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서네에 가 있는 3주간 준서외할아버지 혼자서 식사 해결도 문제였지만,
옥상 식구들 관리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집에 오고도 또 한주간 중에 비가 한번 오기도 했지만, 준서할미 몸살이 나서 옥상 관리를 하지 못했고,
올 봄 누가 모종을 주어서 심었던 청양고추 몇 포기가 준서할미 키 보다 더 크게 자랐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작설차처럼 작은 새 잎들이 나오고, 맺힌 고추가 제대로 자라지 못할 듯 해서
고추 대를 뽑아 내고, 상추 씨앗을 뿌렸다.
자라서 솎아 먹을 수 있으면 좋고,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서 씨앗 발아부터 늦어 질것이고, 그 자람도 늦어 질것이라 그대로 겨울을 나면,
내년 봄까지 살아 있는 포기들이 있다면 새 봄 화분에 옮겨 심으면 봄에 씨앗을 뿌린 것보다 더 빨리 자란다.
옥상에서 나오는 식물 부산물들은 태우거나 말려서 사용한다.
준서이모가 어제 해 질 무렵에 옥상에 같이 올라 가자고 했다.
계단을 올라 옥상에 발 디딛는 순간 좋은 향기가 났다.
우선 수생식물이 있는 곳에 앉아 물양귀비, 어리연 하나, 부레옥잠이 핀 곳에 앉으니 향기가 더 짙게 나는데,
수생식물 꽃에서 나는 향기이기보다는 반들반들한 수생식물이 담긴 통 전체에서 나는 향기인 듯도 하고,
수생식물 있는 곳으로 바람이 모여서 나는 향기 같기도 했다.
서서 돌아 보니, 꽃도 피지 않은 새 잎들이 무성한 병꽃나무에서도 향기가 나고,
새로 잎 갈이를 한 만첩복사꽃나무에서도 향기가 나고,
란타나, 개똥쑥,로즈마리, 민트종류 허브들은 향기가 짙은 식물이지만,
비단 향기 식물들에서만 나는 향기가 아니고, 나무들의 각각의 향기를 바람이 깨어나게 해서
옥상의 향기 바람이 되었다.
그 폭염의 여름을 이겨내고 식물들이 부르는 향기 합창인 것이다.
식물에서 나는 향기는
꽃이 피어서만이 아니고, 봄에 꽃이 피고, 가을이라 새 잎을 올리면서 나무자체에서 향기가 난다.
향기란 말도 좋지만,
향기 바람이란 말은 풍기는 말의 의미가 너무 좋다.
옥상에서 내 몸을 감싸 안는 향기 바람은 말보다 실제는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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