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면서 사람이 숨을 거두는 모습을 두번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가을 그 시절에는 벼 수확하는 가을 걷이를 지금보다 늦게 했고,
우선 벼를 베기 전에 논 바닥에 물을 빼고, 말려서 벼를 베어서 논바닥에 눕히기도 하고,
또 아주 큰 뭇단( 어른도 한 아름이 되는)으로 묶어서 논둑에 줄 세워서 말리기도 하고,
그렇게 논 바닥에 눕혔던 것은 탈곡기에 들고 벼를 훌터 내기 좋을 크기로 묶고, 논 둑에 줄 세워서 말렸던 것도 낱 단으로 묶어서
소에 질매를 메우고, 볏단을 실어서 집으로 들이고 탈곡을 했었지요.
모심기는 시작하면 그날로 끝을 내어야 해서 품앗이로 했었지만,
벼 베기는 하루를 다투는 일이 아니어서 품앗이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내 식구들끼리 하고, 그래도 따슨 점심해서 들로 내어 가고 옆 논에서 한 둘 일 하시는 분들 오시라 하면
제법 밥 먹는 사람은 많아지기에 들로 밥이나 막걸리 내어 갈 때는 넉넉하게 가지고 갔었습니다.
본격적인 탈곡을 하기 전에 가을 양식 할려고, 뭇단 몇 단 베어서 탈곡해서는 마당에 멍석 펴고 말리는 것이 늦가을 들입의
풍경이었습니다.
어른들께서는 다들 들로 가시고, 큰엄마가 오래 편찮으셨는데, 방문을 열어 놓고, 문에 기대어 앉으셔서 밖을 보고 계셨고,
고학년 어린아이는 덥석의 나락을 모아서 다시 밀개로 너는 중이였습니다.
말씀은 없으시고 손으로 오라고 부르셔서 밀개를 손에서 놓고, 툇마루에 갔더니 말씀이 없으신데, 어린아이 눈에도
이상해서 옆 집의 연세 높으셔서 들일 가시지 않으신 친척 할머니께 우리 큰엄마가 이상하다고 부르러 갔었고,
할머니 모시고 오니 그 때는 운명 하신 뒤였습니다.
세상살이 한이 많아서 그랬는지 눈을 뜨고 하직 하셨지요.
사람이 죽는 것이 저렇게 잠자는 것처럼 하는것인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들에 벼 거두러 가셨던 우리 집 어른들도 뛰어 오시고, 동네 친척어른들도 뛰어 오시고,
지붕으로 큰엄마 옷 하나 들고 올라 가셔서 혼을 부른다는 것을 하시고 혼을 불렀던지 내려 오시고,
급하게 빈청을 채리고 그랬었습니다.
또 한번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모습을 중학교 2학년 때 보았는데,
외할아버지는 돌아 가신 뒤이고, 외삼촌은 면사 다니셨고, 이른 아침에 외숙모님은 도시락을 4개 사셔야 하셨고,
들일은 품을 사거나 외숙모와 외할머니가 자잘한 것은 하셨습니다.
아침 일찍 물꼬 보러 나가신 외할머니께서 그만 미끄러지셔서 어찌 어찌 집에는 오셨는데, 집에 오셔서 자리 하시고는
일어 나시지 못하고 몇일 만에 돌아 가셨습니다.
숨 거두시지 싶다고 동네에서 돌아 가신 분 만지는 분이 이미 와 계셨고, 많이 아파 하셨고,
요강에 앉으셔서 마지막 변을 보셨다고 어른들이 그랬는데, 겨우 요강에 몇일 만에 한번 앉으시고 다시 누우시고는
그렇게 아파 하셨는데, 정작 눈 감으실 때는 조용하게 눈 감으시니 그냥 저승길 가시는 길이 되어 버렸습니다.
또 어른들 중 한분이 숨 거두시자 마자 할머니 혼 부른다고 할머니 옷 하나 들고 지붕으로 올라 가셨습니다.
뭐라 뭐라 고 큰 소리로 말하고,
혼이 가버리거나 흩어지면 다시 부르지 못한다고 그 때야 남자 어른들이 주적삼을 입었으니 주적삼 입으시고,
초가지붕에서 옷 흔들면서 뭐라 뭐라 하시던 것이 지금은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사람은 관습으로 이어져 오는대로 살고, 또 세상이 변하면서 관습도 변하고,
이제 돌아 가셨다고 혼 부를 일도 없고, 만장 앞 세우고 시골 동네 길 나서서 산소까지 가는 동안 ,
동네 사람들이 주로 친척들이 살았으니 상여따라 상여꾼 구성진 이별가 따라 눈물 흘리기도 하면서 산소가 그리 멀지 않으면
산소까지 따라 갔었지요.
이제는 화장이 대세가 되었고, 먼저 가신 윗대 그 윗대 문중 산소들도, 윤년 잡아서 묻히신 산소 헐고 다시 화장해서
앞으로 세대는 지금은 억지로라도 종중산 벌초하러 전국에서 날 잡아 모여 들지만, 앞으로는 기대 하기 어려워서
봉분도 없고, 그저 땅에 화장한 항아리 넣고, 편편하게 묻고, 비석 하나씩 세워 둔 종중산이 늘어 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리 살지 않으면 큰 벌이라도 받고, 사람으로 처신을 못할 정도라 여겨서 초상, 또 제례의 예의가 엄격 했습니다.
지금은 초상을 치루고 이틀만에 산소에 가 뵙고, 상복도 벗는 삼우제도 따로 없고, 초상날 상복을 다 벗어 버립니다.
멀리서 온 사람들이 직장도 있는데, 삼오제(삼우제)까지 더 있을 여유도 없어서 바쁜 세상따라 세태도 변한 것입니다.
세상 하직하고 가는 혼을 자기 입던 옷을 들고, 지붕 위로 올라가서 탈상시까지 혼을 잡아 둔다는 발상이
참 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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