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학교 복도에 꽃을 키우는 학생

이쁜준서 2014. 7. 6. 17:36

 

 

어느 고등학교에 신학기가 시작되고 어수선한 한 달이 지나가고

한 아이가 담임선생님께 복도에서 화분 하나늘 놓고 키우겠다고 하더랍니다.

생각지도 않은 말을 듣고, 무슨 꽃을 키울거냐?고 했더니 봉숭아를 키울 것이라 하더랍니다.

봉숭아라면...... 굳이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 허락을 했더니,

한 아이가 화초를 가져 오니, 다른 아이가 화초를 가져 오고 하는 것이 20여개가 되었고,

교실 뒷 쪽에는 빈 화분, 거름, 흙이 아예 있고,

친구들이 폿트의 식물을 가져 오면 화분에 옮겨 심고 가꾸는 것은 봉숭아를 처음 가져 왔던 학생이 돌본다고 했습니다.

 

친구들이 지각대마왕이라 부를 정도로 늘 지각을 하는 아이라

작년까지만 해도 선생님은 자꾸 지각을 한다고 꾸지람을 하시니, 그 꾸지람 하고, 듣는 광경이 반의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되어서 반 친구들에게 조금은 경원시 되었던 학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딱이 친구도 없었고, 올 해도 친구는 역시나 없어도 꽃을 키우니 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친구들이 말을 걸어 주게 되어서 작년까지는 섬 같았던 학생이 올 해는 섬을 면하게 되었다 합니다.

 

꾸지람으로 고쳐 질 것이 아니어서,

지각을 하면 오늘도 청소할 곳이 있는데, 너가 청소를 할려고? 하고,

그 학생은 지각 하는 날은 구석진 한곳을 청소 하고, 반 친구들은, 친구가 꾸지람 듣는 광경을 않보아도 되니 스트레스가 없어지고,

꽃을 그렇게 잘 키워서 콩도 두 화분 있는 것이 줄을 타고 올라가고, 잎들도 반지르 윤이 나게 아주 잘 키워 놓았고,

봉숭아는 아예 나무처럼 자라서 꽃이 얼마나 많이 피었는지 반아이들은 그 봉숭아로 손톱에 물을 들이고,

다른 반 아이들도 손톱에 물을 들인다 했습니다.

 

하루는 교무실로 찾아 와서 일기 예보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그만 잊어 버리고 고양이를 베란다에 내어 놓고 왔는데,

가서 실내로 들여 놓아야 한다고 부탁을 하더랍니다.

그런 사유로 수업을 재끼고 가라 할 수는 없고,  비는 그칠 것 같지도 않고,

점심시간에 갔다 오라고 외출증을 끊어 주었더니,

가니 비를 맞고는 그래도 한 쪽 구석에 숨어 있더라면서 그 학생의 얼굴에 미소를 볼 수 있었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