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음식

동태머리로 한 음식

이쁜준서 2008. 8. 28. 18:42

우리나라가 70년대 초반에도 정부미란 것이 있었다.

일반쌀보다 품질은 떨어져도 가격이 조금 쌌었던 것 같고, 60키로그람이 한포였지 싶은데, 그것은 확실한 기억에는 없다.

 

그러니 재래시장이 있었지만, 날마다 장을 보아서 찬을 만드는 생활을 아니었고, 동네슈퍼가 만물상회였다.

콩나물, 두부, 주전자를 들고가 주인 인심대로 많아질 수도 있는 막걸리, 병에담긴 소주, 과일, 채소류,

병에 담긴 음료수, 냉동된 아이스크림과 얼음과자, 생선(고등어), 과자류, 감자등과, 활명수, 사리돈,

헤스탈(소화제), 분무식 모기약, 모기향, 실, 바늘, 양초, 과자류등등을 팔았다.

그러니 엔간한 것은 슈퍼에서 해결이 되고, 거저 일주일에 한번쯤 시장을 갔었다.

 

명절엔 동네 시어머님 친구분들이 모여서 수산시장이란 곳에 가 동태한짝을 두집이 노나하고, 제수에 필요한 생선을 바켓츠나 다라이를 가지고 가 사오신다.

그리고는 포도 직접 뜨시고, 사온날 동태찌개도 하고 그렇다.

그러면 동태머리가 남는다.

그러면 찌개에도 넣고, 다듬어서 두꺼운 무쇠칼로 난도질을 한다. 그러면 엉겨붙는 점액성이 되고, 칼칼한

매운고추도 넣고, 밀가루를 넣어 반죽을 해 옹심이처럼 동글거리다 납작하게 눌러 밀가루를 입혀 계란물에 넣어 철판에 굽는다.

먹으면 아작아작 씹히면서, 매콤하기도 한 깊은 맛이 난다.

우리만 그렇게 한것이 아니고, 시어머님 친구분들 집에서는 다들 그렇게 했다.

 

손이 많이 가는 것이여서, 시어머님 아랫대는 하질 않았던 음식이다.

나도 시어머님께서 손을 떼시고는 수산시장에 가 그렇게 많은 동태를 사오지도 않았고, 가까운 재래시장에서

동태포를 뜨고, 동태 한마리를 째개용으로 사 포뜬 동태머리를 가지고 와 찌개를 끓인다.

동태만으로 끓인 동태찌개보다 훨씬 맛이 있다.

어제도 마침 어물전에서 추석을 대비해서 동태포를 시간이 여유로울 때 준비한다고 뜨는 중이어서 동태머리

서너개를 더 얹어 와 찌개를 끓였다.

 

일단, 손질해서 냄비에 담고는 된장 아주 쬐금, 왕소금을 뿌려 김을 올리고, 멸치국물을 붓고, 썰어 놓았던

채소를 넣고, 모자라는 간은 액젖갈로 맞추었다.

우리집 액젖갈로는 미역국을 끓인다.

한해는 담고, 그 다음 해에 액젖갈을 호스를 넣어 뽑아내는  2년에 한번 살 수 있는 액젖갈이라 비린내가

나질 않는다.

준서에미도, 이렇게 끓인 동태찌개를 좋아하지만, 제 스스로는 하지 않을 음식이고,

내가 동태머리 다진 전을 굽지 않는것처럼, 준서에미에게도 엄마가 만들어준 추억을 음식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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