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세상인심....

이쁜준서 2010. 8. 30. 12:28

 

아침 7시쯤 세든 학생이 전깃불이 들어 오지 않는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그 전화를 받으면서 내려 갔고, 코드를 다 뽑고 내려간 차단기를 올려 보아도 차단기는 바로 내려 왔지요.

갑작스럽게 이웃에 전기 기술자도 모르겠고,

큰 신축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아는 분께 전화를 드렸지요.

그분은 전기를 만지시는 분이 아니어서 친구분인 전기 설비 사장님을 우리집으로 오라고 연락을 하고

먼저 왔었습니다.

 

저는 코드를 다 뽑았다 했는데, 보일러실은 뽑지 않았었는데, 다 뽑고

차단기를 다시 올려 보아도 차단기는 역시나 내려 왔지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전기업 사장 친구에게 차단기 하나를 사오라 전화를 했고,

우리집 거실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있는데,

전기 사장님이 올라 오시기 전 차단기 교체를 하고 왔다 했고,

커피 한잔 하고는 내려 갔더니 

고장난 집 현관을 열었더니 전깃불이 와 있었습니다.

 

마침 현장공사가 돌아 가는 곳이 없어 잠시 한가한 때에 전화가 와 올 수 있었다고 

요즘처럼 필요할 때 잠시 웃는 낯으로 보고 돌아서면  부탁 전화다 싶으면 바쁘다고 해 버리는 세상에서

전화 한통화에 소소한 것을 고치는 기술자들도 아니고,

기술자들을 데리고 신축공사를 하는 분들이 두분이나 오셔서 어찌나 고맙던지요.

점심값을 좀 드릴려고 했더니

그러면 나는 이젠 않오니더라고....

전기 사장님은 나는 자 않있는교... 

 

준서할미와 같은 연배도 아니고,

40대 후반인 젊은 사람이... 

아주 오래전 우리집에 몇년 세들어 살았던 인정 하나로 그렇게 올 수 있음에

정말로 정말로 고마웠지요.

인정이 살아 있어 기분 좋은 하루를 열었습니다. 

 

 

 

 

친구 며느리의 이야기 입니다.

친구가 아들만 둘이 있는데, 큰 아들은 키울 때도 알아서 공부하고 맞벌이로 직장이 있는 엄마 밑에 자랐어도

야단칠 일이 없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를 배려하는 그런 아들이었다 했습니다.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하길래,

한번 데려와 보고, 이조시대 여인처럼 다소곳하고 말이 없는 아가씨를

좀 상냥스러웠으면... 싶었지만,

처음이라 그렇겠지.... 했답니다.

 

 

그 후 결혼식을 올렸고,

주말에 시댁인 친구집으로 토요일이면 모였어도

친구가 미리 들어가 저녁 준비를 다 해 놓으면

퇴근을 하고 며느리와 아들이 왔고,

며느리 먹으라고 간식거리를 사 두었다 주면

같이 드시자는 말이 없이 주는 것만 먹었고,

밥을 다 먹으면 설겆이는 거드는데, 밥상을 채릴 줄도 모르고

거실 쇼파에서 큰아들, 작은아들, 들과 함께 놀다가 

밥 먹자고 하면 같이 식탁에 앉아 먹기만 했고,

 

설겆이를 다 끝내고 어느 때 시아버님이 커피 한잔하자 해도

며느리가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갈 줄 몰라서

시어머니인 제 친구가 벌떡 일어나 커피를 내어 왔다 했습니다.

 

 

그러던 며느리가 첫아이를 낳아서는 친정 어머니께 맡겨 길렀고,

거의 연연생으로 임신이 되어서는 직장도 사표를 내었고,

둘째가 태어나고 두 아기를 기르고 있어

제 친구인 시어머니가 직장이 좀 자유로와서 토요일은 휴무를 하고,

월요일 오후 근무부터 하기로 하고

큰 손자를 금요일 밤에 데려 온다고 합니다.

 

엄마와 아파트에서 외출을 못하고 지내다

할머니 집으로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와 외출도 하고

저 하나만 보고 할머니가 관심과 사랑으로 대하니

월요일 에미에게 데려다 주면 아기는 할머니를 따라 다시 나서려 하고

에미에게 착 붙는 것이 아니라 합니다.

 

시어머니가 아기를 데려가니 

엄마와 아기간의 정이 멀어진다고 남편에게 투덜대는 모양이라 합니다.

큰 아들이 주말마다 아기 봐 줄려 하시지 말고,

볼일이 있으시면 볼일을 보시라고....

얼라 둘과 힘들어 보아야 아기 떼 주는 것의 고마움도 알것이라고....

은근히 주말마다 아기를 데려가지 말라는 뜻의 말을 한다고 합니다.

 

출산을 하고 병원에 들려 시어버지가 돈봉투를 주어도,

감사합니다란 인사도 할 줄 모르고,

시아버지인 친구남편이 화를 내어서

두어번쯤 불러 타일러 보았지만 바꾸어 지는 것이 없다 했습니다. 

어쩌다 집에서 만나도 커피한잔 만들어 시아버님께 드리는 법도 없고,

그 바쁜 시어머니가 아기를 데려다 주면서 반찬을 해다 주어도

감사하다는 말 한번 할 줄 모른다 합니다.

 

하도 답답해서 친구가 내 팔자가 왜 이런가? 싶어 혼자 울기도 했다 합니다.

언니한테 밖에 이런말 할데가 없다란 말을 했지요.

 

 

준서할미 말이

이젠 바꾸어 질 수가 없다.

그 며느리가 복이 많아서 

자네 같은 시어머니도 만난 것이고, 총각시절에는 겨우 물 한컵 떠다 먹는 것만 했던 아들이

집에 들어가면 밥도 해 먹고, 우유병도 소독하고 다 하는 것을 보면....

첫아이를 아들을 낳고,

둘째를 딸을 낳고,

참으로 복이 있는 사람이다.

 

지 복대로 잘 살테니, 자네가 너무 손자에게 메이지 말고,

형편이 되면 하루 떼어다 보아주고,

그렇지 않으면 자네 볼일 보고 그럴 수 밖에 없다 했지요.

 

그런데 친구며느리만 천연기념물이 되어 그런것이 아니고,

더하고, 덜하고의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요즈음 며느리들이 거의가 다 그렇습니다.

그래도 그대로 보아주어야 하는 것이

바꾸어진 세상 인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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