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무청씨래기 밥

이쁜준서 2019. 12. 3. 07:25


지금도 기웃거리게 되고 남의 것이라도 맛을 보고 싶은 것은 '된장'이다.

내집 된장이 맛도 있고, 넉넉하게 있는데도 맛나다는 된장만큼은 한번만 그 된장으로 뚝배기에 팔팔 끓여 먹고 싶다.

많이 지난 날에 이웃에 사는 형님네 된장이 너무 맛나다고, 짜지도 않고, 쌈장으로 먹으면 너무 맛나다 했다.

이웃이라 조금 얻었다.

된장이 염도가 약해서 쌈장으로는 맛나던데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이니 신맛이 났다.

맛나다는 된장도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여 보아야 제 맛이 드러 나는 것이다.

맛나다고 소문이 나도  사람들 입맛이 각각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맛나다고 정평을 받을 된장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블로그 벗님 댁은 대두콩이 서리가 맞은 것으로 메주를 쑤고, 장도 시골집에 담았다 맛들어서 도시 집으로

가져다 잡수신다고 하니 그 된장은 정말로 맛나지 싶어서 맘으로 기웃거려 본다.


나를 기웃거리게 하는 것이 또 한가지 있다.

예전 시골에서 자랄 때 무청시래기 짚으로 엮어서 초가 집 뒤란에 흙벽에 걸어 놓았다 겨울이면 한 솥 삶아서

먹던 그 무청시래기는 부드러웠다.

무청의 영양가가 좋다고 TV 프로그램 여기저기에서 선전을 해 주더니 겨울이면 짚으로 엮은 무청시래기가

도시 인도에 앉아 팔기도 했는데 그만 사라졌다.

그 대신 시래기 무가 따로 개발되고 그 무청은 명품처럼 선전이 되고 택배 신청으로 사 먹게 된다.

강원도 산 무청씨래기 3박스나 산 적이 있었다.

사돈께 한 박스 드리고 두박스 중에서 한박스도 다 먹지 않았는데, 바짝 말라서 박스에 넣어서

왔는데 2년이 지난 아직도 약간 색이 떨어지기는 해도 올 해 말린 것처럼 그대로 이다.

푹 삶았는데도 잘 무르지 않고  질겨서 두어번 삶다가 그냥 두었던 것이다.


무청도 예전 시골에서 먹었던 것처럼 삶아서 푹 무르고 부드러운 것이 있다 하면 기웃거리게 된다.

그냥 기웃거릴 뿐이다.

실제 파는 것으로 만나지 못하니.

어제는 친구가 부탁 해 두었던 들깨와 팥을 도시 집으로 나오면서 마당안의 텃밭 40여평에 약 한번 치지

않았던 무청이 맛이 있어서 줄려고 일부러 마당에 걸어 놓은 솥에 삶아서 물에 불려서 바로 먹을 수 있다면서

가져다 주겠다 했다.

김장김치 한것은 맛 보여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고,

왔는데 무를 몇개 준다 했는데 잊어 버렸다 해서 서로가 웃었지만 무청도 주지 않고 가 버렸다.

집에 두고 잊었구나 싶었는데, 전화가 왔다.

차 드렁크에 실려 있었는데 들깨를 내리고 하면서 잊어 버렸다고 서운해 했다.


다른 것이라면 가지 않는데 무청이 먹고 싶어서 갔다.

전철 5번째에 내리면 5분정도 걸으면 있는 친구집에 갔더니 가지고 간 핸트가트가 올망졸망한 것으로

가득 찼다.

무말랭이 무침, 들깻잎지, 배추 한포기, 무 5개, 햄 4통, 두유 5개, 삶아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무청시래기,

친정 엄마 챙겨 주듯 얻어서 왔다.

햄과 두유는 뭐라도 더 주고 싶어서 넣어 준 것이고,

어느 해는 놀러 오라고 해서 갔는데 수박 한덩이 사서 주면 절대로 받지 않을 것이라  주고 싶어서 사각으로 썰어서

담았다면서 얻어 온 적이 있었다.

40여년도 더 전에  같은 시기에 시집을 와서 앞 뒷집으로 산 인연으로 서로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하고도

지금도 그렇게 지내는 사이이다.


삶은 무청시래기는 정말로 부드럽고 누르스럼한 색도 깨끗하고 좋았다.

귀한 것이라 혼자 먹을 수가 없어서 이웃 친구 집앞을 지나면서  비닐장갑과 비닐백을 가지고 내려 오라해서

반정도 나누었다.

친구가 준 작은 무 반정도 썰어 넣고, 무청시래기 썰어 넣고 밥을 했다.


무청시래기 밥에는 된장 뭉건하게 끓인것이 어울리는데, 그냥 양념장을 했다.

집간장으로만 하면 짜니 양조간장도 넣고, 작년가을에 따라쟁이로 늦물 풋고추로 담은 맛술을

요즘 쓰는데 그 맛술을 넣고, 했다.

양념장에서 술맛이 난다는 말이 없을정도도 숙성이 잘 된 맛술이었다.


오래 된 친구,

뭉건하고 부르러운 삶은 무청,

잘 숙성된 맛술,


오래 된것은 다 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오래 된 것의 진가는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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