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싸락눈이 오는 날

이쁜준서 2012. 12. 21. 10:58

 

주방에 들어 가니 공기 소통 되라고 열어 둔 뒷베란다에서, 

비가 오는 듯도 하고, 눈 오는 소리라면, 많이 오는 듯 한 소리가 납니다.

현관 문을 열어 보니 싸락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예전 왕사탕 알에 묻혀져 있던 그런 설탕알갱이 같은 싸락눈이 였습니다.

초록색, 꽃분홍에 가까운 붉은색의 사탕에 미색이나 흰색의 굵은 설탕 알갱이가 묻혀 있었지요.

 

그러다 비까지 같이 오니 내려 있던 눈은 빙수가 되어 있고, 내리는 진눈깨비는 빙수에 보태어져 또 빙수가 됩니다.

아마도 오늘 밤에 길이 얼듯하고, 모두들 조심해야 겠습니다.

 

어제 일기예보에서는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온다고 하지 않고,  오후에는 눈이나 비가 온다고 하더니.

겨울에는 길이 빙판이 되면 특별한 볼일이 아니면 외출을 하지 않으니,

길어지면 반찬이 늘 먹던 것 뿐이라 답답하기도 한데,

 

몇일전 버스를 타고 재래시장을 다녀 왔고,

또 어제는 무청씨래기 가을에 사다 말리던 것을 한 찜통 삶았더니 요긴하게 먹을 것 같습니다.

아직 메주는 쑤지 못했어도,

된장독도 손질 해 두었고,

한동안 먹을 된장도 통에 담아 내려 놓았고,

당분간은 풍족하겠습니다.

 

실내 공기가 건조할까? 염려가 되어,

삶는 빨래를 하다 밖을 보니 이젠 펄펄 눈이 내립니다.

두어시간 그렇게 오더니 눈발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그래도 눈이 그쳐야 현관 앞과 계단을 치울텐데, 그냥 두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눈이 오면 외출을 자제하지만, 펄펄 눈이 내리니 눈 속을 걷고 싶어 집니다.

맘 뿐입니다.

 

예전 우리들이 어릴 때,

아주 더운 날과 아주 추운 날중 어느 것이 나을까? 하면

여름에는 겨울이 낫겠다 하고, 겨울에는 여름이 낫겠다고들 했지요.

그러다 청소년기가 되니, 거의가 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여름이 낫겠다 했지요.

 

여름에는 물가에 가서 멱도 감을 수 있고,

마당에서  모깃불 피워 놓고, 강냉이들을 먹으면서 마당에서 잠을 잘 수도 있고,

찬물에 손도 시리지 않다면서요.

 

그 시절 시골에서는 제대로 씻을 따뜻한 물이 어려웠으니, 찬물에 손 담그는 때가 많았지요.

초저녁에는 뜨근뜨근하던 아랫목이, 새벽녘이 되면  식어서 추위를 느끼지요.

아주 추운 겨울날은 새벽일찍 어른들이 나가셔서 솥에 물을 부어 방을 덥히기도 했습니다.

 

설 명절이 가까우면,

쇠죽 솥을 깨끗하게 씻어서 물을 덥혀서 목욕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몸을 씻기도 했었지요.

그 시절 가마솥에 펄펄 끓여 먹던 숭늉은 참으로 구수 했습니다.

 

준서할미가 초등학생, 중학생인 때,

겨울이면 눈이 자주 왔습니다.

눈이 내리는 때는 뽀드득 뽀드득 눈이 밟히는 소리가 좋아서

하교 길에는 냅다 뛰었고,

그 담날은 미끄럽기는 해도, 미끄럼을 타면서 학교로 등교하기도 했었는데,

이젠 눈이 오면 무조건 꼼짝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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