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옛이야기 1

이쁜준서 2011. 12. 22. 10:23

부산에서 자라다 전깃불도 없는 고향으로 간 것은,

4학년 신학기가 그 때는 4월이었는데, 그 신학기에 맞추어 갔습니다.

처음 전학간 학교로 등록을 하러 간것은 십여리길은 시골에서 이웃마을 정도의 거리라 생각하기에, 걸어서 갔습니다.

그 때는 시골에서 현금화할 정도로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어서, 돈 주고 시외버스를 타고 다닐 형편들도 아니었습니다.

 

한학년에 2반씩 있었고, 일제시대부터 있었던 오래된 국민학교였습니다.

1,2학년은 어려서 오전, 오후반이 없었고, 5,6학년은 수업이 많아서 또 오전, 오후반이 없었고, 3,4학년만 오전, 오후반이 있었지요.

부산에서는 운동장도 그리 넓지 않았고, 준서할미가 입학한 우리 동학년은 13반까지 있었고, 교실이 모자라서 1학년은

운동장에 천막을 쳐 놓고 천막교실에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한반의 학생이 많았기도 했습니다.

 

시골살이가 아기를 면하고는 처음이었고, 특별하게 오후에 오라는 말도 듣지 못했기에,(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시지 않았기에)

아침밥을 먹고는 어제 갔던 길을 따라 학교를 갔더니, 오후반이라 이야기 하셨고, 왔던 길이 얼마나 먼지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집으로 왔더니, 다시 가면 학교가 파할 것이라고 내일 가라고 해서 학교를 가지 않았고,

오전에 학교에 왔던 아이가 오후반에 들어 오지 않으니 걱정이 되신 선생님께서 가서 집에 있으면 너도 오지 말고, 없으면 너는

학교로 오라고 5촌아재가 되는 한반 아이를 보내셨었지요.

 

 

오후반이라고 해도 십여리 먼 통학길이라 아침에 아이들이 학교로 간 뒤 얼마 있지 않아 학교로 갑니다.

가다가는 남의 집 감나무에 감꽃도 주워 먹고, 가다가 논으로 들어가 논고둥도 주어 동해남부선 철로에 돌로 깨어서 먹기도 하고

야산으로 올라 시금털털하고 떫기가지 한 망개(청미래덩굴) 시퍼런 것도 따 먹고,

아카시아 꽃을 따 먹고, 찔레를 꺾어 먹던 것은 나은 먹거리였지요.

 

 

가면 오전반 수업중이고, 반친구들이랑 운동장에서 놀았고, 운동장에는 오래된 겹벗꽃이 있어 나중에는 겹벗꽃핀 나무아래서 놀았습니다.

부산의 넓지 않은 운동장에는 나무들이 없었는데, 학교 뒤는 산으로 이어지고, 학교 정문을 나가면 국도와 닿아 있는 논들이 있고.....

학교 운동장 한켠으로는 실습지가 있고, 교문 옆에는 선생님의 사택이 있었고,

부산, 학교 교문 앞에 지금의 6미터 소방도로쯤 되는 도로 앞 쪽에는 미군부대 주둔지가 있었고,

그 철조망 안에는 쑥들이 무지 무지 많았고, 보초서는 한국군 아저씨들은 언니를 데리고 오면 부대 안으로 쑥을 뜯어가게 해 주겠다 하기도,

미군차들이 지나가면 기브미.... 기브미..... 하고 아이들이 손을 벌리고 따라가면 미군들이 초크릿, 껌등을 던져 주었던.

그 부산과는 너무도 다른 시골이었지요.

 

 

 

도시락 밥이라야 꽁보리밥에 윗쪽만 쌀밥과보리밥이 반정도 섟인 밥으로 덮어 가지고 갔는데,

고추장이 귀한 시절이라 고추장을 몰래 떠가지고 가서는 오다 야산으로 올라가

더덕이나 도라지를 캐어서 고추장에 찍어 남은 밥을 먹기도 했고, 다리로 기어 올라가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고추장을 남겨 온 밥에 넣고, 사정 없이 흔들어 먹기도 했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왜 다리 난간으로 올라가 그 먼지덤에 앉아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이해가 않됩니다.

 

찐살이 나오는 추석무렵부터 밤이 나오고 고구마를 저장해서 먹는 겨울까지는 긴 십여리길도 참으로 재미가 나지요.

누군가가 찐살을 가지고 오면( 대부분 몰래 갖고 옵니다.) 한줌씩 돌려 가면서 입에 넣었고,

밤이 떨어지는 철에는 호랑이 밤주인 할아버님을 피해서 일찍 일어나 밤을 주워서 가지고 오고 또 한톨씩 나누어 먹으면서

고구마는 씻지도 않고 가지고 왔을텐데, 돌려 가면서 한입 베어물고는 껍데기는 버리고 먹었지요.

그 계절들에게는 청소를 하면 그 귀한 찐쌀도 흘렀고, 고무마껍데기도 흘렀고 그랬던 시절이었습니다.

 

반달님 방에서 서리올 무렵 늦가을에 부화한 병아리- 서리병아리와 토종닭들이 자유롭게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예전 우리 마당의 토종닭들도 생각나고 옛시절 생각도 났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고향을 다시 떠났기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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