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7월의 꽃

호박포기의 질긴 생명,

이쁜준서 2018. 7. 13. 15:27














잘 생긴 늙은 호박 한덩이를 작년 10월 중에 사 두었다.

남편은 늙은 호박으로 끓인 호박죽을 좋아 한다.

붉은강낭콩, 팥, 땅콩을 넣고, 찹쌀과 맵쌀을 반반 넣고, 쌀가루를 빻아서 새알심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버무려서 넣는 방법이다.

끓여 놓으면 보통 3 일중에 하루 한 끼니를 호박죽으로 할만치 좋아 한다.

딸아이 출산 전에도 가 있다 조리원에 들어간 다음날 내려 왔다.

조리원에 2주 있는 동안 집으로 와서 해마다 재료를 건강원으로 가지고 가서 내려 오는 감기약차를 만들었다.

재료의 종류도 많고, 양도 많아서 사다 모으는 것도 일이고, 손질해서 건강원으로 가지고 가는 것도 일이다.

그런 일을 하느라 2주동안에 호박죽을 끓이지 못하고 산바라지 하러 딸네 집으로 다시 갔다.


김장하러 와서는  겨우 김장만 하고 가서 호박죽을 끓이지 못했다.

공기가 통하라고 찬방에 신문지로 동그랗게 말아서 그 위에 얹어 두고 갔다.

차라리 난방하는 거실에 두었다면 수분이야 다소 말라도 괜찮았을 것인데, 한 겨울에 냉해를 입어서

2월중에 내려 앉기 시작한 모양이었고, 그 모양 그대로 옥상 빈 화분에 얹어 두었다 했다.

4월에 와서 5월 초순에,식물이 없는 화분들을 엎어서 거름을 넣고, 흙을 섞어서, 엎었던 화분들에 흙을 담아 두었다.

다시 식물들을 심었다.

5월중에 호박싹이 이 화분 저 화분에서 나기 시작했고, 잡초처럼 뽑고 또 뽑았다.

그러다 러시안취란 것이 가득 심긴 큰 화분에서 또 호박싹이 나왔다.

다 뽑아 낸 다음 호박싹 하나 남았을 때 그냥두고 싹을 길러서 호박잎을 따 먹어질까? 하고 그냥 두었다.

토종호박이었으니 호박잎이 맛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다.


어느 정도 자라다가는 탄력을 받아서 줄기가 쑥쑥 벋어 나면서 호박잎들로 잘 자랐다.

호박잎을 따서 찌고 강된장을 만들어 쌈으로 먹으니 부드럽고 호박잎 향이 솔솔 나는 아주 맛나는 쌈이였다.

10일정도 있다가 다시 한번, 15일 정도 있다 다시 한번 그렇게 세번을 따서 반찬을 해 먹었다.

호박잎을 중간 중간 잘라내니 호박덩굴은 자람이 늦어지고, 곁줄기가 생기고 호박잎은 작아져서 이젠 잘라 먹지 않는다.


호박꽃이 피기 시작한다.

꽃피는 식물과 강전지 된 나무들이 있는 곳이라  꽃피는 나무를 건너 건너 덩굴이 벋어 났고, 그 줄기들에 호박꽃이 핀다.

나무에서 노랗고 큰 꽃이 핀듯 하다.

꿀벌도 오고, 호박벌도 온다.

호박줄기를 바라보면서 한 포기에서 줄기가 나가면서 꽃을 나날이 많을 때는 다섯송이까지 피운다.

러시안취 화분은 콩나물시루이고, 올 봄 분갈이를 할 적에도 빽빽 했는데, 잎사귀가 커지니 위에서 보아도

꽉차있고, 호박포기는 포기와 포기 사이에서 올라 온 것이 이젠 줄기가 러시안 취 잎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는다.

겻방살이도 넉넉한 흙에 뿌리 내린 것이 아닌 것이다.

참 질긴 생명이다 싶다.


그런데 호박줄기 입장에서는  한번 잎사귀 따 먹었으면 말도 하지 않는다.

겨우 겻방살이를 하면서 살아 보려고 하는데, 세번이나 잎사귀 따 먹는 너는 염치도 없다라 할 것 같다.

옥상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호박꽃들이라 미안한 맘이 되었다.

이제 호박잎 따 먹지 않으려 한다.


그 미안함을 당분간 타이틀 사진에 넣어 준다.

타이틀 사진에 호박꽃 넣은 블로그 방도 있을까?

많고 많은 블로그 방이니 있을 듯도 하다.

있다면 뭔가 미안한 사연이 있어서일까?

어린시절 고향 생각으로?

도시에서는 호박꽃도 잘 볼 수 없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