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가사 분담/ 거의 일방적인 이해 하기

이쁜준서 2024. 11. 20. 06:17


우리에게 대단한 것은 크고 화려한 것인 줄 안다.
그런데 내가 살아 본 것으로는 소소한 일상에서도  행복감과 즐거음을 느낀다.
남편이 정년  퇴직을 하고, 한참의 세월이 지났다.
남편은 말수가  적은 사람인데
종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은데 말 수까지 많아서 그 대답을 일일이
한다면 성가실 것 같은데 그 점도 노년을 살아가니 장점이 된다.


내가 옥상정원을 하니  이제 그만 사라 하면 고개 끄덕였는데
그 약속은 매번 지켜지지 못하였고,
또 샀나? 하는 말을 듣기 싫어서,

들고 들어 올 때만  안 보게 하면 그 담날 남편이 심어 주었다.

들고 들어 올 때 마당의 보일러 실에 두고 와서 다시 내려가 옥상 정원으로 올려 두고,
그 담날 꽃 심을 것이 있는데 하면 심어 주었다.

세세한 사람이라 내가  몰래 심었다 해도 그 많은 화분이 있어도 알아채니까.

 

한 줄 뉴스에서 부부간의 만족도가 70대보다 80대가 높다고 했다.

이유인즉 여자 할머니가 80대가 되면 체력이 떨어지거나 돌봄을 받아야 하는데,

남자 할아버지가 그 역할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 거라 했다.

 

내가 아직까지는 반찬하고 밥 짓고 하는 일은 혼자서 다 할 수 있다.

작년부터는 종량제봉투, 재활용정리, 음식물 종량제 통을 남편이 맡아서 해 준다.

 

올 해는 남편이 좋아하는 유리호프스를 옥상에 그냥 둔다 했다.

그 정도 무거운 것은 이제 키우기를 포기한다고 했다.

나도 군소리하지 않았다.

옥상에서 월동하는 다년생들의 잎이나 줄기들을 가지런히 잘라 내고

남편이 정리를 다 했다.

나무들도 내가 보기에는 너무 잘라버린 듯해도 그냥 아무 말하지 않았다.

바위말발도리를 참 소복하게 키워 두었는데, 내년이면 4년차가 되나?

가지마다 하얀 색 작은 야생화를 기대 했는데, 그냥 듬성듬성하게 가지를 남기고

키까지 잘라서 내년에 꽃이 피어도 이쁜 모습이 아닐 것이라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가 션찮아서 혼자서 다 하느라 명자나무 전지 해야지 할 때 속으로 걱정을 했는데,

명자나무가 전지 당하지 않고 겨울월동을 할 수 있지 싶다.

남편이 일이 채이고 채여서 명자나무가 숫자가 많으니 미처 손이 가지 못했을 뿐이다.

가사분담만 한다고 노년의 노인이 된 부부들이 사이가 좋을 수만이 없다.

도와주는 것만치 나도 힘이 드는데 손이 많이 간다.

생선은 가시를 골라 주어야 한다.

골라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아도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는 골라 주지 않으면 안 먹으니까.

 

어제는 소나무 씨앗을 넣은 작은 포트를 여러 개 담은 판을 들고 왔다.

다행히 자기 방 책상에 놓아두었고, 겨울에 어찌 건사하려고란 한 마디만 했다.

상토 속에서 겨울 지나고 발아 하기를 원해서 씨앗을 넣었지 싶다.

올 해 소나무 씨앗과 측백나무 씨앗이 발아 한 것은 제법 자라서 또 옮겨 심기도 하고 그랬다.

발아 한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것도 있고.

그래 그래 저것도 하지 않으면 뭐 하겠나?
이해가 않될 때는 그렇게 생각을 한다.

 

노년이 되면 체력에 부담이 가지 않게  잔 일을 해야 한다.

나는 옥상관리가 오래 되어서 한번 일을 시작하면 성과 있게 일을 할 수가 있다.

팔이 아프고 허리 아프고 해서 이제는 다음을 생각해서  무리를 하지 않을 뿐이지

늘 일은 조금씩 하고, 마트 다니는 것이 걷기 운동이 되고,

지금처럼 남편도 자기 관리를 하고, 내가 무조건 이해 해 주고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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