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시골에서 가마솥에 밥을 할 때는 주로 잡목이거나, 겨울산으로 남자들은 지개에 바소구리를 얹어서 가고,
여자들은 헌 이불호청을 가지고 가서 갈구리로 소나무 낙엽을 긁어서 땔감을 해 오기도 했었는데,
가마솥에 밥을 하면서는 불 때는 입장에서는 제일 재미난 땔감이였습니다.
여름에는 보리타작하고 그 덤불을 사용하기도 했었는데, 잘 마른 것은 마디가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나면서 타서 재미가 났었는데,
덜 마른 것은 연기가 얼마나 나던지?
때론 생솔가지를 땔 때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연기가 자욱하고 불이 과연 붙을까? 싶어도 확 붙어 오르면 그 화력이
기름을 끼 얹은 듯 활활 무섭게 타 올랐지요.
생솔가지는 정지간에서 불을 때는 것은 아니고, 군불 때는 아궁이에는 식구들이 들어 오면 씻는 물을 덮이기도 했는데,
생솔가지가 물을 덮일 정도로 타고 나면 장작을 넣어서 어찌보면 장작불소시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 시절 시골 초가집은 으례 마당은 초여름, 늦가을 타작 마당이 되었고, 이른 아침 마당 쓸면 먼지 피어 올랐고,
불 피우는 연기등등은 초가의 흙벽과 초가지붕은 전혀 부담 없는 그런 어울림이 였습니다.
그 때는 정지간에 큰 가마솥과 작은 가마솥이거나 큰 백철솥의 아궁이가있었지요. 국을 끓일 때는 작은 아궁이에서,
국을 끓였지만, 된장은 본시 뚜겅이 없이 만들어진 옹기뚝배기에 쌀뜨물을 받아 넣고, 된장 풀고, 매운 고추 몇개 썰어 넣고, 여름이라면
애동호박 따 와서 썰어 넣었지만 건데기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 된장 자체가 그 시절은 요즘보다 짭기도 했지만,
밥솥에 찐 밥물 넘어 들어간 된장 뚝배기 하나로 온 식구가 다 먹어야 해서 간이 센 편이였지요.
그러나 겨울의 무청씨래기 조물조물 무치거나, 여름철 열무김치 보리밥과 함께 비벼 먹을 때 그 뚝배기 된장 몇 숟가락 넣으면
그야말로 꿀맛 같은 그런 시절이였습니다.
그런데 준서할미는 지금도 그 된장뚝배기 그 때 그 맛의 된장을 먹고 싶은데, 일단 요즈음 된장은 염도 자체가 낮고,
그 염도 낮은 된장을 풀어서 된장찌개를 직화불에 바로 끓여도 짜면 몸에 해롭다 하면서 간을 싱겁게 잡으니
이건 간이 국을 겨우 면한 정도이고, 그러면서 두부도 넣고, 호박에 덜컨한 양파도 몸에 좋다면서 썰어 넣고,
파도 넣고......준서할미 입에는 도통 아닌 된장 맛이였습니다.
1년동안 준서할미가 호박잎, 우엉잎, 깻잎, 콩잎을 쪄서 숙쌈을 먹을 때 강된장을 끓이면 그때서야 한 숟가락 넣고,
밥 비벼 먹기도 하는데, 국 같은 된장은 몇 숟가락 떠 먹지 제대로 먹지 않습니다.
몸살 끝에 입맛은 없었는데,
이번에 작은딸이 와서 시골에 살고 계시는 시댁에 다녀 오는 걸음에 사돈께서 된장과 간장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된장은 준서할미가 어린시절 먹었던 바로 그 맛이였습니다.
짜기는 한데, 된장 빛깔을 노르스럼하고, 날된장을 먹어보니 처음에는 짠맛이 뒷 맛은 단맛이 나서 실제 염도가 높은데도
단맛이 있어 간장은 짠맛이 강한데, 된장은 느끼는 맛이 삼삼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오늘은,
쌀뜨물에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끓여서 그 물을 된장뚝배기에 붓고는 사돈댁 된장을 맛날 정도로 풀고는,
애동호박 약간, 파 약간, 청양고추 조금, 냉이 살짝 데쳐서 넣어서 두번 끓어 오를 때 된장뚝배기를 내려서 먹었습니다.
본시 된장은 파르르 한 두어번 끓어 오르면서 들어 간 풋고추등의 채소가 제 색이 살아 있을 때가 제일 맛나는데,
요즘 된장은 너무 오래 끓이기도 해서 된장 본래의 맛이 감해집니다.
요즈음은 음식집에 가도 아침에 종일 된장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나갈 된장을 큰 통에 끓여서 준비 해 두고,
손님상에는 그 된장국물을 퍼 넣고, 채소, 두부 넣어서 나가는데, 상에 올라도 뚝배기에서 된장은 보글보글 끓고 있지요.
예전 된장은 밥 솥에 쪄 내었으니 요즘 된장뚝배기처럼 펄펄 오래 끓인 맛은 아니였습니다.
냉이 나물도 했었고, 예전 된장 비슷하게 끓였더니 옛날 시골 된장 맛 난다면서, 준서외할아버지도 제법 된장이 짠맛이 나는데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냉이나물에 된장 놓아 비벼 자시더라구요.
예전 우리 엄니 해 주시던 그 밥솥에 얹어 밥물 넘어 들어간 된장뚝배기의 된장 맛과 얼추 비슷해서 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 세대들은 시골이라해서 예전처럼 밥 솥에 된장뚝배기 얹어서 밥을 하지도 않고,
시골이라도 실내 주방이 있고 전기압력 밥솥으로 밥을 하니,
직화불에 된장을 끓이면 으례 두부가 들어가고, 호박도 들어가고 때론 나물도 들어가서
건지가 많이 들어가고 국 비슷한 된장찌개를 먹고 자라서 오늘 저녁 준서할미가 끓인 된장 맛은 모르고 자랄 것입니다.
준서할미도 올 해 대두 한말 콩으로 메주를 직접 쑤어서 지금 말리고 있는데,
정월 달 장을 담을 때는 예년처럼 염도를 적당하게 하지 세게 담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집 된장도 먹어 본 사람들은 맛나다 합니다. 그러나 세태가 변했고, 그와 함께 장 담은 염도도 낮아 졌습니다.
시골 공기 좋은 곳에서 메주 띄워서 좋은 샘물에 담아서 잘 익은 된장은 도시 환경이 맞지 않은 곳에서 담은 된장 맛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였습니다.
귀한 맛이라고 이웃 친구도 한 종지 맛보라고, 준서이모는 조금만 달라 해서 작은 통에 담아서 보냈고,
한 두어달 시골된장뚝배기 간으로 그 때의 맛 비슷한 맛으로 즐길 수 있겠다 싶습니다.
이제는 무청씨래기를 사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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