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겨울밤

이쁜준서 2016. 1. 4. 01:38

 

예전 준서할미 어린아이 시절에 시골 고향에 살 때는, 겨울이면 일몰 시간이 빠르고 저녁밥을 해가 질 무렵 시작하면

이집 저집에서 연기가 피어 올랐고 저녁밥도 대부분 호롱불을 켜고  먹고 나면 설겆이 하는 시간은 날이 어두워 진 초저녁이 되었지요.

정지간에도 나무로 만든 사각형에 한지를 바른 등이 있어  속에 호롱을 넣은 등불을 켜고 저녁밥 먹은 설겆이를 했었지요.

겨울 밤은 길어서 간식거리가 필요 했고, 때론  생고구마를 깍아 먹기도 하고, 내일 아침 밥에 넣을 무를 썰면서 특이나 맛나는 무가 있으면

무 조각을 먹기도 하고, 감 홍시가 있을 때는 간혹 가마솥에 밥을 한 솥을 씻어 내고 아궁이에 재에서 불기운이 남아 있어서

감홍시를 그릇에 담아 넣어 두었다 출출한 시간 가져다 먹었습니다. 그려면 감홍시가 미지근해서 먹기 좋았지요.

 

아가씨들은 바깥 어른 계시지 않은 집으로 모여서 혼수 해갈 수를 놓으면서 놀았고,

겨울방학이 되어 내일 아침 학교 갈 걱정이 없는 때에는 겨울도 무러 익었을 때인데, 또 우리 어린아이들도, 바깥어른이 계시지 않은 집으로

모여서 놀았고, 어떤 날은 낮에 오늘은 쌀 한줌씩 가지고 모이자 하고는 그 쌀을 모아서  큰 가마솥에 밥을 하기에는

너무도  적은 쌀이었어도 밥을 하면 하얀 쌀밥! 반찬 없어도 입에 넣자마자 술술 넘어 갈 따근따근한 밥 두 그릇쯤 되었고,

모인 아이들 중에서 즈그집에서 동치미 한  양푼 퍼 오기도 하고, 즈그 집에서 무짠지 김치 가지고 오기도 해서 긴긴 밤 놀면서

출출한 때의 간식거리로 먹기도 했었습니다.

 

동네 머슴 아재들은 우리 사랑으로 모여서 새끼를 꼬거나 가마니를 치면서 지내다가 가끔 후랫시 불을 초가지붕 구멍에서,

잠자는 참새를 손을 쑥 집어 넣어 잡아서는 그 작은 참새 손질해서 넣고, 채소도 넣고 죽을 끓여서 먹었지요.

여자는 참새고기 먹으면 그릇 깬다면서 다 보았어도 한 숟가락도 얻어 먹지 못했습니다.

 

 

 

겨울 밤이 길다보니 엄니들께서는 바느질을 하시고, 아가씨들은 수를 놓고, 우리들이 모여서 놀아도, 아무리 몇시간을 놀아도

지금으로 치면 밥 11시경이면 자기들 집으로 갔었지요.

 

나이도 들만큼 들기도 했고, 예전에 비하면 방이나 진배 없는 주방에서 밥 해 먹고, 정말로 편하게 살아서 그런지

잠이 쉽게 들기도 않고, 어쩌다 밤 10시경 잠이 들면 푹 자고 일어나면 서너시간 잠을 자고 일어 난 것입니다.

그러면 그 때부터 다시 잠들기까지는 오래 오래 걸리지요.

 

오늘은 낮에는 아이들이 왔다 가고 난 뒤 친구와 한시간 정도 놀다가는 목욕탕에 다녀 왔고,

저녁을 일찍 먹고는 초저녁에 오미자청 담아 두었던 것을 100일경이 되었기에 걸러 내어 액을 받는 일을 했습니다.

다 치우고는 쉬고 싶은데, 아이들 잠자리 봐 주었던 이불을 다시 정리해서 제자리에 넣었지요.

그러고나서는 이틀 말린  빨래를 개켜서 각각 제자리에 넣었습니다.

몸은 고단했는데, 잠이 오지 않으니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두 식구 살아도 형제간에도 우리 자식들도 결혼을 했으니 정류장 같은 역활을 해야 합니다.

필요한 것들도 해 두었다 오면 주기도 하고, 어떤 것은 택배로 보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항상 일거리는 있습니다.

오늘은 요일장에서 냉이을 좀 샀습니다.

작년에는 냉이차를 두차례에 걸쳐 6Kg을 해서 여동생도 주고, 아이들도 주고 나누다보니 준서할미네는 그 중 제일 적게 먹었습니다.

오늘 산 냉이가 1.5Kg쯤 되니  오늘 밤에 냉이를 물에 담구어 두었다 내일 씼을 겁니다.

내일은 흙에 바짝 붙어서 자라기에 씻는 것이 제일 큰 일입니다.

 

아직 고추장을 담지 않았는데, 고추장도 구정 전에 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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