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시집을 간다는 것은?

이쁜준서 2012. 3. 27. 16:24

아직은 나무가 작지만 이렇게 큰나무로 자랄 것이 저 나무 밑에서 주어 온 씨로 싹을 내어 키우고 있다.

 

아침을 먹고, 옥상에 올라가서,

풀꽃, 꽃나무들을 오전 내내 심었습니다.

흙이 모자라서 새벽에 나가서 연탄재 8개를 구해 와서는 손질을 해서 방울토마토를 심으려고 큰 화분 3개에 담아 놓은

흙과 섞었습니다.

                                                           바로 위 나무의 꽃가지 이다.

 

준서외할아버지와 한 사람은 심겨지는 식물을 붙잡고, 한사람은 흙을 넣고,

준서외할아버지는 작은 도자기 화분은 식물에 맞는 것을 고르기에 준서외할아버지는 화분을 골라 오면

준서할미는 화분 밑바닥이 배수가 잘 되도록 채워 넣고, 또 다시 둘이서 식물을 심고,

한사람은 심겨진 화분에 물을 주면 한 사람은 옥상 바닥을 치웁니다.

        만경화라 부르기도 하고 만첩복사꽃이라기도 하는데, 이 꽃은 나무의 키가 크게 자라지 않는다.

 

결혼식 후 신혼여행을 다녀와 시댁으로 가는 것은 시집을 간다고 말 합니다.

신부측에서 하는 말입니다.

신랑 측에서는 시집을 온다고 합니다.

시집을 가는 것은 새로운 집에서 정착해서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태어나고 자랐던 곳에서는 뿌리까지 걷어서 훌훌 가버리는 것이지요.

온 곳에서 남의 부모가 내 부모가 되고, 자식을 낳고 뿌리를 내리는 것이지요.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장차 그 공간은 내것이 되는 것이지요.

 

                                                 바로 위 사진의 꽃인데 순결한 백색에 처음 보고 가슴을 떨리게 한 꽃이다.

준서할미 음력 정월 그믐날 결혼식을 했고, 그 다음날은 음력 2월이라 달 넘기는 결혼식은 하지 않아야 하고,

또 음력 2월은 바람 달이라고 [맞잔치]라는 것을 했습니다.

결혼식날 부산에서 대구까지 그 때는 자가승용차가 일반 가정에는 없었기에 택시를 타고 왔었지요.

딸을 혼자 보낼 수 없어 상각까지 함께 왔었지요.

             우리 옥상에서 준서할미가 제일 좋아하는 만첩복사꽃 꽃분홍이다.

        준서외할아버지가 꽃이 너무 이뻤다면서 씨알 서너개를 가져 와 싹이 나고 키운 나무여서......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언병아리 같았던 준서할미도 40여년이 다 되어 가니,

시어머님이 살아 계시긴 해도, 시어머님 자리를 이어 받아 모든 일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 중심이 되어 온 과정을 생각해 보면,

김장을  맡아 해 졌고, 장을 맡아 담게 되었고,  시동생, 시뉘들의 결혼식을 치루기도 했었지요.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식을 낳았고, 그 자식들이 성장한 세월이 있지요.

이젠 준서할미라는 이름으로 우리 가족의 중심이 되어 있습니다.

                                                               바로 위 나무의 꽃이다.

 

 

오늘 심겨진 풀꽃이나 나무꽃들이 다 우리집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뿌리 잘 내려서 잘 자라서 우리집 옥상 식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풀꽃이나 나무꽃이나 다 정을 담뿍 담아서 우리집으로 시집을 온 것들입니다.

 

잠 오지 않는 밤이나,

여름날 일찍 깬 새벽녘에 옥상에 올라가 꽃들과, 꽃나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 꽃들에게서는, 이쁜이들의 얼굴도 보일 것입니다.

등이 따스해지는 그런 이야기가 있게 될겁니다.

 

오늘 옥상에는 여러 생명들이 시집을 왔습니다.

어제 오늘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