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 때 시골에서는
수업 마치고 십여 리 길을 빨리 옵니다.
와서 소 이 까리 쥐고 풀 뜯어먹게 하느라 바쁘게 집으로 옵니다.
어찌 보면 어린 우리들이 놀 시간은
들에 소를 놓아두고 아이들끼리
모여서 노는 그때입니다.
여름 메뚜기 뛰고 날고 할 때는
댕댕이덩굴로 나선형으로
올라가게 엮어서 메뚜기를 잡아서
넣기도 하고 강아지풀에 메뚜기를 꿰어서 집에 와 아궁이 불에 구워서 먹기도 했지요.
집에 돌아올 때는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을 때이고. 밥 짓는 연기가 온 동네에 피어 오를 때이지요.
어둠이 내려앉는다는 것은 하루 일과가 끝나고 쉼이 오는 것입니다.
저녁에 또 보리밥을 먹기 싫으니
칼국수나 수제비를 햇감자 캐 놓은 것을 넣고 끓인 것이기를 바라면서 집에 왔는데 바람대로 이면 얼마나 좋던지요.
저녁을 먹고 나면 설거지도 합니다.
들의 샘터로 동네 처녀 고모들과
하루 종일 땀을 흘려서 이마에
소금기가 있는 몸을 씻으러 갔다 오면서 아까 설거지 할 때 칼국수 국물 남은 거 퍼서 장독대 위에 얹어 놓은 것이 있는 날도
또 옥수수를 익혀 놓은 것이 있는 날도 있어. 더 좋았지요.
모깃불 마당 한편에 피워 놓고.
누워서 은하수 별도 보고,
모기장 친 방에서 자는 것보다 밖이
시원하니 마당의 덥석 자리에서
잠을 자고 나면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무거웠지요.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으면
그날의 일은 끝나는 것입니다.
삼시 세 끼란 예능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두 남자 연예인이 하루 종일
세끼 밥 찾아 먹고 식자재 사러
읍내 마트도 가고 때로는 바다에
고기 잡으러 가고 그러는데도
설거지는 태산이고 간혹 손님도
오지만 다른 일 없이도 바쁩니다.
차승원 씨가 김치 담으면서도
젓갈도 몇 가지 넣고, 묵은 김치
들기름 참기름에 볶으면서 고춧가루도 더 넣으면 색은 아주 발갛게 되어 맛이 더 있어 보이지요.
그 단순한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우리가 사는 것은 반대로 복잡 다난하니 어쩌면 그리움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