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오래 묵은 장 맛 같은 사람

이쁜준서 2013. 4. 15. 16:41

 

시건 :

                식견이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식견 : 보고 듣거나 배워서 얻은 지식 견문 

 

만개한 가침박달나무 꽃

 

 

 

첫돐을 갓 지난 승훈이는 한창 보고, 듣고 스스로 배워 나가는 것이 왕성한 시기이다.

아직 엄마를 지칭해서 엄마라 부르지 못하고, 입을 어찌 떼면 엄마도 되고, 아빠도 되고,

그러다 엄마가 외출하고 엄마가 보고 싶어 울 때에는 엄마 엄마 엄마하면서 울 때는 엄마 소리가 영글다.

잠을 자지 않으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니 승훈이를 데리고 놀다 잠시 잠깐에

승훈이가 에미를 깜짝 놀라게 하면 승훈이 에미가 저도 모르게 [아이구] 하니

놀면서 승훈이가 [ 아이구]라 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곧 말을 배우지 싶어진다.

 

우리는 이렇게 아기 때부터 보고, 듣거나 해서 스스로 배우고, 또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배우고, 책을 통해서도 배우게 되니

우리는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 처해진 환경 속에서 배우고 자라고, 성인이 되어서도 죽는 날까지 보고, 듣고 배우게 된다.

그래서 우리들은 평소에는 이 변해진 세상에서 양반을 찾을 필요도 없다가, 혼사 일이 생기면

부모님이 다 계신가를 찾고, 성씨를 찾게 되는 것이다.

 

자라면서도 수준 있는 환경에서 자라야, 경상도 말로 시건이 있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인데,

성인이 되어서까지 시건이 없는 사람이 아무리 나이가 들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확 변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절도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 했다.

신부는 계속 잇몸을 드러나게 웃는 얼굴로 신부 입장 석에 서서도, 옆에 도우미와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주례선생님 주례사를 들으면서도 계속 웃었는지? 주례선생님께서 주례사를 하시다가,

신부가 아주 좋은 모양이라고, 그렇지요 딸을 낳으셔야지요라 해도 주례사 다 듣고 돌아선 모습도

역시나 잇몸 드러내고 웃는 얼굴이었고,

축가를 부른다고 나온 신부의 친구들도,

그 날이 어떤 날이고, 그 날의 그 장소가 어떤 자리인지나 아는지?

마땅하게 지켜 할 행동 수준에서 너무 많이 내려 가면 - 그야말로 민폐이거늘.

 

 

우포 늪의

수령을 가늠 할 수도 없는 왕버드나무의 당당한 아름다움

 

 

요즘 흔하게 된장을 적어도 2년이상을 묵히고, 3년, 5년 된 된장은 맛도 있을 뿐이 아니고,

그 된장 자체가 약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오래 두었는 세월만으로 된장이 맛이 있어 지는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맛 있는 된장을 오래 두어 오랜 시간이 서서이 발효를 시켜야 맛이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네 세상살이는 먹거리마저  너무 믿지 못하게 돌아 가고 있다.

친구의 언니는  고사리를 꺾어 동생도 좀 주고 팔기도 했는데, 장날 가지고 나가면 이 고사리 진짜로 꺽은거냐?고

수입산이 아니냐고?  그 믿어 주지 않음이 싫어서 필요한 정도만 고사리를 꺾는다고 했다.

 

지난 해는 콩을 너무 늦게 구했고, 날씨가 연달아 너무 추워서 메주를 끓이지 못했다.

블로그로 오래 알고 지내는 곳에서, 청국장을 택배로 주문해서 먹었던 곳인데, 청국장이 가장 예전 고향에서의

맛에 가깝고, 청국장을 만드는 과정이나 메주를 만드는 과정이 믿어워서 그곳에서 메주를 주문했다.

균을 첨가해서 메주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황토방에서 예전 자연 발효하던 그대로 메주를 발효 한다 해서.

 

친구더러 그곳에서 메주를 사자고 했더니,

어떻게 믿느냐?고,

실제로 그렇게 따지면 믿을 곳이 없다고. 적당한 선에서 이정도이면 믿을 수 있다 생각하고

설사 속는다 해도 믿어 주어야 만드시는 분들도 믿을 수 있는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신다고 말 하면서,

그렇게 산 메주로 생수를 사서 간장을 담았더니 맛들어 가는 장이 맛이 있다.

간장 한종지 떠서 양념장 만들어 먹고 싶을 정도로.

 

장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좋은 물에 적어도 3년 이상씩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국산콩으로 자연발효 된 메주로 장을 담아,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장항아리를 두고 살피면( 정성) 장은 맛나게 되어 있다.

 

장맛은 인공이 아니고, 자연이 만드는 것이다.

장을 된장과 간장으로 가르는 날, 된장은 예로부터 장 뜨는 날은 찬물을 넣어도,

국수 삶은 물을 받았다 넣어도 된다라 하셨으니,

곰팡이가 피지 않을 만큼의 염도만 유지해서 천으로 뚜겅을 하고, 햇빛을 보여 주면,

벌레도 생기지 않고, 적당한 기간이 지나면 장이 맛이 든다.

요즘 자연 햇빛을 받는 환경이 모자라다 보니 준서할미 경험으로는 메주덩이를 치댈 때 소주도 첨가하면

염도를 조금 싱거운 쪽으로 맞추어도 장 맛이 변하지 않고, 맛나게 숙성되었다.

 

결혼식에 다녀 와서 수준이란 말을 생각하게 되었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선이되 최고를 고집하진 말아야  (0) 2013.04.17
격이 있는 사람들  (0) 2013.04.16
친구가 없다는 사람  (0) 2013.04.14
영등할미의 달 바람달  (0) 2013.04.10
떡 방앗간 젊은 쥔장  (0) 2013.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