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 태중에 있을 때,
이 화분은 희망입니다.
봄에 새로 올라온 줄기에 꽃몽오리가 줄줄이 왔습니다
첫 아이 임신을 했을 때, 8달 들어서면서는 우리 집에 그 무렵 왔던 손님들은 한번 오고는
친척들이 명절에 오시는 일 말고는 삼가 하시게 되었다.
그 시절만 해도 옷이 귀하던 시절이었는데, 남편 친구가 혼자 방을 얻어 살고 있었는데,
봉창으로 작대기를 넣었는지 벽에 걸어 놓은 바지를 가지고 가버려서 갈아 입을 바지를 얻으러 왔었는데,
8달 임신부의 배 부른 모습으로는 도저히 부끄러워서 방 안에서 나가지 않았더니,
총각시절에도 몇번을 보았던 사람이고, 남편의 아주 친한 친구여서, 괜찮다고 얼굴 좀 보고 가자고 몇번이고
마당에서 말을 해도 나가지 않았고,
남편의 종형제 11명 중 맏 시숙님이 오셨을 때는 얼른 스치듯 인사만 하고는 또 숨어 버렸고,
심지어는 시장길에 만나는 동네 시어머님 친구분들도 피해서 다녔고,
얼마나 부끄럽던지.....
만삭의 모습을 남겨 놓는다고 사진을 찍어 액자에 넣어 집안 벽에 걸어 두기도 하는 요즘과는
참으로 격세지감이 든다.
당사자로서 부끄러운 것이지,
그 당시 총각인 남편의 친구가 부러우면 부러웠을 것이고,
시숙님께서도 돌아 가신 시아버님께서, 아들들 자리 잡을 때까지 돌봐 주라고 부탁을 하시고 가셨다는데,
제수가 낳을 달이 다 되어 오는 모습은 좋아 보였을 것이고,
동네 어른들께서도 친구의 며느리가 배 부른 모습으로 다니는 것이 예쁘게 보였을텐데,
당자인 나는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였다.
지금에사 세상이 변해서
7개월이 넘어서부터 낳을 때까지 밖으로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다기 보다는
아마도 자랑스런 모습으로 임신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는 세월이 되었다.
어제 버스를 타고 두어 정류장을 지나 같은 유치원 가방을 멘 4살, 6살 남자 어린아이 들을 데리고
퇴근을 하고 지친 모습으로 그 아이들의 엄마가 버스를 탔다.
아침에 곱게 빗질 한 머리카락도 흐트러 져 있었고,
버스 안은 선 사람들도 제법 있었는데,4살 꼬마가 - 앉아야지 앉아야지하면서 자리를 찾으니
바로 내 앞에 앉았던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분이 얼른 자리를 비켜 주었고,
엄마가 앉고, 작은 아이는 엄마 무릎에 제대로 앉았고, 6살 큰아이는 엉덩이를 약간 걸친 상태 였다.
자리를 비켜 주신 분과의 이야기에
이사 올 동네로 미리 아이들 유치원만 먼저 옮기게 되어서 퇴근길에 아이들을 버스로 데리고 다닌다 했다.
그러다 아이 둘을 앉히고 서서 있다 바로 뒷자리 사람이 내리게 되고, 그 자리에 앉으려 오는데 보니,
임신 7개월 정도로 보였다.
누가 집에서 아이들 키우는 것을 도와 주는 사람이 없다 하던데,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준서할미가 내리는 곳에 같이 내리기에 4살 아기를 준서할미가 내려 주었고, 큰아이는 엄마와 함께 내렸다.
고단한지 아이들 뒷자리에 앉아서는 앞 좌석 손잡이를 잡고 잠시 엎드린 모습도 보았다.
두 어린아이들 데리고 퇴근 시간 복잡한 버스를 탄 것도,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다시 임신을 한 모습도
참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으로 보였다.
태중에 아기를 키우고 있는 모습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대단하게 장한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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