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고향이 되었다.

이쁜준서 2019. 12. 4. 03:43


단련 되어 지는 것은 한번에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세대는 자식 세대들을 단련되게 키우지 못했다.

고3학년이 되면 야간 자율학습으로 도시락 2개씩 가지고 학교로 갔고, 책가방은 또 얼마나 무겁던지

두 아이를 태우고 아침 등교도 해 주었고, 자율학습이 밤 12시에 마치니  하교 시간에도 데리러 갔다.

대학원생이 된 큰아이는 도서관에 일찍 가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해서 그 무렵에는 더 일찍 데려다 주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있으면 일요일에도 공부한다고 학교에 가기도 하니, 여자아이들이라도 해도

자기 교복 세탁도 한번 한 적이 없이 키웠다.

공부하느라 바쁜 것도 있었지만 여자란 엄마 밑에 자랄 때라도 호강하고 지내라 싶어서이기도 했다.

그러니 김장 하는 날도 옆에서 도와 본적이 없었고, 고구마, 감자 삶아서 엄마 드세요라 한 적도 없이 자랐다.

몸으로 힘든 일은 직접 겪어 보아야 알지 막연하게 생각으로 수고 한다는 것으로는 모른다.


건고추 갈러 방앗간에 갔더니 우리집 것이 제일 많았다.

김장해서 보내 주는 곳이 많은가 보다면서, 이제 자식들 저그가 해서 보내라 하이소라 하기도 했다.

김장도 할 줄 모르는데요라 했더니 그러면 사서라도 보내 주겠지요라 했다.

엄마가 김장을 하고 장을 담아서 줄 때는 먹고 김장은 3포기양 밖에 보내지 않으니 대부분을 마트에서

사 먹는데, 엄마가 만약 김장을 하지 못한다 하면 마트에서 사서 먹을 것이라 생각하지 우리 집 김장을 걱정할까?

엄마들이 모이면 자식 이야기들을 한다.

운동하는 곳에서 50대들이 김장을 해서 딸, 아들집으로 보냈다 하니 같은 또래 중의 전업주부 한 사람이 며느리가

김장도 해 오고 반찬도 해 온다고 했다.

요즘 전업주부도 잘 없고, 아기 낳고 육아 휴직을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해도 아기 키우는 것만 해도

힘들어 자기들 밥 해 먹는것도 겨우겨우일텐데 싶어도 아무도 묻지는 않았다.

어느 엄마가 키운 딸인지 몰라도 그렇게 될려면 자라면서 집안 일을 그 나이에 맞게 하면서 자란 사람이다.

김장이야 그 며느리가 한 것이 아닐것이고, 사돈이 딸 집의 것을 하면서 사돈댁에도 한 통 담아 주었겠지만,

며느리가 시어머니 반찬을 해 온다는 것은 가상한 일이 아니고, 받아 먹는 시어머니가 야박한 사람이 되는 일이다.


남동생이 김장 김치를 받아서 점심 반찬으로 맛나게 먹었다고 전화가 왔다.

둘째 딸이 저녁식사에 먹었는지 맵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깔끔하다면서 카톡이 왔다.

여동생이 사돈이 김장을 매년 보내 주는데, 경기도식 김치라 젓갈 맛이 나지 않아도 그 맛에 익었지만,

젓갈 제대로 넣은 경상도식 김치는 얻어 먹을 곳이 없는데 아껴서 밥맛 없을 때 먹으려고 보관 중이고,

익혀서 먹고 싶어서 식탁에 한쪽 내어 놓았다면서 전화가 왔다.

2일이 지나서 큰 딸이 돼지고기 사와서 맛나게 먹었다고 전화가 왔다.


공부하는 곳에서 70대 중반의 남자분께서 2019년 강의가 끝나는 날 우리 중의 대표로 감회를 이야기 했다.

12월 송년의 달이지 않은가!

엄마 종신을 못했는데 엄마가 돌아가실 때  나를 기다렸는지 어린시절 집에서 부르던 이름을 부르시고

눈 감으셨다고,

어머니라 부르는 것하고 엄마라 부르는 것하고 다른데 이 나이에도 엄마가 사모치게 그립다고 했다.

맞지요. 엄마라 부르면 눈물이 고이지요라 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들은 모두가 동의가 되고,

우리 세대는 농가에서고 도시에서고 그 나이만큼의 집안 일을 돕고 단련 되면서 자랐다.

자라면서 점점 더 많은 일을 도왔지 호강스럽게 우리 딸들처럼 자라지 않았다.

옆에서 일을 도와 보았으니 엄마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던지도 잘 알고, 일머리도 터득하게 자랐다. 

그 시절의 정경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엄마가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하고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듯이 우리 맘을 때린다.

우리 엄마는 내게 전설이 되었고, 우리는 우리 자식들에게 고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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