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니 그제의 일이였습니다.
블벗님께서 정말로 무공해로 총각무를 기르셨고,
나눔을 해 주시겠다 해서 받았습니다.
산골 밭에서 자연퇴비와 효소만으로 기르셨다는 총각무우는
하나 깍아 맛을 보았더니 아삭아삭 땅 심이 깊은 밭에서 비료를 주고 기른 것과는
차이가 났습니다.
표현을 하자면 총각무를 두개 들고 부딛히면서 소리를 내면
타악기 소리라도 날듯하고, 알밤이 부딪히는 그런 소리가 날듯한 그런 무였습니다.
서리에 잎이 말라 서둘러 수확을 했다는 총각무는 다듬어 보내시긴 했지만,
무청 밑에 칼질을 하고 아이들 먹을 것이고, 김장김치처럼 오래 먹을 것이 아니어서
칼로 무껍질을 긁어 손질을 하다보니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아이들 줄 생각에 그리 다듬었지요.
냉장고에 홍초 얼려둔것을 갈고,
단맛을 가미시킬려고 배도 갈고,
무, 생강, 새우젖갈도 갈고,
마침 조금 남아 있는 청각도 한줌 다져 넣고,
찹쌀풀에 함께 양념을 개어서
생굴박스에 두통
준서네, 준서이모네 각각 따로
감기약 만든것과 함께
보내었습니다.
금요일에 보내어야 토요일에 들어 갈 것인데,
갑작스레 친척의 초상이 났다는 연락이 왔고,
울산까지 다녀 와야 하고,
그러면 토요일 택배를 보낼 수 밖에 없고,
텃밭친구는 금요일 집에 없을 것이고,
좀처럼 남에게 부탁하기 싫어하는 준서할미가
바로 뒷집 칠순이 넘으신 형님께 부탁드리고
택배를 금요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그 총각무 김치를 먹게 되는 것은
농사를 지어 주신 블벗님의 감사함이 먼저이고,
잔 손질해서 담아 보낸 준서할미도 있고,
단단하게 포장 해 준 준서외할아버지도 있고,
묵히지 않고,바로 보낼 수 있게 대신 보내주신 이웃분도 계시고.....
세상사는
총각김치가 상에 오르기까지
이렇게 둘러 둘러 따뜻한 맘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우리 세대만이 아니고,
이 각박한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 세대까지,
우리 준서가 어른이 된 세대까지
둘러 둘러 따뜻한 맘이 흘러
세상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시장에 가면 요즈음은
그리 어렵지 않게 총각무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총각무우 김치는
그 식재료인 총각무부터 달랐습니다.
언젠가는 만날 블벗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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