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저녁 밥상

이쁜준서 2006. 10. 24. 18:54

나는 원체 육류를 좋아하지 않고, 돼지고기, 상어, 등을 먹은 것도 둘 째를 낳고나서이다.

쌈이라면 보통이면 쌈이 되지 않는 미역귀 말린 것을 몇 장 깔고 고추장에 쌈 사먹기도 하고, 머위쌈은

젓국을 매운 풋고추에 고추가루 매운것으로 넣고 쌈장을 만들어 먹는데 그 때에 상치쌈을 곁들여서 그 젓국 쌈장에 먹어도 아주  맛있었다.

상치쌈, 머위쌈, 미나리 쌈, 삶은 배추쌈, 산나물쌈, 말린 씨래기쌈, 호박잎쌈, 찐 깻잎쌈,마른미역쌈.....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상치쌈 뿐이 아니고, 다른 어떤 쌈도 그렇게 맛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육류를 전 보다 더 좋아하지도 않으니 맛 있게 먹을 반찬이 없어 진 거다.

시레기(배추나, 무 잎으로 ) 된장국이나, 추어탕, 재첩조개국은 그나마 맛있게 먹는 음식이다.

그러니 남들이 해 주는 음식이 입에 맞을 수가 없다.

아마도 나이 탓인 것 같다. 그리 먹고 싶은 음식이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다고 아주 나이가 많은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오늘 저녁은 옥상에 키우는 채소 7가지를 곱게 채 썰어( 태양을 많이 받고 자랐기에 움 커지 않아 다소 뻣뻣해서) 생저러기를 하고, 멸치와 새우를 넣은 진한 국물에, 매운 풋고추를 넣고, 된장을 끓이고, 계란 하나 얻어 비빔밥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생나물의 쌉싸릅한 맛과 매콤한 된장이 어울려서 씹는 맛이 예전 엄마의 음식을 대하듯 해 맛있게 한 끼를 먹었다.

부추가 있었다면 생저러기를 해서 곁들였으면 참으로 맛있는 시골 밥상이었을텐데 말이다.

예전 내가 초등학교 1학년 이었을 때는 어른들이 고무신을 신고 다니셨다.

일요일 엄마가 교회에 가실 때에 시키지도 않는데 고무신을 씻어 놓으면 엄마가 얼마나 좋아하셨든지!

그 표정과, 어렸으니 시키시지도 않으셨고, 또 어린 것이 제 신명에 한 번씩 했을 뿐이었으니 어머니가 씻어시고는 고무신을 신으시면서 " 내 손이 내 딸이다" 라고 하시던 말씀은 결혼해 제사를 모시고 많은 식구에 살림을 하면서 문득 문득 생각나는 말이었다.

입이 까다로워 내가 한 음식이 그나마 맛있으니 매식도 거의 않고 남편이랑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

육류를 조리해도 일반 식당보다야 더 좋은 고기로 하기에 집의 음식이 당연히 맛있을 수 밖에 없다.

만두를 해도 기름기가 거의 없는 채소를 많이 써고 돼지고기는 맛을 살리는 정도 넣어 하기에, 아이들이 객지 생활을 하면서 먹고 싶은 것이 엄마 음식이고 또 엄마의 만두라고 한다.

그런데 이젠 힘이 들어서 겨우 1년에 한 번 정도 만 할 뿐이다.

아마도 자식들도 멀리 있고, 또 세상살이가 바쁘서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도 내 딸에게 맛 있는 음식 얻어 먹기는 힘들 것 같다(하하하)

" 내 손이 내 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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