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사라호 태풍이 추석날 할아버님 형제분 4분댁으로 차례로 명절 차사를 모시는데 우리 집이 맨 끝 집이었다.
하마 3곳을 다녀 왔으니 아침이기보다는 들에 일하러 갔다면 점심 먹기 전에 간단한 술 안주와 막걸리를 가지고 갈 때쯤의 시간이었지 싶다.
마당의 덥석 위는 젊은 5촌들과 삼촌들이 서고 마루 방에는 아바지 종형제들 중 위로 서열대로 서고 여자들은 덥석 가 쪽으로 서 있었다.
아직도 차사 중이였는데 갑작스럽게 후두둑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고, 서둘러 마치고 방으로, 마루로 건너방으로 사람들은 번줄아서
앉았고,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다 못해 양동이로 퍼붓듯이 내렸고, 마당에는 빗물로 가득찼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리니 어른들이 걱정이 되어 방천둑으로 나갔고, 평소에는 가쪽에 제법 깊게 물이 고이는 곳은 있어도,
건천인 내가 방천둑까지 넘실넘실 대면서 탁한 물이 내려 오는데 돼지도, 소도, 사과도 나무도 풀도 내려 왔다는 전언이었다.
아이들도 구경을 갔는데 첨으로 우리들의 놀이터인 방천둑까지 넘실대는 물살에 각종 떠 내려 가는 것에 얼마나 놀랍던지.
끝내 방천둑은 터지고 추석이었으니 벼는 알곡이 차가고 있었는데,차차로 물이 빠지고 나니 돌투성이 왕모래 투성이였는데
그나마 쓰러진 벼를 세우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아예 손도 못 대는 곳도 있었다.
그 다음날은 얼마나 하늘이 쾌청한지 어린 시건에 하늘이 야속하다 싶었다.
사람들은 모두 울고 싶은데 하늘은 쾌청하고 햇빛은 반짝이었다.
국도가 끊어져서 타고 오던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서 도로를 걸어서 가던 사람들이 배가 고파서 철뚝을 건너서 동네로 들어 오는 사람도
있었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니 동네를 찾아 들어 온 것이다.
어제 우리나라에는 큰 태풍이 있었다.
호불호를 떠나서 맘이 착잡 한 것은 국민이어서 그럴 것이다.
사라호 때처럼 하루 뒷날인 그 때처럼 오늘 하늘은 쾌청하고 햇빛은 반짝인다.
날씨가 쌀쌀하니 공기까지 더 맑다.
실은 비가 와야 하는데 겨울 가뭄이더니 초봄인 요즈음도 가뭄이 계속 된다.
된장은 콩을 삶아서 손을 보아 두었고, 고추장도, 막장도 담아 두었고, 또 어제는 마늘고추장을 담았다.
맑은 햇살에 장독을 열어 놓기에 안성마춤인 날씨 이다.
하루 종일 비 올것을 걱정 하지 않아도 될 날씨가 연이어져서, 하루 종일 오전, 오후에 외출을 해도 장 항아리들 유리 뚜겅을 열고
해바라기를 한다.
아침 햇살이 퍼지면 장항아리를 여는데, 유리뚜겅을 열 때는 참 기분이 좋다.
맘이 평온 해 진다.
집안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고들 여인네들이 이야기 한다.
그 끝 없는 집안 일을 재미로 삼아야지 일거리로 삼으면 힘들고 지루해서 못 한다.
요즈음 약간의 갈등은 고추장 한근 정도 담을 정도 작은 항아리에 안개꽃을 꽂아 놓고 싶고, 다른 한 항아리에는
노란 프리지아를 담아서 두고 싶다.
동네 꽃집에서는 돈에 비해 꽃의 양이 얼마 않되어 새벽장이 열리는 꽃시장으로 가야 하는데, 꽃시장이 멀다.
그냥 봄바람으로만 끝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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