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라 해도 오랜 가뭄에 맨땅에 갈대 풀들이 욱어져 있었다.
20여년 전 이 동네는 토지개발로 새로 만들어진 동네였다.
공단, 아파트단지, 단독주택단지,
그 당시도 아파트 단지가 많았지만, 그 후 자꾸 자꾸 더 생겼고,
인근 산은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우리가 처음 산을 갔을 때는 소나무 잎이 떨어져 쌓이고, 또 쌓인 산길은
발을 디딛이면 푹신푹신 했다.
울퉁불퉁 돌이 솟아 나고, 흙마당 같은 맨들맨들한 산길이 되어 버렸다.
10여년 전에는 대대적으로 제선충으로 병든 소나무를 베어 내고,
산에 불을 놓기도 했었고,
그 다음은 잘 자라는 나무들로 심었다.
무릎이 시원치 않아서 평지를 걷는 것이 제일 좋기도 했지만,
갈려면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야산이 4개나 되는데도,
가지 않는다.
어느 산은 전철 몇 정거장을 타는 거리인데,
처음 우리가 간 3~4년간은 청미래덩굴이 봄이면 녹색의 열매가 열렸고,
가을, 겨울은 그 붉은 열매들이 예뻤다.
뿌리를 캐 갔는지?
환경오몀으로 고사 했는지?
이젠 거의 전멸일 정도이다.
처음 얼마간은 봄이면 고사리도 보였고,
산도라지, 잔대도 보였는데,
보이지 않는다.
이곳 주변이 고향이었던 사람의 말로는
고사리가 아주 많았고, 산나물도 많았다 하던데,
이 습지는 한 쪽은 강에 맞 닿아 있고, 한 쪽은 둑에 닿아 있다.
몇년전 늦은 봄날 나 혼자서 물이 파도처럼 찰랑찰랑 땅에 맞 닿은 곳까지도
가 본적이 있는 곳인데,
이렇게 풀이 무성한 풀밭 속으로는 처음이었다.
들어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린 멧돼지가 우리에게 깜짝 놀라 도망을 간 뒤로는
폰에 노래가 나오게 했다.
몇년 전 늦봄 그 때는 꿩이 놀라 날아 오르는 것이 자주 보였는데,
어제는 암꿩 한 마리 푸드득 날아 올라 깜짝 놀랐다.
몇년 전만 해도,
둑으로 걷다 보면 고라니도 보였는데, 어제는 풀숲 아래에서 고라니도 변도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서 외곽순환도로 공사 중이여서 동물들이 더 안쪽으로 피했나?
몇년간 출입 통제를 하더니
올 해는 통제한다는 큰 입간판도 없어졌는데,
그래서 예전 있던 길도 풀밭에 묻혀 버렸던 것이다.
말이 습지이지 그냥 풀밭이었으니.
이 풀밭도 또 사람들이 뭔 시설을 하네하면서 잠식 할 것이다.
혹여 싶어서 등산화도, 등산작대기도,
물도, 쵸코렛, 목마를 때 먹으려고 수밀도도 준비해서 갔기에
목마르지 않았는데,
벌침을 맞고 왔다.
둑에 올라 오고나니,
긴짐승도 만나지 않았고,
고생이야 했지만,
도시에 살면서 이런 습지가 아직도 있어서,
그 습지 속에서 몇 시간을 걸은 다시 없을 일이다 싶었다.
약국에서 약을 사 오고,
빨래감 세탁기에 넣고,
점심 챙겨 먹고,
최소한 일을 하고는,게으럼을 부리니,
같이 벌침을 맞은,
또한 사람의 가족이 잔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벌판은 공단이 되어 없어졌고,
야산은 산 다움을 잃어버렸고,
그 야산들도 몇날 몇일이 걸려서 끝에서 끝까지 탐방을 했었는데,
앞으로는 이 습지도 그렇게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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