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다 펴고 나를 때는 나비가 입은 옷이 참 이뻤다.
저 나비를 찍으려고 준서외할아버지 나비따라 한참을 풀밭을 다녀서 건진 사진이다.
배추 흰나비나 노랑나비보다 더듬이가 짧다.
야산이나 강변을 다녀 보면 나비는 그 나오는 시기가 있는 듯 하다.
버스에서였다.
두어 정류장 가니 16개월 된 여자 아기들을 아기 할머니가, 아기 엄마가 앞으로 안고 타게 되었고,
30대 여자가 얼른 아기 할머니께 자리를 비켜 드렸고, 아기 엄마는 앞으로는 아기를,
뒤에는, 소지품이 든 등짐 가방을 메고는 키도 160m도 모자른 듯 한 몸으로 연방 할머니와 함께 한 아기에게
하이파이브라면서 손을 맞대고 놀아 주고 있으면서,
정류장 안내 방송이 나오고 나면 자꾸 뒷 쪽으로 보았다.
아기들이 쌍둥이로 보여서 사람들 눈이 그 아기들에게도 쏠려도 아무도 아기 엄마에게 자리 양보를 하는 사람이 없었고,
얼마나 힘이 들면 앉을 자리를 찾겠나?
준서할미도 자리 양보 할 형편이 아니어서 앉을만한 자리가 혹여 날런지 싶어 살폈다.
부전나비 쯤 되는 작은 나비인데 이 아이는 더듬이도 치장을 했다.
날개를 편 모습은 참 아름다운데.....
몸에 비하여 아주 큰 날개라 동화 속이라면
하늘 나라까지도 갈 수 있겠다.
마침 다음 정류장에 내리면 자리가 날 듯 해서, 뒤 돌아 볼 때 손으로 가르키면서 웃었는데,
그렇다면 그 자리 손님이 내리기 전 올텐데, 얼른 오지 않고, 그 자리 손님이 내리고 다시 버스가 출발하니
오는데, 뒷 자리에 앉았던 여자 손님이 얼른 자리를 바꾸어 앉아 버린다.
왔다가 멈칫하니,
바꾸어 앉았던 50대로 보이는 손님이 내가 뒷자리 갈께 여기 않으소 하고 비켜 주고 앉게 되었다.
그 때 아기들을 물으니 16개월이라 하고 썅둥이라 했다.
그렇게 앉아 한 정류장을 지나 갔는데, 70대 호리호리 한 할아버지가 타시게 되었고,
자리를 두리번 거리고 찾다 서 계셨다.
그 할아버님이 서서 두 정류장을 가도 자리가 나지 않으니 그 아기 엄마가 할아버님께 자리를 비켜 드리고,
할아버지는 사양을 하시다가,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시는지?
앉으시란 말에 다음 정류장에 내린다고? 하시고는 아기엄마가 비켜드리는 자리에 앉으셨고,
아기 엄마는 다른 아기가 있는 자리로 다시 가서도 3개 정류장을 지나고서야 바로 뒷자리에 앉아서 2정류장을 지나고서야
내렸다.
힘이 들어서 그렇게 자꾸 자리를 찾는 듯 하더니,
70대 할아버님께 아무도 자리 양보를 하지 않으니 18개월 된 아기를 앞으로 안는 자세로 띠를 메고선
키 160m도 않되는 그 왜소한 몸매의 아기 엄마가 자리를 양보 했다.
참 예쁘게 잘 자라 결혼해서 쌍둥이 아기를 둔 아기 엄마가 되었다.
어찌나 보기가 좋던지....
정말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논과 밭이 있는 곳인데, 박주가리 꽃에 앉지 않고 이 자세로 팔랑팔랑 꿀을 먹다가는
날아 가버리고, 다시 비잉 돌아서는 또 오고,
이 녹색들은 한 여름날의 빛이다.
이 나비 사진을 찍고는 준서외할아버지 물, 물, 물.
준서할미는 아직까지도,
노인분들에게도, 아기 엄마들에게도, 임신부에게도 자리 양보를 잘 한다.
신경통으로 병원치료 2주 받고 이젠 병원을 가지 않아도, 다리에 힘 쏠리는 감각이 전과 다르고,
허리도 아파서 조심 조심 처신을 하는 중이라 도저히 자리 양보를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요즘 호강스럽게 자란 젊은 엄마들은 아기 둘을 데리고 아예 버스 탈 생각을 못 한다.
저녁 찬 값이 택시비로 다 들어도 이 폭염의 여름 날 택시를 타고 갈 터인데,
참으로 이쁜 젊은 엄마였다.
할머니, 쌍둥이 아기들, 그 아기들 엄마, 모두가 눈이 비슷하게 생겼고, 코는 더 닮았고,
그 할머니가 친정 엄마 같았는데, 수수한 차림의 아기 할머니는 그 딸을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키우신 분이다 싶어
다시 보게 되었다.
모임이 있어 만나, 친구집으로 꽃 구경을 가는 길이였고,
친구는 늘 아파트에만 살아서 마당을 화단으로 만들어 살고 싶어 한옥을 사서 마당이 전체를 화단으로
식물도 생각을 해서 배치한 집인데, 시원한 실내에서 온통 녹색인 마당을 내려다 보면서 매화차를 마시는 것은
여유로움이었다.
비가 올 듯해서 얼른 나서고,
손에는 여름수국, 수생식물, 음나무, 오가피 나무 말린것, 장대비가 내리기 전 버스는 탔는데,
같이 간 친구가 승훈이 에미 심부름이 있다면서 마트에 내리다 도로에 물이 발까지 차고 흐르고 있었고,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탈 때, 버스에서 내릴 때, 장대비가 내렸고,
집에 와서는 옥상 우수관을 보러 올라 갔다가 이것 저것 만지느라 장대비를 또 맞고,
장대비를 맞는 기분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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