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콩을 대두로 한말 한되를 샀다.(15Kg과 대두 한되에, 88,000원)
그 중에서 10Kg을 전날 담구었다 삶는 곰솥에 1/2 정도 오게 불은 콩을 넣고 4통을 삶았다.
다 삶고 나서는 여름내내 옥상에서 햇빛에 수분기가 졸은 된장독에 메주물 바쳐 놓은 것과 함께 넣으려고 3Kg의 콩을 따로 삶아 놓고
이렇게 밑바닥에 깔개를 넣고 콩을 삶으면,
콩이 직접 바닥에 닿지 않아 눗는 것을 방지한다.
콩을 다 삶아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빼고 곰솥에 다시 부어서 찧어면 쉽게 찧어진다.
토종꿀을 담았던 나무곽에 밟아서 반으로 잘랐다.
몇일만 햇살 좋고 바람 살랑이면 제법 말라서 혹여..... 싶은 걱정을 않을 것인데,
어제는 잔뜩 흐리더니 비가 추적거렸고, 오늘도 하늘은 잔뜩 흐리다.
마른콩 한되는 1,4Kg이라 하는데, 10Kg을 삶으면 넉넉한 6되가 되겠지 싶었다.
저런 덩이로 13개가 나왔다.
짚도 구해 놓았다.
꾸덕뚜덕이라도 말라야 짚으로 엮어 달아 놓을 수 있는데,
궁여지책으로 저렇게 놓고는 오늘아침 아래 위를 바꾸어 주었다.
제발 한 나절이라도 날씨가 개이면 옥상에서 잠시라도 말릴텐데
날씨는 잔뜩 흐리고, 어제 온 비로 공기가 습하다.
이글을 느림의 미학이라 했고, 부제목을 - 메주 만들기라 했다.
그래도 새댁이란 칭호가 낮설지 않고, 살림의 주장이 시어머님이시던 시절에는 집에서 메주를 끓였다.
그러다 시어머님 방에서 메주를 띠웠고, 자루에 포개어 넣어 놓고 이불을 푹 둘러 씌워 띠우는 메주 냄새에
밥 먹으러 들락거리면서 아들 셋이 얼굴상을 찡그리고,
또 그 때 콩으로 팔기 보다는 메주를 띠워 팔면 콩값보다는 메주 값이 훨씬 돈이 되어 시골 살림에 보탬이 되어
이리 저리 메주를 끓여 준다는 곳으로 부탁해서 메주를 집에서 끓이지 않은지가 근 30여년이 되었다.
그러다 작년 콩이 전국적으로 흉작이 되고, 100%로 믿지는 않아도 시골 단위농협에서 만들어 파는 메주가 장을 담으면
맛이 괜찮아서 믿고 샀는데, 국산콩이 전국적으로 턱없이 모자란다고 메주량을 반으로 줄일 수도 없을 것이고,
그러면 수입콩이 더 많이 들어갈거란 생각으로 작년에 다시 메주를 6되 만들어 장을 담았는데,
장 맛이 좋았다.
메주가 장맛을 좋게 하는 것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메주를 깨끗하게 잡균이 번식되지 않게 말리는 것이 관건이고
띠우는 것은 그 다음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란 것을 알아져 올 해 또다시 메주를 만드는 것이다.
공장에서 메주를 만든 메주로 간장을 담는 가정도 그리 많지 않다.
김치도 공장김치가 판을 치고, 준서할미 세대가 현역에서 물러나면 아마도 된장도, 간장도 공장의 규모는 아니더라도
파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것을 사 먹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파는 집간장이라 부르기도 하고 조선간장이라 부르기도 하는 간장이 너무 비싸서,
아예 소금과 파는 진간장으로 음식 간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간장, 된장은 우리의 음식 문화라 할 수 있을까?
국민 대다수의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가정 각각의 맛이 다른 그런 된장과 간장이라야 음식 문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세상이 너무 빨리 간다.
어어... 하다보면 맨발 벗고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세상은 빨리 변했다.
준서할미가 50년대 초등학생이었으니,
그 변한 세상을 준서할미가 보고 발 담그고 살아온 것이다.
빠르게 변한 세상에서는 핵가족이란 낯설었던 단어도 시골의 구순 노인께 여쭈어 보아도 대답이 나올것이다.
빠르게 변한 세상에서는 인간대 인간이란 자기가 필요할 때의 관계일 뿐으로 흘러간다.
자식들이 부모가 자기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도움이 되었을 때만 필요한 존재가 부모가 되기도 하다.
미학이란?
아름다움, 미학,예술을 다루는 철학의 한 분야이라 한다.
빠른 세상에서 느림의 미학이라 부르는 것은 - 빠른 세상을 따라가지 않고, 잠시 느리게 살면서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일수도 있다.
콩을 낑낑 손카트에 싣고 와 그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그 메주를 잘 띠워서
정갈한 물에, 정갈한 소금으로 소금물을 만들어, 정월 말날에 장들 담구고, 또 장을 된장과 간장으로 가르는
그 일련의 장면들만으로도 - 아름다운 것이다.
그 된장도, 간장도 자식도 주고, 동생들도 주고, 장을 담그지 않는 친구들도 주고,
그 나누는 것도 주고 받는 인간의 맘으로 인해서-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이 사람 손으로 움직여서 하는 일은 - 아름다움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 생각은 하지 않지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울 수 있는 것은 - 창조적이지 않더라도 사람이 사람손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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