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뭐가 아까워서 두고 쓰지도 않았는지?

이쁜준서 2013. 3. 31. 14:47

 

 

지난 해의 청미래덩굴 열매

청미래 덩굴이 변해진 자연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든 성질이 있는 듯 하다.

초록의 열매가 열렸을 때는 그래도 가을에 발갛에 익으면 보기 좋겠다 싶어도

반 이상의 열매가 떨어져 나가고 새들이 먹어 버리는지?

사진을 담을 만한 모습은 만나기 어렵다.

 

이 청미래 덩굴의 청춘도,

발갛게 익은 중년의 아름다움도 폭한의 겨울을 지나면서

그 색은 많이도 옅어 졌지만, 퇴색되었지만, 발갛게 고운 색도 지니고

결실 되었던 충실한 한해 살이도 보여 주어서 담아 왔다.

 

딱 준서할미 세대들의 현재 모습을 닮았다.

 

 

                        환갑의 나이를 넘어서는 예쁜 그릇에 맘이 빼앗기지 않았다.

커피 잔은 언제나 새로 사게 되면 도자기 회사의 최신상품으로 샀는데, 그 무렵 원두커피를 먹게 되면서

도자기 잔이 커피 색이 비치지 않아서 외국제 유리잔을 수입상품 상가에서 샀다.

 

원두커피를 준서외할아버지가 싫어해서 커피, 프림, 설탕을 넣고 조합해서 먹는 것을 원두와 같이 두고 먹었는데,

그 때도 막대 믹스 커피가 시판하고 있어, 사 왔더니 입맛에 맞질 않았다.

너무 달고, 프림도 너무 많았다.

 

편리성이 있어 여전히 달고, 프림도 많다 싶으면서도,사 먹다보니 이젠 집에 병커피가 있는데도 막대커피를 사 먹고 있고,

유리잔은 깨어지지 않아서,  그럭저럭 같이 쓰던 도자기 잔이 하나 밖에 남아 있지 않아도

늘 커피를 담으면서도 뭔가 가벼운 듯 한 느낌이어 만족스러운 것이 아닌데도, 유리잔을 사용하고 있다.

유리잔이라 깨어지면 귀찮아서 아마도 아주 조심해서 사용하는지는 몰라도 참 튼튼한 유리잔이다.

아마도 유리잔이 없었다면 도자기 잔이 2개쯤 남아 있을 때,

잔을 사러 갔을 것이고, 최신 상품으로 잔을 샀을 것인데, 그 유리잔이 예쁜 커피잔을 사고 싶은 맘도 잠재워 버렸다.

 

뭣을 하다 냄비를 태우는 일이 잦고, 닦아서 사용하고, 자주 태우니,

질이 좋은 새 냄비가 26Cm 크기의 전골냄비, 일반 냄비, 26cm 찜기 냄비가 있어도 또 태우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된장 뚝배기 대용으로, 라면 2개 끓일 정도의 냄비와 쓰던 쌀양재기보다 더 큰 사이즈 쌀양재기,

주걱인데 손잡이를 두툼하게 만들어 뜨겁지 않다는 스텐주걱을 어제 사 왔다.

재래시장에 갔는데, 빈가게를 빌려서 임시로 그릇을 좀 헐하게 팔고 있어 우연스럽게 사게 되었다.

어제 사올 때까지는 그런 맘이 아니었는데,

 

오늘 새 냄비를 씻어서 식초물에 삶아서 사용할려고 준비를 하다보니 왜 내가 소소한 일상을 포기하고 사는가?

싶어져서, 사용하지 않은 새 냄비들을 찾아 내었다.

 

겨울에 건멸치를 사서 자연 건조 시켜 둔 멸치도 옥상 항아리에 넣을 것이고,

멸치 가루를 낼려고 다듬어 놓은 건멸치와 건새우는  가스불 아주 약하게 해 두고 볶아 내었다.

믹스기에 두르르 갈면 곱게 갈리고, 씨래기 된장 국이나 된장찌개에 넣으면 육수를 따로 낸 것보다 그 맛이 진하고 쉽다.

 

이렇게 자잘한 일을 계속 할 때엔  앉았다 섰다 옥상에 올라 갔다 내려 왔다 하고,

오후가 되면 몇가지 일이 끝이 난다.

 

날씨는 어제 밤에 약간의 비가 왔고, 햇살이 화사해서 말린 것을 만지기 좋은 날이다.

뭐가 아까워서 새 냄비들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답은 그렇다 아까워서가 아니고, 냄비를 태우지 않고, 젊은 날처럼 오래도록 새 냄비처럼 사용할 자신이 없어서이지 싶다.

마음의 끈 바짝 조여 메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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