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이 몇일 남지 않았는데, 9가지 나물을 하고, 잡곡밥도 따로 따로 하던 바지란함이 시들 해졌다.
서문시장 건채 도소매 전도 있지만, 거래를 한 단골 전이 아니어서 믿지를 못하니 미리 건채로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사오든지, 아니면 생채를 사서 집에서 데쳐서 건채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정월 대보름 나물을 하면 제일 기분에 개운하게 맞는다.
올 해는 건채로 준비 된 것이 두가지 묵나물 뿐이라, 그냥 할려다가 친구가 못내 서운하게 생각하더니,
묵나물 취나물 남아 있던 것을 물에 담구면서 보니 명함이 하나 들어 있다면서 가져 왔다.
강원도 정선장에서 재작년에 나물을 사 온 적이 있는데, 그 때 그 상회에서 명함을 넣어 주었던 모양이었다.
그제 전화를 걸어 취나물, 다래순을 주문하고 어제 나물이 도착해서 두 가지 나무릉 삶아서 씻은 것이 밤 늦은 시간이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미리 준비 해 둔 것도 아닌데, 먼 강원도 정선장에 전화를 걸어 건채가 도착하고 그 건채 어제 삶아서 보름에 할 것 남겨 두고
오늘 아침 반찬으로 만들어서 먹었으니.
이렇게 편하다 보니 사람의 수고로움이 귀천이 없어지고 돈이 대신 하는 것 같다.
사람의 몸으로 마음으로 하던 일들은 그 헤택을 받은 사람들의 맘까지 따뜻하게 하는 것인데,
변해진 세상에 대해 일말의 서글픔도 생겨 날 때가 있다.
초등학생을 둔 엄마가 하는 말이 공부 잘 하는 것으로 인생이 잘 풀리는 것은 정말로 피를 말릴정도로 공부를 해야만 하고,
또 극소수가 성공을 하는데, 세상은 다양화 되었는데, 굳이 그렇게 자식을 공부로 다구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배워 오면서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그러면 그 쪽 공부를 시키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맞는 생각이긴 한데, 그 말이 맞으려면 인성이 좋은 아이로 키워져야 한다 싶어졌다.
가정 훈육이 따뜻하게 인격적으로 대접 받고 잘 키워져야 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것이 아주 아주 어려운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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