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서외할아버지와 둘이서 화분의 풀을 뽑고 있는 날이였다.
빨래를 널려고 1층에 살고 있는 아주머니가 올라 와서는, 꽃공이 한창인 제라늄 이야기, 주렁주렁 열렸는 석류가 신기하다느니,
쪽파와 정구지를 보고는 저는 꽃만 기르시는지 알았더니 채소도 있었네요라 하면서,
아저씨가 농사를 지어 보셨던 분이시지요?라 했다.
맵지 않은 풋고추 9포기를 심어서 6월부터 한두개로 시작한 풋고추가 하루 두번씩 한 끼에 30여개를 따 먹어도 다음 날이면
또 그만큼 딸 수 있었던 고추포기가 서양란 깊은 화분은 오래 되어서 바람에 넘어져서 깨어 지고,
심을 화분도 흙도 없어서 잎도, 고추도 다 따고 없어지고 남은 화분 몇개에 정말로 다닥다닥 늦물고추가 달려 있는 것을 보고는
하는 말이였다.
아저씨가 농사를 지은 적은 없는데, 요즘 우리집 머슴이라서 일을 하다보니 잘 하네요라 했더니,
멀쩡한 아저씨를- 준서외할아버지는 단정하게 생긴 사람이고, 저 나이가 되도록 어쩌면 저렇게 오염이 않된 분도 계시나?란
말을 듣기도 한 속까지도 선량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더 선량하게 보이는 사람인지라,
고구마와 땅콩은 이웃 친구가 텃밭 농사를 지어서 나누어 준 것이고,
호박 잎과 애동호박은 자경농 아저씨가 팔러 나온 것이다.
호박은 한덩이에 크고 작건간에 1,000원이었는데, 이런 토종 호박은 하우스 농사를 하지 않으니,
사 먹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지 싶어서,세덩이를 사 왔다.
고구마는 밭에서 캐면 그늘에서 이렇게 수분을 좀 말려서, 저장 해 두고 먹어야 썩는 것을
좀 줄일 수가 있다.
가을 빛이라......
머슴이라 했더니 정말로 깜짝 놀란다.
분갈이 해 주고, 새로운 식물 사 들고 오면 심어 주고, 준서할미 내년에 척척 늘어지게 꽃을 피우고 싶다면서,
공조팝 가지 늘어지게, 당조팝도 늘어지고 위로 키가 부쩍 자라게 여름 내내 정성 들여서 키워 놓았더니,
항상 지론이 가지를 잘라 주어야 큰꽃이 탐스럽게 핀다면서 3일전에도 준서할미가 밑에 집에 있는 동안에 싹둑 싹둑 잘라서
공조팝은 그 중 가지가 실한 것 3개 남겨 놓고, 다 잘라 버렸고, 당조팝은 아랫쪽은 다 가지를 치고, 윗쪽도 가지 정리 해두어서,
올라 갔더니 그 지경이 되어 있었다.
실은 나무란 옥상에서 자라는 나무란 전지를 꼭 해 주면서 키워야 하는 것이 맞기는 하다.
그러나 물을 주고 관리 하는 것은 주로 준서할미가 하고, 준서할미가 미처 하지 못하더던가?
아침 일찍 운동하러 나갔다 돌아 왔는데, 준서할미가 옥상에 있으면 올라 와서 내가 주께 하면서 받아서 물을 주기도 하는 것도,
자주 자주 있는 일인데,
준서할미가 꽃을 좋아 해서 준서외할아버지 힘들게 하는가? 싶어서 어느 날 옥상 정원의 주인이 누굴까요? 했더니,
준서할미가 왜 묻든지 의도를 모르고, 그야 내가 주인이지로 대답해 주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준서외할아버지 혼자서는 지금처럼 가꾸지 못하니 준서할미가 관리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빨래 한 것을 옥상에 널러 온 사람은 점잖으신 남편을 머슴이라 불렀다 싶어서 깜짝 놀랐을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식물들을 가꾸는 것은 준서외할아버지 기술 같고, 준서할미가 이렇게까지 가꾸겠는가? 싶었던 모양이다.
부부간에 다 주인이지 머슴의 입장이 된 사람이 있겠는가?
준서외할아버지가 머슴이라면 새경을 두배로 주어야 하는 머슴이고, 준서할미가 머슴이라면 새경을 3배로 받아야 할 머슴이지 싶다.
오늘도 찐밤을 먹기 좋게, 칼로 껍질 벗겨서 소복한 접시에 한 접시 자시게 해 주었으니....
준서할미 [먹고 싶다]란 [ 보고 싶다] 보다도 더 본능인 말이라 생각하기에,
준서할미가 제일 약한 말은 [먹고 싶다]라서 준서외할아버지가 무엇을 먹고 싶다라 하는 것은 자시게 해 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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