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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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을 짓는다

이쁜준서 2022. 9. 28. 07:11


딸아이는 수제비를 좋아했다.
결혼 해 살면서 해 보아도
엄마가 해 준 맛이 안난다
해서 매번 올 때 마다 해 주었다.
올 6월에 20일이나 와 있다 가면서도 그 생각을 못 했는데 배웅을 나왔던 아이가 수제비도 안 해 주었다고.( 기차역사에서 걸으면서)
아마도 딸 아이는 그 때 생각이 났던 모양이고
나도 그 말을 듣고서야
알았다.

이번에는 와서 생각이 났고
어제 저녁에 수제비를 했다.
내가 하는 수제비는 멸치육수를 낼 때 북어머리, 멸치, 다시마를
넣고 어제도 마침 북어머리가 있어 넣었더니
국물이 시원하니 맛이 있었다.
감자,애호박을 얇게,
대파도 넣고, 사돈댁에서
가져다 놓은 집간장이 맛이 있었고,
자기로 된 큰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았더니, 딸 아이가
국물이 시원해서 양념장을 넣지 못 하겠다면서 맛나게 먹었다.
가시기 전에한번 더 해주세요라고.

사위고 딸이고 아침밥은 먹지 않던데도 반죽을 한 사람분을 남겨 둔 것이 있어
아침에 육수를 새로 내었고
그 육수에 달걀찜을
하고 부드러운 음식이니
사위에게 자시고 가라 하면
먹고가면 다행이고,
아니면 누구라도 먹으면 되겠다 하고 출근 시각은 30분쯤 당겨 가기도 해서
퍼 두었는데 전자렌지에
데워서 혹시 자시란가? 싶어서 라 했는데,
맛 있다고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아이들이 아침에
수제비를 먹고 갔다,

하늘이는 유치원 가기 전에 에미는 양말을 신기고 옷을 입히고 머리를 묶어 주는 동안 겨우 밥 5번을 받아 먹는다.
저희들끼리 있으면 더 먹는데 잠이 덜깬 상태라
한숟가락 입에 물고는
오래 걸리니 할미가 어서 먹어라 하기 싫어서.
두번째 날에 오른 손을 들고
손가락 5개는 많은 것이 아니고 왼손까지 펴서
이렇게는 여섯개도 10개도
많은 것이니 5번은 먹고 가야지 하고 5번 먹이고는
5번 먹었다 하고 숟가락을
놓았다.

오늘은 밥을먹이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 집에 가면 기다리고 또 기다리게
하지 않고 볼일 다 보고,
하늘이가 기다리고 있으면 다시 올거야 했더니,
내가 밥을 열번은 먹을 수 있으니 그 때는 열번을 먹을께요.
또 일찍 잠도 잘께요라고,
한번도 일찍 자라고 말을
한 적이 없는데 하늘이가
먼저 그 말을 하더니,
오늘은 7번을 먹고 갔다.
7번중 6번,7번째는
김에 밥을 놓고 꽃다발 모양으로 건네 주었고.

우리세대가 주부로 살았던 시절이라면 아침밥도
꼭 먹여서 아이들 학교에
갔었고 설명절 후에는 간혹 떡국을 먹기도 했지만,
아침에 수제비는 언감 같은 이야기 였다.
그 세월동안 나는 내 자식을 키우면서도 변했지만,
어린준서를 데리고 있으면서 변하고 또 변했다.

이번에 하늘이와 있으면서
할머니는하늘이를 제일 사랑한다는 말을 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