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열무김치 담기

이쁜준서 2016. 8. 24. 18:35


날씨가 너무 더우니 김장김치의 양념이 센 맛이 먹어지지 않고, 올 해는 열무김치도 여러번 담았고, 상추 물김치까지 두번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토요일 열무김치가 떨어졌습니다.

김치가 한국인의 식탁에 없으면 다른 반찬들을 올려도 하루 이틀이지  뭐 찍어 먹을 것이 없는 듯한데,

지금은 폭염이라 그 김치가 열무김치인 것이지요.


담기는 담아야 하는데, 월요장도 가지 않고, 넘겨 버렸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있었는데,

오늘은 친구가 전화를 해 왔는데, 눈에 이상이 와서 병원에 갔더니 병원에서 해 줄것은 아무 것도 없고, 

고단하지 않게 쉬시고 쉽게 그 상태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니 적응해 살다보면 또 어느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하더라 했습니다.


눈은 눈인데, 남편이 어찌나 속을 상하게 하는지 내가 죽어 버릴 궁리도 해 보았다고 했습니다.

(여자들 아주 아주 속 상하면 다 해 보는 생각일 뿐입니다)

오죽 속이 상하면 저런 말을 할까?

식구는 대 식구인데, 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이상은 살림 다 책임 져야 하고, 

이 폭염에 무엇을 해서 즐겁게 해 줄까?

아~하 열무김치를 담아서 좀 나누어 주자는 생각이 났고, 오늘은 몸도 좀 가볍고,

오전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 햇빛은 쨍쨍이고, 목표 하는 것이 있어서 그냥 용감하게 식자재 마트로 갔습니다.

열무가 참한 것이 있으면 사와야지.... 하면서요.


열무 6단, 얼갈이 배추 4단을 사고, 마침 달랑달랑 하는 계란도 한판 사고, 가지도 10개 봉지 하나 얹고, 홍고추 한 봉지, 대파 한단까지,

3층까지 올리기가 문제인데, 2단씩 비닐 봉지에 넣었으니 한 손에 한 봉지씩 들고 올라 오고,

계란과 가지, 홍초, 를 박스에 넣어서 왔기에 박스에 대파 얹어서 또 한번 올라 오고,




딱 적당하게 잘 절여졌습니다.


열무와 얼갈이를 합쳐서 10단이나 되니 싱크대에서는 씻을 수 없고, 마당이나 옥상에서 씻어야 하는데,

또 햇빛과 맞짱 뜨면서 옥상에서 씻어서 현관 앞으로 내리고 소금 간 쳤습니다.

절여 질 때까지 국물도 끓이고, 마늘, 생강도 다지고, 홍초 청초도 다지고, 많아서 손으로는 않되고, 수동 다지기를 사용 했습니다.





양파를 껍질까지 같이 넣었고, 메밀가루여서 국물이 색이 있네요.


열무김치는 국물을 넉넉하게 하거나 짤박하게 하거나 국물이 맛이 있으면 더 맛이 있습니다.

우선 국물을 끓일 때 다시마, 북어 한마리, 건표고 버섯, 무, 양파, 대파 를 넣고 끓였습니다.

이렇게 국물을 많이 잡을 때는 건지도 많아지기에 팔팔 끓이다가 불을 끄고 잠시 두었다 다시 끓이면  예전 작설차 우릴 때

물을 잠재운다고 끓으면 불을 끄고 다시 끓이고 하는 찻물을 세번 잠재운 것으로 했던 것처럼 국물도 한번 잠 재우면

더 우러 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싶어 그리 했습니다.


국물도 식었고, 채소는 잘 절여져서 씻어 건져 놓았습니다.

양념은 다 후려 놓았습니다.


이 더운 여름날 그렇지 않아 몸도 마음도 고단한데 열무김치 웬걸 담았겠나 싶어서 생각지도 않은 열무김치 한 통 얻으면

잠시 즐거우라구요.

오전 10시부터 채소 사러 나가고, 착착 했지만, 밤 7시에 통에 넣었습니다.

뒷 설거지 하다보니 8시 그런데 오늘은 일이 착착 잘 되어서 다 끝내고 나니 준서할미도 공짜로 한 통 얻은 듯 합니다.


살다보면 집 식구들과도 남들과도 상대가 참 어이 없게 행동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 해 보면 그 사람도 작정하고 상대를 애 먹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고, 아는 것이 그만큼만 보았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자기 성격을 이기지 못해 그렇다 싶어 집니다. 출발은 악의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준서할미가 젊어서부터 이런 시건이 들지는 않았지요.

나이가 들어 가면서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하는 욕 가운데 제일 욕은

' 빌어 먹어라'  아니면 ' 죽기나 해라' 하는 욕이 있지만,

' 죽기나 해라'는 욕도 아니다 싶습니다. 어차피,누구나 죽을 것이고,  '빌어 먹어라' 하는 것도 굶어라가 아니고 '빌어서 먹어라'

좀 구차하지만 먹고 살아란 말도 됩니다.


사람은 작은 일에서 자기 맘을 알아 줄 때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내일 친구를 오라고 해서 줄 것입니다.

큰 도로에 차 세워 두고 만나서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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