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한지가 2011년이 되면 6년차가 된다.
그동안 매일이다 싶이 오가면서 얼굴 한번이라도 생면한 것이 없어도 어제도 보았고, 그제도 만나고 싶으면 언제라도
계단을 톡톡 내려가는 이웃친구처럼 아니 몸 하나 움직이지 않고 마우스로 클릭한번에 이방으로 저방으로 마음대로 날아 갈 수 있게
지냈다.
그런 블벗님들이 어떤 때는 사연을 남기고, 어떤 때는 소리 소문도 없이 블방을 닫을 때는 한동안 맘에 쨘하게 남기도 했다.
만나지 않았어도 마음을 나누었기에.
준서할미가 고등학생일 때 월남파병이 있었고, 월남으로 파병가는 배가 떠나가면, 학교마다 당번처럼 돌아가면서 부두에서 환송을 했고,
또 학교에서 전방 장병에게는 선물을 보낸다고, 선물을 모아 보내기도 했고, 지극히 형식적인 크리스마스 카드에 적힌 글을 적어
물건을 넣은 위문주머니에 넣기도 했었는데,
학교에서 월남파병 병사들에게는 편지글을 적어 내라 했다.
형식적인 글이기는 했으나 크리스마스 카드에 적힌 두어줄의 글이 아니고, 어느 누가 나의 편지을 읽을 줄은 몰라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에서 있는 병사들이라 그래도 염려하는 맘이 담긴 편지를 수업시간에 적어 내었고,
그 편지를 받은 병사들이 학교로 답장을 해 왔고,
학교에서도 권장하는 일이였기에, 자연스럽게 집주소로 편지를 보내고 답장이 오고 그런 시간이 계절이 바뀌게 되기도 했었다.
간밤 전투에서 죽은 전우가 있다. 심하게 다친 사람이 있다등등의 애절한 편지글을 받은, 한참 감성이 예민했던 여고생들의 진심 어린
편지는 참 큰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친구에게 목발을 짚은 편지글을 주고 받던 병사가 찾아 왔고, 그 병사는 그만 만나자는데도 자꾸
찾아 오고 그 친구네 집은 비상이 걸리고.....
우리는 아직 월남에 있는 편지글을 주고 받던 병사들에게 고등학교도 졸업했고, 더 이상은 부모님들이 말려서 않되겠다는 편지글을 띄웠고,
준서할미에게 온 답장 글에는 - 가스나야 피가 잘 돌아 잘 살아라 - 였다.
만난 바가 없어서, 또 그 때는 친구들이 너도 나도 그렇게 위문편지를 주고 받았기에 그냥 잊혀 졌다.
그랬지만, 삶과 죽음의 고비에서 편지 하나에 위로를 받았던 그 장병들에게는 하루 아침에 이젠 끝이라는 편지는 한 순간은 적막감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 때는 사람과 사람간에는 얼굴도 모르고 주고 받았던 편지글의 인연은 친구에게 온 위기를 보고는
단번에 끊어버리고도 맘에 오래도록 남지는 않았다.
철 없던 시절이라 사람과 사람간에 맘의 나눔도 인연이라는 것을 몰랐었다.
지금은 그 이름도 잊은지 오래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미안스런 맘이 된다.
그제는 TV를 바꾸었다.
실제는 그렇게 화면이 클 필요는 없는데, 보던 것은 28인치였는데, 새 TV는 그에 비하면 아주 화면이 크다.
준서할미가 산 것이 아니고, 선물을 받은 것이기에.
그런데 사람 눈이 그런건지 이제 사흘째인데도 그 TV로 인해 안방, 거실, 또 난방하지 않는 방이 발칵 난장판이 되고, 또 제 자리를
잡고 했는데, 첫날과는 다르게 그 담날 부터는 TV화면도 부담스럽지 않고, 물건들이 다 그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금방 익숙하게 되어 버렸다.
사람과, 물건은 이렇게 다른 것인가보다.
결국 물건은 물건일 뿐이어서, 사람이 필요에 따라 들이고, 버리고, 그런 일들이 익숙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과 물건이 아니고, 생명있는 것과, 물건과의 차이 일 것이다.
생명 있는 것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그간 살아오면서 정 나눔에 따라 다르기야 하겠지만,
오늘은 이 추운 날인데도 준서가 오겠다 했다.
날씨에 관계 없이 준서에미는 출근을 해야 하는 것이고, 준서네 유치원은 종일반 마저 방학으로 들어가면 낮시간 준서가 있을 곳이 없다.
준서가 오면 준서할미도 눈 앞에 준서를 두고 있어 염려스럽지 않고, 준서에미는 여기에 데려다 놓으면 준서에미 자신보다 더 잘 거둔다
생각하니 하나 염려스러울 것이 없고,
이번에는 오래 있을 것이다.
2월 어느날인가 갈 것이다.
또 준서가 가면 한동안 준서가 있던 빈자리가 클 것이지만, 우리는 만나고 헤어져 있고, 다시 만나고 이어진 관계라 이별이 아니기에
헤어져 있는 동안은 애틋한 그리움이 있어 그 그리움도 아름다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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