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동태머리 탕---세월이 가면 더 먹고 싶을 맛

이쁜준서 2011. 8. 28. 11:37

70년대는 명절을 앞 두고 시어머님 동네 친구분들과 수산시장으로 가십니다.

동태를 한 상자 사서 두집에 나누어서 사 오십니다.

그러면 10여마리인가? 하옇튼 부어 놓으면 다라이 그득합니다.

동태포를 모두들 손수 뜨시는데, 시장에서 어물전을 채려도 되실만큼 상인들보다 더 일정하게 얇게 뜨셨지요.

그리고는 하나 버리는 것이 없습니다.

 

우리세대들의 어머니들은 바느질, 살림살이등에 못하시는 것이 없으신 만능이신 분들이셨지요.

우리집 사람들은 좀 까다로워서 동태 내장의 곤과 알만 먹었지만, 동네 분들은 내장을 거의 버리는 것 없이 다 탕으로 하십니다.

동태머리의 반쯤은 다져서 동그랑땡처럼 구울 것이고, 나머지 반의 동태머리와 포를 뜬 등뼈 알과 곤을 합하여 탕으로 끓이면

동태머리에서 나온 시원한 맛은 동태 한마리를 다 넣고 끓인 탕보다 더 맛났습니다.

 

그래서 우리집 아기들은 서너살만 되면 그 탕에 생선살을 발라  밥 숟가락에 얹고, 국물도 떠 먹이고, 눈알도 싱싱하니 먹어라고 주었기에

알도, 곤도 다 잘 먹습니다.

준서가 자랄 때는 환경이 달랐지만, 포를 서너마리 뜨고, 한마리 탕을 해 먹게 장만해서 서너마리 포 뜬 동태머리도 등뼈도

혹여 들어 있는 알도, 곤도 넣어 탕으로 끓인 것을, 준서가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먹었습니다.

동태탕이나 조기를 구으면 꼭 눈알을 달라 했고, 싱싱하면 주었지요.

 

어제는 하마 추석 건어물, 어물 장을 봐 왔습니다.

어차피 어물을 몇일 앞서 보아 와도 냉동실에 보관 할 것이라 시장이 덜 복잡 할 때 재래시장에 간 것입니다.

어물전에서 우리가 포 뜬 생선에 전화주문으로 생선 포를 뜬것은 동태머리며 등뼈를 가지고 가지 않기에 더 얻어 왔습니다.

그러니 동태머리가 6개나 되고 등뼈도 6마리 분이니 아주 많았습니다.

장만하기에 아가미도 떼어내고 해야하니 죽은 생선이 손가락 문다고 조심 조심 장만해서 오늘은 손가락 찔리지 않았습니다.

아주 맛난 아침상이였습니다.

 

아마도 준서엄마 세대 중에는 준서엄마처럼 먹는 맛은 아는 사람들이 있어도,

손가락 찔려 가면서 생선비린내 손에 묻혀 가면서 손질해서 먹을 사람이 없으니 우리 세대가 현역이 아니고서는

먹을 수 없는 맛일 겁니다.

 

수북하게 한 그릇 떠다 먹어도 실상 입에 들어가는 것은 얼마 없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 - 당연히....-

작은 양재기 하나 갖다 상 밑에 놓아야 합니다.

 

오늘은 생선에 찔리지는 않았는데, 압력 밥솥에 금방 김을 빼고 스텐 밥통에 담아 전기 밥솥에 보온으로 넣는 과정에서

얼마나 뜨겁던지 왼쪽 엄지손가락이 찔렸습니다.

깻잎을 씻어 놓았는데 손가락을 쓸일이 많아서 잠시 화기라도 갈아 앉으면 덜 아플 듯해 일을 두고도 컴에서 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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