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말 배우는 아기들

이쁜준서 2013. 2. 5. 09:01

말 배우는 아기들

 

큰아이 준서에미 때는 할머니가 계셨고, 큰삼촌, 작은 삼촌, 결혼을 한 후이지만, 한 동네에 살았던 큰고모, 작은고모

많은 식구가 있는 가운데 살았고,

작은 아이 때는 큰시동생이 결혼 해 분가를 해 나갔고, 큰시뉘도 서울로 이사를 갔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제사 때나, 명절 때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유독 작은 아이가 할머니를 따랐다.

할머니가 경북 군위 이시라 또 대구말과는 다른 말들을 하시니 작은 아이가 말을 배우면서 유독 할머니 말하시는 것을

배워서 했다.

그러니 정말로 경상북도의 오리지날 사투리를 해서 보통의 준서할미 또래의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우리 시어머님 시대 분들이 젊은 시절 경북 내륙지방에서 사용했던 그런 단어와 억양으로 말을 했다. 

 

말을 배우면서 그랬고, 어린 아이가 그런 말 억양으로 그런 단어를 말을 하니,

친척들도, 동네 시어머님 친구분들도 아이 말을 듣고는 모두들 웃으셨다.

그래도 그냥 두었는데 자라면서 말투는 즈그 언니를 따라 하게 되면서 변했는데,

같은 단어라도 대구말과 할머니가 사용하시는 단어가 다르면 할머니가 사용하시는 단어로 여전하게 사용했다.

그러더니 초등학교를 입학하고는 할머니가 사용하시는 단어와 말투는 빠르게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준서는 말을 빨리 했고, 또 말을 아주 똑똑하게 했고, 그러니 대구에 살고 있을 때이니

어린아이가 대구말을 참말로 잘 했다.

준서할미와 이웃의 준서할미 친구 말이 다르면 또 이웃 할머니 말을 따라서 했다.

예를 들면 준서할미는 옆이라고 말을 하는데, 이웃 친구는 여불떼기라 말을 하니 준서는 옆을 여블떼기라 말했다.

다섯살에 수도권 즈그 엄마, 아빠한테도 갔는데, 조금 걱정스러웠다.

대구사투리를 하다가 또래들에게 놀림감이 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스러워 준서에미에게 물으면,

유치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모르고, 유치원 선생님은 별 말 없다고 했다.

 

초등학교를 들어 가고, 방학 때마다 외갓집에 와 있는데,

그냥 우리가 사용하는 억양으로 경상도 사투리 그대로 말을 한다.

학년이 올라가도 여전히 그렇게 하니, 지난 해 겨울방학 때 준서외할아버지가 걱정을 했다.

준서는 저렇게 말을 못 고쳐서 학교에서 놀림감이 않되나?

 

그 참 이상하게도,

준서할미가 데리고 있다가 즈그집에 데려다 주러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려서 대합실에만 올라 가면

할머니라 부르는 첫 마디부터, 딱 서울말 억양으로 서울말을 한다.

아마도 다섯살 아기였을 때도, 유치원에서 준서 자신의 말투가 동무들과 달라서 처음에는 말을 잘 하지 않았을테고

또 금방 말을 바꿀 수 있었지 싶다.

아이들은 그렇게 적응도가 빠른 것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준서할미가 준서외할아버지께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는

꽃을 키우는 것이 좋은 사람이고, 시간이 있으면 야산으로, 강변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 사람이니

옷 후줄근하게 입고, 공원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소주잔을 기울이지는 않을 듯 한 점과,

 

준서할미를

 우리 둘있을 때나, 친척이나 친구들이 있는 중에 장난이나, 애칭으로라고 - 할망구-라 부르지 않는 것이다.

준서할미는 자랄 때 친구간에도 - 가시나- 라고 말을 장난 중에도 하지 않게 자랐고,

결혼식을 앞두고 친정엄니께서는 나중 아기를 낳아서 길러도 시어머니를 - 할매요-라고 부르지 말라 하셨다.

아이들 할매이지 너 한테 할매는 아니라 하셨다.

 

지금까지도 시어머니 앞에서고, 동서들 앞에서고, 친구들 앞에서고, - 어무이-라 하고 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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