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중학생들의 화장

이쁜준서 2017. 8. 20. 08:18

 

어제는 40년지기들의 만남이었다.

말이 40년지기이지 만난지 40년이 넘었다.

결혼해서 어리버리하게 시댁으로 들어 와 살던 것도, 첫아이 낳았을 때의 이야기들도, 아이들 자라는 것으르

12년동안 한 동네에서 아침 저녁으로 보면서 살다 한 집 두 집 그 동네를 떠나 살아 왔던 사이다.

혼사나 상사가 있으면 기본이 참석한다.

 

어제는 손주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중학생인 손녀딸이 립스틱을 진하게 바르고 온다고 했다.

아무리 립스틱이 바르고 싶다 해도 학원을 그렇게 하고는 못 갈 것이고, 할머니댁으로 오는 것은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외출이니, 그렇게 바르고 왔을 것이다.

4학년 손녀딸이 있는 친구가 그래 그래 맞재 즈그엄마 화장품 발라 보더라 했다.

준서는?

그야말로 준서야 오리무중이다. 곁에 없으니 볼 일도 없고, 그러하다 한들 즈그에미가 이야기 하지도 않을 것이다.

준서라고 다를까?

전철을 타면 하교 무렵에는 교복을 입고, 중학생들이 완전한 화장을 한 무리 무리들을 보게 된다.

즈그야 이쁘다 생각하겠지만, 어른인 우리가 보기에는 참 보기 싫은 모습인데,  당사자인 즈그가 호기심에 하고 싶고,

그렇게 화장을 해 놓으면 이쁘게 보일 것이다.

화장을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고, 아이들은 호기심에 하고 싶고, 그 중에는 완전한 화장을 한 자기 모습이 아주 이쁘게 보일 수도 있다.

 

한 친구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자를 즈그 에미가 공부에 그렇게 신경을 쓴다고 했다.

미리 그렇게 하면 학교 들어가지도 않고, 공부에 싫증 내겠다 했더니, 나도 그렇게 말 하는데, 그렇게 신경을 쓰네라고 했다.

중학생, 초등4학년 할미들이 공부도 하지 않고, 즈그에미들도 공부하건 말건 상관도 하지 않는다 했다.

어쩌면 우리 준서도 그렇 것이다.

 

조디를 저렇게 바르고? 라고 뭐라   하니,

할머니 조디라 하지 마세요. 듣는 사람 기분도 생각하셔야지요. 이거(립스틱) 한다고, 이렇게( 형편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의 손아래쪽으로) 되는 것은 아닌데요라 하더라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주 아주 못마땅해서 할머니도 할머니 기분에 따라 조디라 표현해도 되고, 또 그것을 듣고, 반박을 하는 손녀딸도

다 괜찮다고 본다.

오히려 똑똑하게 제 앞 가름을 할 아이로 자랄 것 같았다.

뭣이든 내리 눌리고 있다가 폭발을 하는 것이지 그 때 그 때 표현 하면 괜찮다고 생각을 한다.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 하다가 내가 요즘 어린이 도서관에 책 읽어주기 자원봉사를 나가는데, 듣고 있는 아기들의 그 눈망울과

그 표정이 어찌나 초롱초롱 한지 내 자식들에게 미안해 지더라 했다.

자식 셋에 치이고, 시댁 어른들께 치이고 자식들 이쁜 것도 모르고 늘 고단하게 살았다 했다.

나는 준서를 돌보면서 작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냥 준서에게 맞추게 되었다.

준서를 보내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내가 준서를 이해한 것의 반이라도 우리 아이들을 이해 했다면 훨씬 더 행복하게 자랐을 것이라고, 미안한 맘이 들었고, 지금도 미안하다.

 

자기 집에서 제대로 이해 받고 사랑 받고 자라면 반듯하게 자라지 싶다.

얼마나 귀한 생명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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