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겨울 추위 운동으로 이기자.

이쁜준서 2012. 12. 26. 06:30

 

 

지난 주 금요일 온 눈은 눈 온 뒤 날씨가 계속 추워서 옥상에도 사람이 다니는 길만 내었고,

현관 앞과 계단은 얼음을 깨어 가면서 걸레로 닦아 내어 말끔하게 했다.

오늘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옥상에 빨래를 널러 가도 걷으러 가도 그 잠시에도 입술이 어는 듯 하다.

우리 세대는 옷은 얇고, 신도 부실해서 겨울이면 너무 추워서 잇발이 부딛치게도 추운 겨울날도 견디어 내었는데,

 

뒷집 칠순을 지난지 한참인 형님은 파지와 고물을 하신다.

수입냉동 돼지고기 도매상이 있어, 배달을 갈 때는 박스를 빼내 버리고 가기에 그 박스가 8할은 될 것이고,

연세가 많으시니 준서할미를 비롯해서 동네 사람들이 가져다 드리기도 하기에 폐지가 잘 모인다.

빈 박스는 박스 밑바닥에 붙어 있는 테잎을 뜯어내고 차곡 차곡 쌓아서 묶어 또 쌓아 두면

고물상에서 큰 차가 와서 싣고 간다.

 

요즘 계속 많이 추워도 제 때에 손질하지 않으면 마당이 정말 고물상이 될 정도라 이 추위에도 매일 매일

하루에도 몇번을 프라스틱 앉을뱅이 의자에 않으셔서 손질을 하신다.

어제는 형님 날씨가 많이 춥지요? 했더니,

일을 해서 열이 나서 그런지?

옷을 많이 입어서 그런지? 춥지는 않다 해도 추워서 얼굴은 벌겋게 상기 되어 있었다.

아마도 추위에 몸이 익어서 그리 춥다고 느끼지 못하시는 듯 했다.

감기는 추운 곳에 있어 걸리는 것이 아니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걸리는 것이라는 가정의학과 선생님 말씀을 듣기도 했고.

 

준서할미 세대들 어린이 시절에는 겨울이면 집에서 미지근 한 물에 애벌빨래를 해서

못가나, 샘가로 가서 행구어 오던 시절이었고, 옷도 입고 벗고 할 정도였고,

겨울이면 어린아이들이

거의 누구나 코을 훌쩍이였기에 아이들 옷 소매부리는 반들반들 했고,

코를 훌쩍이면서 온 겨울을 나면서도 열감기를 하지는 않았다.

 

요즘하는 호사는 가이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 시대라면 왕족의 호사보다 더 호사를 하고 산다.

옷만 해도 오리털, 거위털로 된 가볍고 따뜻한 겉옷이 두어개는 되고,

신발도 값이야 고하이긴 해도 프라스틱으로 만든 털신도 있으니 발 시릴 일 없는 것이고,

먹는 것도 육고기이고, 과일이고, 없는 것 없이 파는 세상이고, 그리 기릅지 않게 먹고 사는 것이고,

건강보조로 먹는 약만해도 몇가지나 갖고들 있고,

 

겨울에는 빨래가 바싹 마르지 않고, 또 햇살이 남아 있을 때 걷지 않으면 말라 가던 빨래가 더 눅눅해지기에

오후 4시면 걷어다 건조대에 널기도 하고, 패딩 같은 두꺼운 옷은 따뜻한 바닥에 깔아 바싹 마르게 한다.

그러니 옷을 입으면서 습기가 없도록 해서 입을 수 있다.

 

이런 호사가 어쩌면 점점 체력을 떨어뜨리게 할 것이다.

얇은 옷에 겉옷을 입고, 공중교통이던 승용차이던 차만 타면 훈훈하고, 타고 내려서 건물로 들어가면 또 훈훈하고,

예전 겨울이 추워야 농사에 병충해가 덜 해진다 했는데,

사람도 적당하게 추위도 타 보아야 추위를 이길 수 있지 싶다.

 

집수리를 하고, 김장을 하고 난 뒤 몸살감기를 심하게 앓았고, 

김장 직후부터 날씨는 하루 하루 더 추워지고 있고,

아직도 아침 걷기 운동을 시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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