


저가 우리 딸들에게  자랄 때 한 말은,

사람은 기분으로 산다고 말 했습니다.

물론 정직하라는 것도, 엄하게 기른 것도 있었습니다.

옳고 그름보다 상대의 기분을 배려하라고 한 말이였습니다.


기분이 맞으면,

사탕  한알 있어도 나는 먹지 않아도,

친구에게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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