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여름 소나기 오는 날에 향수

이쁜준서 2016. 8. 1. 20:23


강 방천둑의 강가 쪽 묵힌 들을 사람들이 경작지로 만든 곳





비가 온다고 하면 미리 비설거지를 하는데, 비가 오지 않을 것 같다가 밤에 비 오는 소리가 들리고,

마당에는 수확한 보릿단이라도 들여 놓았으면 어른들은 그 밤중에 요즈음처럼 전깃불도 없던 때에 호롱불 등 밝힐 새도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지만, 기껏해야,한껏 높이라도 처마 안쪽으로 들이는 수 밖에 없었다.

그 시절 비닐도 천막지도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덮으려 해야 덮어 놓을 것도 없었다.

그 밤사이로 비가 그치면 좋지만, 그러고는 연일 장마 비로 몇일간 비가 오면 보릿단에서 보리 낱알에 싹이 돋기도 했었다.

그 때야 어려서 몰랐지만, 보리고개에서는 탈출한 세월이었어도 들일을 하는 가장이나 머슴은 사기 밥그릇 큰 것에 수북하게 밥을 펏지만,

정짓군은( 밥하는 엄니) 이 사람 저 사람 챙기고 나면 자기 먹을 밥은 양껏 먹지도 못하는 시절이었다.

보리 수확을 해서 방앗간에서 보리쌀로 만들어 오면, 보리밥이라도 실컨 먹는 그런 세월이었다.

기껏 농사 지어 놓은 것이 낱알갱이에 싹이 나면 얼마나 속이 타셨을까?

그 시절 초등학생인 어린아이는 그것까지는 몰랐다.





방천둑의 중앙에 두고 방천둑 너머 예전 경작지가 공단지로 보상하고, 3년차 묵힌 들

이른 봄 준서할미의 쑥 뜯는 곳이였던





가뭄이 길어 지면 봇도랑의 작은 물로 나눠 써야 하는데, 산골 층계논에서는 봇도랑에 조금 내려 오다가 내려 오지 않는

물을 윗논에서 자기 논에 받았으면 물꼬를 터 주어야 아랫논에도 목이라도 축이는데,

물꼬를 꽉 막아 놓고, 아랫논의 사람들은 형님만(아재만) 하면 되나요? 하고.

가래로 윗 논의 물꼬를 헐어 버리고, 가래 싸움질 하다가 사람까지 밀치고 죽을 때까지 원수처럼 싸우고,(생존이 걸렸으니)

그러다 시원하게 비가 와서 물 해경이 되면 언제 그랬던 적도 없듯이 풀려 버리고,

비가 올 것 같으면 논에 물이 물꼬를 터서서 아랫논으로 흘러가고, 아랫논은 또 아랫논으로 흘러가고  그렇게 물꼬를

열어 놓지 않으면 논둑이 터지는 일도 벌어지는 것이라.

비가 오겠다 싶으면 물꼬를 열어 놓지만, 그래도 여름 날 소나기가 장대비가 장시간 오겠다 싶으면  우비도, 우산도 없었던

세월에 아버지들은 가래 메고 논으로 나가셨다.

물꼬 트기를 조절해야 해서,





저 물길 속에는 미구라지와 논고둥이 있지 싶어서 들어 가고 싶었어도,

뱀이 겁나서 못 들어 갔었다.

먹는 것은 덤이고, 그 잡는 재미가 얼마나 재미가 날까?

어려서 해 본 일이라서





긴 가뭄에 기우제를 지내고 난 뒤 산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하는 어른들이 있고ㅡ 그렇게 시작하는 비는  시작부터 빗줄기가 굵게

시작되고 천둥번개가 일고, 비는 자욱하게 내렸다.

우리 어린아이들은 그 장대비에도 우산 하나 없이 학교에서 책보를 몸에 메고는 그 십여리, 이십리 길을  걸어서 집으로 왔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책은 학교에 두고 왔으면 되었을 것인데도 책보까지 챙겨서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집으로 왔었다.


여름날 시작 된  소나기가 소 풀 뜯기러 들로 데리고 나가야 하는데, 비는 그치지 않고, 장대비가 오고, 그러면 쇠죽을 끓여서

먹이기는 했지만, 비 그치기를 얼마나 기다렸던지.

어린아이 시건에도 소 풀을 뜯기러 데리고 가야 해야 하는 것이 맘 속에 박혀서  장대비가 와서 나가지 않을 수 있어 좋다고는

꾀 피우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 빈들에도 봄은 왔었고,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왔었다.

흔해서 그렇지 색도 모양도 고운 풀꽃이었다.


넓은 들이였는데, 공단으로 변했다.


땅이 얼마나 좋은 것인데, 흙이 얼마나 좋은 것인데,

공단이 꼭 모자라서 했다기보다 개발이란 미명하에 여기 저기 공단을 만들고,

기존에 있었던 공단의 공장들은  이 불경기에 새 공단으로 이사를 가고, 점점 비어 간다.




어젯 밤에도 호우성 비가 왔었고, 오늘은 다 저녁 때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가고 나니  엄청 시원해 졌다.

어려서 장대비가 쏟아 지는 시골길을 걸어 다녀서, 장대비가 오는 날 걷는 것에도 향수가 있다.


어젯 밤은 오후에 소나기가 와서  열대야를 면했다.

비 온 양이 얼마 않되어 오늘 아침 화분들에 물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