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촛대바위 근처의 해당화
이 몇일은 하루 한두 차례 소나기가 온다.
소나기란 것은 전혀 비가 오지 않을 맑은 날에 갑작스럽게 빗방울 떨어지면 지나가는 비구름이 겠지....
하다보면 그 생각도 지우지 않았는데, 이내 빗방울 굵어지면서 천둥번개 동반한 폭우가 내린다.
옥상에 널어 놓았던 덜 마른 빨래도 걷어 들이고,
옥상의 식물들도 혹여 비설거지 해 줄것이 있는지 보다 보면 옷도 적시고,
어제도 오전까지는 굽힐 듯이 뜨겁던 햇빛이 순식간에 구름에 가려지고,
오후에 빗방울로 시작한 비가 강한 빗줄기에 바람까지 타서
창문으로 줄줄 흘러 내리는 것을 보고는 준서가 할머니 폭포가 생겼어요라 했다.
유리 창문으로 무섭게 빗물이 흘러 내리는데, 소나기성 비다 보니 천둥, 번개도 요란하다.
준서가 제 가슴이 뛴다면서 들어 보라고 오기도 했지만,
또 은근히 그 천둥번개 소리가 일상이지 않아서 신기한지 옆으로 오지 않았다.
예전 고향에서,
또 준서할미 젊은 에미이던 시절에는 시어머님 천둥 번개가 워낙 겁나게 치면,
무언가를 태워서 연기를 만드셨다.
하늘의 분노함에 의지할 곳이 없는 맘이 여기는 사람 사는 곳입니다라고 하늘에 알리는 것이였지 싶었다.
벼락이 무서워서.
비가 너무 세차게 오고, 천둥번개가 쳐서 옥상이야 어찌 되던 올라 가지 않았더니,
조금 비가 숙어질 때, 옥상에 올라 갔더니,
화분들은 넘어지고,
고추잎 몇개가 우수관 매쉬를 막아서 물이 첨벙거리고, 도자기 화분은 넘어져 깨어지기도 했다.
조금 멈춘 듯 하다가는 또 오고,
빗줄기는 강하고,
이 몇일 오던 소나기 중에서 제일 강했다.
준서가 있어 밤 10시에 소등을 하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잠을 깼다.
창문 하나를 열었더니 시원한 바람이 창문 밖에서 서서 기다린 듯이 확 몰려 들어 온다.
창문을 다 열고, 옥상으로 바람 쏘이러 올라 갔더니, 하늘은 구름이 가려 있어도,
군데 군데 별이 보인다.
한창 홍고추를 따 낼 때인데 잘 지어 놓은 고추 농사 이 몇일의 비로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벼이삭이 피어 오르던데, 논농사에도 피해가 없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다.
지게에 담긴 허브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 시인은 말했고,
그 또한 그러하다.
국화는 진딧물도 많이 꼬이고, 거름기도 있어야 하고, 키가 너무 크면 비 바람에 옆으로 눕듯이 되고,
정말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가 그리 울었는지는 몰라도 봄부터 가을 꽃 피우기까지는
갖가지 자연 재해를 이겨 내어야 하긴 하다.
담 밑에 소국이 잎사귀는 모양은 없고, 빗물에 흙이 튀어 오르고, 옆으로 누워서 윗 쪽만 꽃대를 올리고
그렇게 자연 재해를 이기고 스스로 피워 낸 소국은 참 향기롭다.
향수를 모아 모아 담아 낸 듯이 향기로워서 아침 등교길에 작게 꺾어서 그 향기 맡으면서 십여리 길을 걸었는데.....
한옥에 살 때엔 봄에 국화 삽목을 해서 대국, 중국, 소국들을 한 마당 키워었다.
그렇게 사람이 손질해서 키워 낸 소국은 그 때 그 향기는 아니였다.
물론 아주 좋은 국화 향기는 났었지만.
한 톨의 쌀을,
한 개의 붉은 고추를 익히기 위해,
한알의 과일을 익히게 위해,
농사 지으시는 농부님들은 자연의 재해를 이겨 내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이 받기도 하고,
블로그를 하다보니,
농사를 하시는 블벗님들이 계신다.
자연 재해에 관심이 더 간다.
준서할미가 농사를 직접 짓는 듯 재해를 받으시면 안타깝다.
도시에서 사 먹는 농산물일지라도, 늘 감사한 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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