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음식

김치말이 냉면, 김치말이 국수

이쁜준서 2014. 6. 2. 15:29

 

우리가 어려서 시골에서는 마당에 놓아서 기르는 닭은 요즘 마트에서 파는 닭보다 크기가 커다랗지요.

그 때는 찜닭이나 닭도리탕을 하지 않았고, 명절에 집안의 처각들이 모이고,

잔치가 있어 온 처각들이 어느 한 집에 모이면, 닭을 잡아 백숙으로 해서 닭한마리 생긴 모양대로 담아

상에 올리고 명절이고, 잔치 끝이니 다른 안주거리도 있었고,

닭 잡아 처각들 대접하는 집 사위에게는 닭 다리 하나 뚝 데어서 자기 사위를 주어도 그럴만하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렇게 어느 집에서 처각들이 모여서 술 한잔을 했다면 또 다른 집에서는 마당에 돌아 다니는 장닭을 잡아서

마당에 솥 걸어서 육계장을 끓여서 저녁 대접을 했었지요.

그 육계장으로 저녁 대접하는데는 동네 어르신네분들도 오시라고 해서 대접을 했었지요.

한 마을이 씨족이라 다 친척들이 모이는 것이였습니다.

 

우리 엄니는 일본에서 자라서 일본에서 결혼을 해서 해방이 되어  시댁인 시골로 나오셔서

농기구들의 이름도 모르셨고, 밭일도 생경한 것이였고, 새댁 며느리라고 특별하게 곱게 짚신을 삼아 주시기는

했으나  뒷굼치 살을 파 먹는 짚신이 아프기만 했었던 생경한 시골살이 이셨다.

 

몇년을 시골 살이를 하시다 6.25전쟁 후의 사람이 모이는  부산으로 나오셨다고 하셨다.

전쟁 이후 휴전이 되고, 부산은 안정 되고 그렇게 사시면서 엄니는 요리라 할 수 있는 음식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셨다.

 

김치는 평양식 통무를 옅으게 양념한 배추와 함께 넣고, 물을 조금 부어서 하셨고,

그 김치 통무는  채 썰어서 김치 밥을 하고, 양념장은 다데기 장으로 했고,

김치 국물은 익으면 쩡한 맛이 났는데, 닭을 삶아서 닭고기 살을 발라서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닭고기 삶은 물은 기름을 건져내고, 한지를 덮어 기름기 없는 말갛게 국물을 만들어, 김치 국물과 함께

국수 국물을  만들고 냉면 국수를 삶으면 김치말이 냉면이 되고,

일반 마른 국수를 삶으면 김치말이 국수라 했는데,

그 국물 맛이 참 맛났다.

통무를 얇게 썰어서  지금 냉면 집에서 내는 냉면무 김치처럼 썰어서 얹어 먹었다.

 

 

 

 

준서할미도 결혼을 하고, 동생들도 결혼을 하고,

엄니 체력이 눈에 띄게 저하 되면서 닭 삶아 하는 그 냉면, 국수는 하시지 않으셨다.

 

엄니 친정 쪽 동생분들과 조카들은 어떤 냉면보다 우리 엄니가 해 주셨던 냉면이 더 맛났다고,

아직도 추억 하는데, 이제는 배운 사람도 없고, 엄니 냉면은 먹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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