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겨울엔 죽

이쁜준서 2025. 2. 3. 08:02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시골은 양식이 넉넉하던,
아껴 보리고개까지 먹어야 하는
집이던 겨울에 양식 아끼는 것은
같았다.

아침에는 무밥을 했고,

점심 때는 아침에 먹고 남은 밥에
김치를 잘게 썰어 넣은 김치밥국이
좀 모자란다 싶으면 밀가루 조금 반죽해서 수졔비를 떠 넣었고,
그 때부터 그 수제비 때문에 김치밥국을 좋아 했다.

겨울에는 집집마다 콩나물시루
안방에 놓아 길러서,
저녁에는 콩나물 죽이나,

무청시래기  삶아서 된장 약간 풀어서 시래기 경죽이라는 것을
끓였다.
입춘이 지나면 어린아이들이 양지바른 밭둑이나 논둑에서 냉이등의 봄나물을 뜯어온 것이 조금이면 시래기 경죽에 넣으면
그 죽은 향긋하고 달큼한 뿌리 맛까지  있어 별미죽이 되었다.

그 시절 입춘이  지나고,
한참있다 아이들이 언 손 호호 불면서 들나물 뜯어오면 된장은 가마솥 밥솥에  뚝바리 넣어 끓이고
나물로 무쳐서 먹었지 된장뚝바리에  넣지 않았다.
나는 무밥을 싫어했다.
덜 큰 해서.
제일 싫은 것은 숭늉에 무 냄새가 나는 것이었고,

중학생 때는  고래항구 장생포
어부들이 면사무소가 있는 넓은 터에 잡어를 팔 러 나오는 곳이고 나중은 공단에 살던 집터까지  들어간 동네였다.

농사도 지었지만 논이  많았고,
낮에 밥이 어중간하면 편의상 김치밥국은 끓였지만 저녁에 죽을 끓이지 않았다.
큰외삼촌이 면서기이셔서  시골에 귀한 현금을 월급으로 받아 오셨고,

늦 봄에 할머니께서 입맛 없으시면 맷돌에  콩을 갈아서 콩죽을 끓였는데 고소하고 맛이 있었다.

외삼촌께서 술을 너무 과하게 마신 다음날은 면사무소 앞에 재자라고
잠깐 장이 서는데
홍합을 사 와서 집에 있는 채소 넣고 죽을 끓였는데 그 죽은 정말 맛이 있었는데 반공기정도 맛만 보았다.

호박이 누렇게 익으면,
밭에 양대콩도 익고,
밀가루 넣고 호박죽을 끓여도
그때는 사카린을 넣었기에 달콤하고 맛이 있었다.

점심때 도시락 먹고, 십여 리 길 걸어와서는 호박죽은 너무도 맛이 있었다.

외할머니가 계셔서 녹두죽도 먹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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