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깨었고, 이불 속에서 부시럭 거리면 준서외할아버지 잠을 깨울 것 같고, 해서 실내에서 완전무장을 하고 컴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다리를 내리니 시린 듯 해서, 다리를 의자에 올렸습니다.
사실은 시리지도 않은데 기분이 그럴 것이다 싶습니다. 손가락도 시리지 않으니까요.
그 몸살 좀 났다고, 생각이란 것은 멈추고, 약 먹고, 자고, 자다 일어나고 최소한의 꾸물거림으로 식사 해결해서 먹고,
동면 하듯이 몇일을 지냈습니다.
예전 시골처럼 메주를 바람 소통이 되는 곳에 메달면 좋은데, 그럴 공간이 없습니다.
반듯하게 몇 층을 올린 요즘 단독주택은 집 등치만 높지,
시골 집 뒤란처럼 무청씨래기, 마늘 등을 걸어 놓을 적당 한 공간도 없습니다.
예전 시골에서 등치가 큰 사람이 맘이 좋아서 엔간해서는 씨익 웃으니 등치만 크고 사람 값도 못한다던 것 같습니다.
장독은 옥상에 올려 두면 바람도 있고, 햇빛도 받을 수 있지만, 음력 정월에 장을 담아서 장을 간장과 된장으로 갈라서
간장을 항아리에 담아 놓으면 여름이 지나고 나면 간장은 색이 진하게 되면서 누가 퍼 간 듯하기에,
장을 가르면 pet병에 담아서 그늘진 곳에 두어야 하고, 된장은 겨울이면 메주물이 넉넉하면 더 좋고, 보통은 콩을 푹 삶아서
먹던 된장에 섞어 놓아야 그 이듬해 봄부터 물기 적당한 된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메주는 적당하게 마르면 짚으로 싼다고 해야 하나? 짚으로 엮는다고 해야 하나?
손질해서 준서할미 경우는 옥상 빨래 줄에 답니다.
원체가 바람 소통이 좋은,처마에 달아야 하는 것을 옥외에 달다보니,
밤에는 비닐을 덮고, 적당한 두께의 이불도 덮어 주어야 메주가 얼지 않을 수 있고, 낮에는 다 벗겨 놓습니다.
비나 눈이 올 때는 그냥 비닐을 덮어 두면 되기는 합니다.
그렇게 메주가 겉이 말라가면서 갈라진 틈으로 하얀 곰팡이가 피어 있으면 기쁘지요.
예전에는 메주가 적당하게 건조 했다 싶으면, 자루에 담아서 따뜻한, 이불 푹 덮어 놓으면 그 냄새 때문에 식사하러 안방으로 들어 오면서
아주 싫어 했는데,
옥상에 메주를 말릴 때는,
예전보다는 많이 말랐다 싶을 때에, 짚을 깔고 종이 박스에 걷어서 그대로 차곡차곡 담아서 바닥에 놓지 않고, 돋음 위에 얹어서 춘주 이불 한장 덮어 놓으면
메주가 아주 잘 뜹니다. 물론 냄새도 덜 납니다.
메주가 예전보다 더 많이 말랐고, 마르면서 자연으로 띄기에 이불 덮고 띄우는 과정에서도 고온의 바닥이 아니고, 그냥 돋음 위에 박스를 놓고,
윗목에서 봄 이불 한장을 덮었을 뿐이여서 이지 싶습니다.
메주가 잘 띄워졌다 싶으면 옥상에 내다 놓고, 햇빛에 말립니다.
우선, 메주를 만들어 짚을 밑에 두고, 위에 얹어서 말리다가 적당하게 겉이 건조 해 지면, 짚으로 메다는데,
어느 블방에 갔더니 실내에서 말릴 때 짚을 까니 메달기 전에 곰팡이가 나와서 천을 깔았더니 좋았다 해서
천을 깔아 보니 우선 천이 메주 물기를 먹고 마르지 않아서 채반에 그냥 바로 얹어서 메주를 말렸는데, 올 같은 비가 오는 날
비닐로 덮어 놓았어도 쓸데 없는 곰팡이가 쓸지 않고, 겉 표면이 깨끗 했습니다.
올 해는 메주를 쑤는 철에 비가 가을 장마처럼 와서 메주에 쓸데 없는 푸른 곰팡이가 많이 쓸었다고들 했습니다.
그러다가 장을 담기 이틀전 쯤 메주를 물에 씻어서 물기를 말려서 소금물에 넣고 장을 담는데,
제일 기분이 좋을 때는 메주가 잘 띄워졌다 싶을 때이고, 장을 담아 놓았는데 시일이 가면서 검은 듯해도 노르스럼하게
장이 익어 갈 때 입니다.
그 장이 익어 가는 색갈은 정말로 아름다운 색 중의 하나입니다.
예전 시골에서 메주가 소금물을 먹어 뭉건하게 되고, 노르스럼한 간장이 제법 맛이 들면,
봄철 씨앗뿌린 상추 솎아 먹을 때, 그 간장 한 종지 뜨 내어서 쪽파 몇 뿌리 뽑아서 송송 넣고, 양념간장 만들어서
솎은 상추쌈에 물론 된장으로 만든 쌈장도 있지만, 그 햇 간장으로 만든 양념간장은 깊지 않은 쌈박한 그런 맛이 있었습니다.
거의 해마다 대두 한 말 콩으로 메주 쑨것을 담다가, 몇년간 반 말을 담다가 작년 한 해 담지 않다가. 올 해는 앞으로 2~3년은
담지 않으려고 올 해는 대두 한 말 콩으로 메주를 쑤었습니다.
다른 사람 주지 않으면, 된장도 넉넉하고, 간장도 넉넉하고, 앶젓갈 달여서 내린 것도 있고 하니. 모자랄 일은 없을 겁니다.
메주를 만들어서 짚으로 달기까지 말려야 하는데, 옥상에 두고 비닐을 덮었다 벗겼다, 영하로 내려 간 이틀간은
봄이불을 덮어 주어야 했고, 콩 한말로 쑨 메주는 양도 많습니다.
어제는 다 내려서 거실에서 짚으로 묶어야 했는데, 준서외할아버지 일도 힘들게 했고,
빨래줄에 널어 놓고, 무게가 있으니 빨래줄 지지대도 만들어야 했고, 준서외할아버지 힘들게 일 하면 저 양반도 이제는
힘든 일을 하지 않게 해야 겠다 싶습니다.
준서할미가 무거운 것 들고 하는 일을 전처럼 못하니 점점 준서외할아버지가 다 해야 하니 올 해까지다..... 하는 일이 늘어 납니다.
나이가 들면서 적응이랄까? 순응이랄까?를 하면서 조금은 쓸쓸 해 집니다.
11월 말경부터 12월 초순까지 기온은 따뜻했고, 줄금줄금 비가 와서
겨울 속의 봄이 오는 계절 같았습니다.
내년 이른 봄에 피어야 할 운용매가 아마도 봄이 오는가보다 하고 꽃몽오리를 열기 시작 했습니다.
얼른 영하로 내려가기 전에 피어야 합니다.
그런데 몇일 전 눈발이 내리더니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서 피지도 못하고 멈칫하는데
꽃몸오리를 열어서 영하의 날씨가 계속 해 지면 이대로 얼어 버릴 것입니다.
준서외할아버지는 내년에는 나무꽃들 화분도 꽃보고 나면 정리 하자고, 말하자면 일거리 줄이자고 합니다.
겨울 옥상에서 노지 월동이 되는 나무에서 피는 봄꽃들은 귀품이 있어서 일년생, 다년생, 구근의 꽃이 이쁘고 아름답기는 해도
나무꽃을 선호하는 준서할미는 괜히 섭섭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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