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또 다른 이웃 뒷집 형님

이쁜준서 2016. 7. 29. 05:10





준서할미는 현관만 나가도 뒷집 마당이 보이고, 뒷집 마당의 화분들이 보입니다.

뒷집 형님은 겨울이 아니고 따뜻한 날 마당으로 난 문의 망창을 밀치고 마당으로 내려 서면 자연스럽게 우리 현관 쪽의

꽃들이 보이고, 한참씩 서서 보신다 합니다. 일과의 시작이라 하십니다.

아마도 팔순이 2~3년 남아 있을 연세이신데 꽃을 좋아 하셔서 어떤 때는 뿌리 나누기로, 어떤 때는 삽목으로, 어떤 때는 씨를 뿌려

발아해서 자라는 것들을 나눠 드립니다.


손질 한다고 손질 하셔도 깔끔하게 가꾸시지는 못하시는데, 그런 것이 예전 시골마당의 화단 같아서 보기가 좋습니다.

올 늦봄부터는 달팽이 관이 이상이 있다더라면서 마당으로 내려 서시면서 지팡이도 짚고 나오시기도 하고,

몇일씩 보이시지도 않으시기도 하고, 건강에 이상이 있어서 꽃 피는 식물을 들고 가면 화분을 찾아서 심어 드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정리 정돈이 않되어 있으면  안쪽 화분에 물주러 들어 가셨다 호스 잡고 넘어 지실까 싶어서 길을 내어 주고

화분 한 두어개 전지 해 드리고 오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연세가 많으시다보니 제대로 손질 하지 못해서 올려다 쳐다 보이는 우리 현관은 제라늄은 꽃대 제 때 잘라주고 거름도 주고

숟가락을 호미 삼아 흙도 일구어 주고 하다보니 늘 꽃공이 풍성한 꽃들이 줄지어 서 있고, 때로는 화분들이 옥상에서

한껏 꽃이 피었을 때 내려 오기도 하고,


어제는 박스 모아서 마당에 가져다 드리면서 보니, 봄에 드린 흰색 제라늄이 땅꼬마가 되어 있고 꽃대도 없어서

다시 흰색 제라늄 꽃대 여나믄개 올라 온 것을 가져다 드리고 저번 날 붉은색 분갈이 해 드렸던 것 가지 치고

잎사귀 치고 하고 왔습니다.






뒷집 형님이 관절도 있어서 절고 다니시는데, 지팡이 까지 짚고 다니시긴 해도 어지러운 것은 많이 좋아 졌다 하시니

넘인데도 저 형님이 저렇게 마당에 다니시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딸래미가 앞집 아지매처럼 꽃을 키울 수 없으면 꽃 키우지 마라고 한다 합니다.

팔순에 가까운 분이 꽃이 좋아서 키우시는 것만 해도 살아 가는 매일 매일의 낙이 되는 것인데, 뭣을 그리 본때 있게 하라고?

젊어서 몰라서 하는 말이지요.


형님 말씀이 농사 짓다가 장사 하다가  내가 꽃 키우는 것을 배운 적이 없다 하십니다.

딸래미 그 말이 서운해서 하시는 말씀이실 것입니다. 준서할미야 젊으니까 꽃 키우는 것도 배웠지 싶은 모양이십니다.

지금도 잘 키우시고 있으 십니다.




올 해는 채송화 화분이 작년보다 약간씩 큰 것에 심겨져 있습니다.

내년 봄 모종이 더 많아지겠지요. 내년 봄에는 꽃바구니가 된 채송화 보시라고  심어 드려야 겠습니다.


아마도 뒷집 형님께서 다리 절면서 외출해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에게는 그저 오가는 할매 한 사람일뿐이겠지만,

상관 없는 이웃집인 준서할미만 해도  마당에서 왔다 갔다만 하셔도  안심도 되고 마당이 꽉 차는 듯한  한 사람인 것입니다.

형님딸래미가 꽃도 꽃 같지도 않은 것은 버리라 한다는데, 채송화 그 흔하디 흔한 꽃도  키우면 이렇게 화려한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