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에미와 딸

이쁜준서 2012. 1. 21. 03:56

어제 준서네에서 집으로 왔다.

원래는 서울역으로 지하철역으로 가 고속철을 타고 올려 했는데, 마침 그 기차가 광명역에도  서는 기차여서

준서에미가 네비게이션을 켜고 광명역으로 운전을 해 갔다.

엄마 도저히 그 몸으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까지 가셔서, 또 기차타고 가시고 않된다고 하면서.

 

광명역에 도착해서는 집에 잠자는 준서를 준서이모가 지키고 있기는 했지만, 바로 내려주고 가라고 하고는

역사로 들어 와 있는데 준서에미 전화가 왔다.

주차 했으니 역사로 들어 오고 있는 중이라고.

빵집으로 가 커피 한잔과 빵 한개씩을 시켜 놓고, 30여분 있다가는 타는 것까지 보고 가겠다는 것을 억지로 보냈다.

준서할미 둥에 무당벌레 날개따게비 같은 가방을 기여히 받아 들었다.

실상은 준서에미가 들고 있는 핸드빽이 더 무겁더구만, 괜찮다고 괜찮다고 해도 기여이 받아 어깨에 걸친다.

 

간 첫날은 준서아빠가 잠자리를 보아 주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에미의 작은 짐이 눈에 들어 오고, 오랫만에 오신 부모의 잠자리를 보아 주게 되니,

에미 된 준서할미 나이가 많아진 모양이다 싶다.

감기몸살도 광명역에 도착했을 때는 목소리까지 잠겨 버렸는데,

나를 보내면서 준서에미 맘이 쨘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집 여자들 6명중에 준서할미는 천하장사 였다.

어쩌다 제사장을 보러 같이 나서게 되거나, 명절이나 기제사 때 왔다 돌아 갈 때의 짐등을,

큰동서는 자기 체중도 감당하기 힘들어 하니,

열여섯살 차이가 나는 작은 동서와 우리 딸들은 들지를 못하고 짐을 안고 다니니,

종반간 형님들과 장을 보러 가도, 형님들이라,

별로 힘도 없는 준서할미는 늘 천하장사마냥 무거운 짐을 들었는데,

이젠 나 스스로 무거운 짐이 감당이 되지 않아 나누어서 든다.

 

 

길가다 보면,

버스에서나, 지하철에서나,길에서나

할머니가 아기를 업고, 젊은 사람이 아기를 쳐다보는 일행은 거의가 친정엄마와 딸이다.

우리 시어머님 45세 드는 해에 시어머니가 되셨고, 친정어머니는 그 해 47세 셨다.

그래도 시어머님과 외출에서 아기를 시어머니가 업으시진 않으셨고,

친정에 가면 친정엄니가 아기를 업어시고, 첫아기 낳은 젊은 준서할미는 아기 기저귀 가방을 들고 나섰다.

아무리 말려도 친정엄니께는 통하지 않았다.

 

친정엄니는 참으로 부지런하시고, 몸이 잰 분이셨다.

준서할미가 50대 초반에 봄에 나물캐러 들에 같이 나섰는데, 한곳에서 캐시지도 않으시고, 큰것을 찾아 논두렁을

얼마나 빨리 지나시는지... 그랬는데 나중 친정엄니의 나물이 크고 양도 많았다.

 

살아가시면서 스스로 삶의 에너지를 만들어서 늘 바쁘시게 사셨는데,

말년 4년간은 풍으로 고생을 하셨다.

 

멀리 떨어져 있었고,

또 동생들이 잘 모시고 있다는 핑계로 준서할미는 친정엄니께 잘 해드리지 못했다.

풍으로 고생하시면서 동생들을 어찌나 애를 먹이셨는지 동생들은 엄니를 그리워 하지도 않는 듯 하다.

정을 떼고 가신 듯 하고, 잘 해 드리지 못했던 준서할미는 먼 하늘을 보면 아직도 눈물이 핑그르 돈다.

 

자식이 배려함을 받아 보니, 등이 훈훈한 것 같다.

준서할미가 친정엄미한테 그리 한 적이 있었던가?

있기야 했지만, 받은 친정엄니 맘이 이렇게 훈훈하셨을 것을 알았다면 더 잘 했을지도 모른다.

 

자식이 부모에게 따뜻한 배려심을 표현 할 수 있게 하는데는 자식에게 생활 전반에서 간섭을 말아야 한다 싶다.

준서할미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다짐하고 살지만, 그것은 준서할미 생각이고, 자식들에게는 아닌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조심을 하고 한다.

친정엄니는 현실에서 따르지 못한 내 환경은 생각하지 않으시고, 하다 하다 말을 듣지 않으니 내 죽을 때 유언으로 할꺼다라고.

그렇게 강요를 하시는 것이 있어, 따뜻하게  만 배려를 해 드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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