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제대로 키운 아이들 1

이쁜준서 2013. 4. 21. 05:45

 

어제는 오래도록 쌀을 직거래 해 왔던 곳에서,

아들이 쌀 1가마 2포를 배달을 해 주었다.

마지막 쌀을 찧을 때, 반가마를 부탁을 해 둔 것인데, 이웃의 친구것과 준서할미네 것-  40Kg 두 포대를 가져 왔다.

지난 주에 미곡을 했다 하고, 너무 날씨가 따뜻해서 미곡을 하면 벌레가 이내 생겨서 그 시기가 있다 한다.

 

준서할미가 배달 온 그 아이를 만난 것은 그 아이가 다섯살 때였는데.

해 마다 그 아버지가 쌀을 배달 하러 와서는,

대학을 입학했다 해서, 군대에 갔다 해서, 군대 제대를 했다 해서, 어제는 물었더니 올 봄 대학교를 졸업했다 한다.

몸집이 작은 편인데도, 한창 힘이 솟아 나는 청년이라 40Kg 한 포대를 어깨에 얹고는

3층까지 거뜬하게 올려다 주었다.

그 아버지는 논농사 100마지기를 짓는 사람인데, 그 아버지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주는 장정으로 자란 것이다.

 

3월달에 부산으로 친정 동생네로 갔었다.

작년에 이사를 했다 해서 즉시에 못 갔는데, 외사촌 언니와 함께 가게 되었다.

지하철 역에 내려서, 큰조카가 마중을 나왔다.

할머니 밑에 자라서, 초등학교 때부터도 인사성이 있던 아이였는데, 올 봄에 대학교를 졸업 했는데도

고모들이라고 해도 아주 오랫만에 만났는데도 반갑게 맞아 주었고, 준서할미의 가방을 받아 들고는 앞장 서서 갔다.

 

집으로 갔더니, 동생댁도 일하는 사람이라 늘 바쁜 사람인데,

얼마간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동생이 퇴근해 오고, 저녁상을 차리는데, 군에도 갔다 오고, 올 봄 대학을 졸업한

조카가 주방과 거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어느 집 딸래미보다 더 잘 거들었다.

그렇게 도우지 않는다고, 즈그 엄마나 즈그 아빠가 뭐라 하지도 않을 것인데, 엄마가 일하고 와서 힘든다고

엄마를 도움되게 잘 도왔다.

저녁 식사후 이모님댁에 외사촌 언니를 데려다 주러 갔다 왔더니,

즈그 엄마 말로 개수대에 들어 있는 그릇은 설거지를 해 놓았더라 했다.

 

 

준서할미 세대들은 아들이건 딸이건 제 힘껏 집안 일을 도왔고, 시골에서는 도시 공장으로 나가

돈을 벌어서 집으로 보내 주면 모아서 소도 사고, 땅도 사고, 남동생들 공부도 시켰다.

아들 자식은 농사도 도우고, 집안에서 힘쓸 일도 자라면서 제 체력껏 도왔다.

그 시대 자식들은 대접을 받는 자리가 아니고, 제 힘껏 집안을 도우고, 부모님이 연세가 드시면

부모님을 모시고, 받드는 것이였다.

 

그런데 준서할미 세대는 자식들을 잘 못 키운 세대이다.

여러가지 사회환경이 변해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할 수 있긴 하지만,

그냥 자식을 상전이 되게끔 키운 세대들이다.

 

어제 배달 온 아이나, 친정 조카나

참 대견하게 자란 아이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가 잘 못 보아서 그렇지, 부모에게 힘이 되어 드리는 젊은이들이 많을 것이다.

많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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