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걷기 운동하다 만난 할머니

이쁜준서 2017. 8. 20. 15:27

 

우리 지방은 8월 들어서 비가 오락가락하고 외출복 차려 입고 장시간 나가는 것이 아니면 굳이 우산을 들지 않아도 된다.

비가 오지 않아도  걷기운동을 다녀 오면 땀으로 옷이 다 젖는데, 제법 빗줄기 이어도,8월 여름날 비를 맞아도 그만인 것이다.

그래서 비닐백 하나 조끼 주머니에 넣고, 모자는 늘 쓰는 것이고, 그 차림이면 비 준비해서 나가는 것이다.

빗줄기가 세어 지면 폰만 비닐백에 넣으면 되니까.

그러나 그렇게 빗줄기 센 비는 딱 한번뿐이였다.

 

출발해서 30분쯤 가니 비가 왔다

1시간 정도 되니 제법 옷이 젖는다.

왕복 2시간이 걸리는데, 앞으로 비를 맞으면 1시간은 맞아야 하는데, 그냥 걸었다.

갈 때도 대학교 안으로 걸어서 다른 쪽 문으로 걸어 나가는데, 올 때는 나갔던 문으로 들어 와 육상운동장 트랙으로 걸어 서 온다.

한 할머니가 뒷모습도 반듯하고, 걸음도 제법 속도있게 걷는다.

그런데 얼굴 마주 보게 되니 안녕하세요?라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나란이 걸으면서 자기는 인공관절 수술을 두 다리 다 했고, 4개월 전에 폐암 수술도 했다고,

아퍼서 운동 나오지 못하겠는데, 의사선생님께서 걷기 운동을 해야 빨리 회복 된다 해서 걷고 있다 했다.

평소에는 학훈단쪽(경사가 제법한 길이 있는 곳)에서 걷는데, 비가 와서 육상트랙으로 왔다고,

대학교까지 30여분은 걸어서 와야 되는 곳에 집이 있었다.

 

나는 어디로 가느냐 해서 정문으로 나가서 횡단보도 건너서  좀 멀리 간다고 했더니, 어디로 갈지 길을 몰라서

대학교로만 왔는데, 내일 아침 따라 가도 되겠느냐? 했다.

내일 아침 8시에 약속을 했다.

그냥 낯선 사람인데 길이라도 가르쳐 주고 싶어서 약속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