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다육이

다육이들이 거실을 채우고

이쁜준서 2013. 11. 12. 06:07

 

채운다는 것은 물량의 양일 수도 있고, 바라보는 맘의 흡족함이기도 합니다.

 

 

준서외할아버지가 가벼운 감기가 걸리더니, 몇일을 낮시간 자꾸 잠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더니, 오늘은 다육이를 들이자 해 놓고는 TV를 보다가

쇼파에 앉은채로 잠이 들더니,

잠시 잠이 들었다 일어나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아예 침대 속으로 들어 갔을 때,

 

준서할미는 슬그머니 옥상으로 올라가 다육이 들여 올 준비를 했습니다.

일단 다육이 얹을 대를 3개를 씻어 말리고,

대에 다육이를 얹을 알미늄 쟁반 7개를 씻어 말리고,

늦봄 옥상으로 올라가 여름, 늦가을까지 있었던,

다육이 화분에 물을 주어 다육이도 씼어내고,

찌꺼래기도 샤워기로 물을 주면서 넘쳐나게 씼고,

다육이 화분을 손으로 돌려 가면서 씼어 내어,

햇빛에 물도 빠지고, 다육이 몸체도 말리고,

옥상에서 일을 하면 덜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에,

준서외할아버지 잠 깨울까 싶어서 최대한 조심 조심 일을 했었지요.

 

아침 밥을 든든한 반찬으로 먹었기에,

군고구마를 해서 물김치를 겻들여 점심이라고 먹었습니다.

호박고구마로 한 꿀처럼 단 군고구마가 준서외할아버지 까끌까끌한

입 맛에 밥보다 나을 듯 해서 입니다.

고구마를 먹은 날은 오늘처럼 일을 많이 하면 저녁 식사 시간을 한 30여분 일찍 당겨야

하긴 합니다.

 

 

 

 

                        조금 더 추위에 건조하게 두었더면 불타 오르는 단풍 빛이 되었을 화재

                       

                        둘이서 손 맞추어서 다육이 내리고, 다육이 정리하고,

추위에 약한 문주란 화분 3개 내리고,

준서할미는 준서외할아버지 무거운 것 덜 들게 할려고, 눈치껏 움직이고,

준서외할아버지는 허리 다리 아픈 마눌이 혹여..... 싶어 무거운 것 시키지 않으려 하고,

그렇게 식물들 키우지 않으면 만들지 않을 일을 벌리고,

그 큰 문주란 화분을 현관 앞에 두고 보아도 꽃은 피는데도, 옥상에 올리면 여름에 강한 직사광도 받아 내면서

큰 녹색잎을 마음껏 뻗어 내고, 꽃을 피우는 것이 보기 좋아 늦 봄이면 문주란을 또 옥상으로 올립니다.

 

크고 작고, 올망졸망한 다육이 69개가 거실에 들어 오니, 거실이 그득해지고, 안온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바라보면서 더 기분이 좋아 짐은, 아기들 물 세수만 하고, 윗도리 옷만 갈아 입혀도,

반들반들 빛이 나는 것처럼 다육이 화분들이 반들반들 합니다.

몸체도, 담겨진 그릇인 화분들도.

 

잔손질은 사랑입니다.

잔손질 한 화분을 바라보는 시야와 맘은 행복입니다.

 

 

 

아기들은 울음도 땡강도 즈그들한테는 놀이이기도 하다.

 

                  솜털 뽀송뽀송 해서 아기 승훈이를 닮은 도리스테일러

                    만 21개월차인 승훈이의 떼가 감당을 넘어 섰습니다.

그 작은 발 반만 디딜 수 있으면 걸리작 거리는 것은 확 밀어 버리고, 어디든지 올라 갑니다.

오늘도 갔었더니 순식간에 두루마리 휴지에 올라 서자 말자 뒤로 바닥에 넘어 졌고 승훈이도, 어른들도 깜짝 놀랐는데,

다치지는 않아, 저도 미안한 듯이 웃었습니다.

순식간에 위험 천만의 일이 벌어지고, 떼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 즈그 에미한테 엉덩이 한대씩 맞기도 한다 합니다.

엉덩이 한대라도 때리지 마라, 그러면 떼는 점점 늘어나고, 너는 한대가 두대가 된다.

 

두루마리 휴지를 가지고 오라고 하고서는 승훈이 두 손을 잡고 두루마리 위에 올라가는 것을 도와 주었습니다.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기에 그 순간 하고 싶은 것을 도와 주면 금새 다른 놀이 거리로 관심이 쏠립니다.

못하게 하니 자꾸 더 할려 하는 것입니다.

승훈이네 앉아 있으면서 안아 보자면서 두 팔을 벌리면 놀다가도 와서 승훈이가 준서할미에게 안깁니다.

그러면서 제 머리를 준서할미 목에 댑니다.

그렇게 승훈이 제 몸을 준서할미에게 밀착 시키는 거지요.

 

승훈이 땡강은 3층 거실에서 부리는데도, 집 앞 소방도로에서도 들릴 정도이니, 엉덩이 한대 맞을만 합니다.

그래도 때리지 말고, 꽃그림과 토끼가 있는 작은 누비 이불을 거실에 펴고 안아다 그 이불 위에 두고

관심을 보이지 말라 합니다.

집에 누가 오면  어른들은 차 한잔이라도 대접할려 합니다.

21개월차 승훈이는 준서할미가 가면 이것 저것 꺼집어 내어 보여 주고, 차도 타 보여주고, 말도 타 보여 줍니다.

준서할미는 그런 일련의 승훈이 행동은 반가워서 어른들이 차 한잔 대접 하듯하는 맘이라고 봅니다.

 

세살 아기에게도 배운다는 말은 맞습니다.

승훈이가 태어나고 나날이 승훈이를 보면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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