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영등할미의 달 바람달

이쁜준서 2013. 4. 10. 06:30

 

 

지난 겨울은 만첩복사꽃 나무들에게는 최악이었다.

오래 된 복사꽃 나무가 그 목숨마저 간당간당 할 정도로 겨울은 혹독했고, 겨우 꽃 명송이 필 뿐이다.

자식 나무 기르던 것이 작년에 2년만에 처음으로 꽃을 피우고 작년 1년 자랐던 나무가

잎도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고사 할 듯 하다.

 

 

오늘은 음력 삼월초하루이고,

예로부터 음력 삼월삼짇날이면 강남에서 제비가 온다는 날이다.

강남이란 말이나, 제비란 말은 이제부터 따뜻한 날씨가 시작 된다는 것이기도 할거다.

예로부터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이다.

 

                                       위 사진과 같은 나무인데, 2009년 봄이다.

 

 

어제 음력 2월 그믐이었는데,

영등할미는 음력 2월 초하루날 하늘에서 내려와서 20여일 있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 간다 하지만,

사실 음력 2월 한달은 바람이 많이 불고 추운 때이다.

하늘에서 영등할미가 내려 올 때, 딸을 데리고 내려오면 바람이 심하게 불고,

며느리를 데리고 내려 오면 비바람이 분다고 했는데,

영등할미 입장에서는 비바람이 불면 저고리 젖어 행색이 예쁘지 않아 며느리 데리고 내려 온다고 하고,

바람만 불 때엔 딸을 데리고 내려 온다 했지만,

 

                      2012년 봄의 같은 나무이다.

                                   오래 된 나무가지에 꽃몽오리 피어나는 색은 햇가지보다 더 오묘한 고운 색상이었다.                                 

 

 

한 해의 농사를 점 칠 때엔 영등날 비바람이 불면 그 해 농사가 풍년이 된다고 점쳤는데,

그러고 보면 딸을 남의 집으로 보내는 것이고,

며느리는 내집으로 남의 식구가 와서 후대를 낳고 기르는 것이니

옛 선조님들 풍자도 참으로 멋스럽다.

 

준서할미가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에는 준서할미는 끼니가 모자라는 집에 살지 않았지만,

여름이면 거의 꽁보리밥에 가까운 밥을 먹었고, 겨울에는 그래도 쌀을 조금 넣은 밥을 했지만,

쌀을 아낀다고 겨울에는 아침은 무를 넣고 밥을 하고, 낮이나 저녁에는 콩나물 경죽, 씨래기 경죽,

낮에는 김치 밥국이나, 고구마를 삶아 몇개 먹으면 그야말로, 한 점 먹는 점심이었고,

 

그 시절 귀한 찰밥은,

가족의 생일날, 정월 대보름날, 음력 이월 초하루 영등할미 내려 오는 날 뿐이였다.

영등날도 찰밥을 해서 짚 한줌으로 앞, 뒤로 묶어서 나물과 찰밥을 담아 장독 위, 감나무 위에 얹었 두었고,

그 밥은 새들이 먹었지 다시 가져다 먹지는 않았다.

 

영등날이 지나면 남의 집 머슴 공밥 먹지 않는다 했다.

한겨울보다 바람달이라 해도 상대적으로 날씨가 풀려 가는 때이니 남자들은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기도 하고

따뜻한 날은 거름을 내기도 했었다.

그렇게 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니다 보면 집 안 식구들 보여 준다고 나무지게에 진달래 꺾어 꽂아 오기도 했었지.

 

 

올 해 씨뿌렸던 상추이다. 이 정도 자라면 기침도 하지 않고 잘 자란다.

전날 하루 종일  밤까지도 비가 왔고, 이날 아침까지 이슬비가 내렸기에

이 작은 상추 잎에도 빗방울이 생겨 있다.

 

3월 13일부터 바람달이 시작되어 어제까지 음력2월이어서 날씨가 예년보다 올 해가 따뜻해서

한번씩 추운것이 변덕스럽다 싶어도 실상은 몹씨 바람이 부는 날이 잦은 음력 2월 바람달이였던 것이재.

오늘부터는 3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 오는 3월이다.

 

어제는 바람이 오전보다 오후가 더 불었다.

그제, 어제는 이불을 옥상에 널어서 거풍을 했다.

겨울 솜이불, 봄 차렵이불은 끝을 내었고, 여름 홑이불은 오늘 끝이 날 것이다.

 

꽃피는 춘삼월은 양력 4월로 끝이 나고 아카시아 피는 5월이 되면 하마 초여름이 묻어 있어

봄이기 보다는 초여름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 묵은 장 맛 같은 사람  (0) 2013.04.15
친구가 없다는 사람  (0) 2013.04.14
떡 방앗간 젊은 쥔장  (0) 2013.04.10
하루 하루가 늘 즐거운 준서할머니!  (0) 2013.04.09
모범적인 결혼식  (0) 2013.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