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발인제를 한다는 것

이쁜준서 2019. 11. 29. 06:33


이번 가신 분 초상은 화장장 자리가 없어서 3일장을 못하고 4일장을 한다 했습니다.

망인께서는 따로 종교를 가지지 않으셨고, 둘째 아들 내외가 기독교인이라서 그 교회에서 나와서

추도예배를 한번 했다 했습니다.

망인의 부인은 기독교 신자였는데, 결혼하고는 시댁이 불교신자이고 해서 교회에 나기지 못하고

살아 왔습니다.

그러니  가족들은 불교 신자가 아니였기에 불교 경을 틀어 놓지도 않았고, 처음 빈소를 차리면서,

과일 몇가지 향을 피우고 조문하러 온 사람들은 국화 한송이를 올리고 향불을 자꾸 피우면

향 냄새때문에 한 개가 타고 있으니 향을 따로 올리지도 않았고,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발인하는 날도 상조회사에서 한 분이 나와서 지도를 해 주시던데

(상주쪽에서 발인제 같은 것을 하지 않겠다고 미리 약속을 한 것이라) 

발인제는 따로 하지 않고, 약소하게 발인제를 하겠다 하고,

처음 차린 빈상 앞에서 맏 아들이 재배하고 술 두잔을 올리고, 둘째 아들이 술 한잔을,

 조카들이 함께 망자의 형제들이 함께 절만 하고 마지막에 아내가 술 한잔 올리고 두번 절하는 것으로 발인제를 끝내었습니다.


예전 시골에서는 숨을 거두면 저승길로 접어 든다고 그 영혼을 초가 지붕 위에서 망인이 입던 적삼을 들고

흔들면서 혼을 불러서 빈소에 모셨지요.

그러면서 3일장이던 5일장이던 초상을 치루었습니다.

발인제를 끝내고 동네 어귀에서 상여를 내려 놓고 노제를 지내면, 동네 사람들도,

목례로 망자를 배웅 했고, 다시 상여를 메고 선창 하는 사람이 있고, 상주들이 뒤 따르고,

펄럭거리는 만장은 사람이 들고 가는 것 같지 않고, 만장 스스로 펄럭이면서 저승길 인도 하듯

상여가 나가고 마을에서 보면 그러 했습니다.

장지에 가서도 매장하기 전에 아마도 지신과 산신께  알리는 제였지 싶은데 제를 올리고, 매장하고,

간단한 술을 올리면서 그곳에 모였던 분들이 다들 목례를 하고 내려 왔지 싶습니다.

삼오제라고 초상 후 2일 후에 산소에 가서 어수선한 그날 허술 했던 것을 바로 하고 상복을 벗어서

태웠습니다.

지금은 2일장을 하기도 하고, 삼오제도 생략하고 각 도시로 흩어서 살던 가족들은 각기 제 집으로 갑니다.


매장의 초상을 본 것이 중학생 때 외할머님께서 돌아가실 때가 끝이여서 아름아름 합니다.

외할머니 돌아 가셨을 때는 한 동네 살고 있는 친척들이 오셔서 입관을 했는데,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꽃상여를 만든다고 이모, 언니, 저 세사람이 종이 꽃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마당에는 천막을 쳐 놓고 가방을 만들고 마당에 국 솥을 걸어 놓고 국을 끓이고,

천막 밑에는 덥석을 깔고 그렇게 손님을 받았지요.

그 시절은 전화기가  없었기에 꼭 알려야 할 부고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서서라도 알렸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외할아버님 돌아가신 부고를 가져 오신 분이 삽작 앞에서 부고요 라고 소리치고,

나가서 부고를 받아서는 정낭이 있는 칸 지붕 안에 끼워 놓으시더라구요.


기독교 식으로 하는 추도예배도 참석을 해 보았고, 성당에서 미사를 올릴 때는  망자가 누운 관을

모셔다 놓고 하는 것도 보았고, 불교식으로 스님들이 오셔서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이번처럼 발인제를 하지 않겠다고 하니 망자를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상조회사의 남자 분이

있던 빈상 앞에서 있던 술을 올리고 그렇게 간단한 발인제도 보았습니다.


이제 매장을 해도 화장해서 봉분 없이 평장을 하는 경우가 더 많고, 매장을 해서  망자의 고향에 선산이

있어도 찾아 가기 어려우니 가족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납골당에 모십니다.

드물게 망자의 부탁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기도 하지만요.


살아 생전은 한 순간으로 끝나고, 저승길 훠이 훠이 떠나면 그만인데,

산 사람들 중심으로 초상의 모든 것이 진행 되는 것이지요.

이번 납골당은 도시의 외곽에 야산 정상부터 아래까지 개발한 곳이였고,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에도 계단식 평장을

하는 곳이지 싶은데 모셔 놓고 차도 중간정도까지만 올라 갈 수 있어 그 경사진 곳에 다시 찾아 가기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초상 때 화장 후 평장을 해 두면 물에 유골을 뿌리기보다 그래도 낫겠다 싶어 보였습니다.

키가 그리 크지 않는 나무가 있고 한 나무 밑에 수목장을 하는 곳도 층계식,  인물이 잘 생긴 나무들이 있는 곳도 수목장을

하는 곳, 납골당도 앞은 문이 없고, 삼면에 칸이 있고, 유리로 막아 둔 곳, 지붕 없이 대리석 벽이 몇칸 올리고

모시고는 대리석으로 봉해 버리는 곳  규모도 컸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모실 수 있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하건간에 이 세상 하직하는 걸음에 발인제는 해야 하는 구나라고 생각해 졌습니다.

이 세상 끝나고 화장장으로 간다는 것은 끝인데 그 전에 이 세상에서의 끝인 발인제는 해야 겠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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