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도토리 묵 끓이기

이쁜준서 2006. 10. 23. 06:30

친구가 도토리 묵 끓이라면서 방앗간에서 갈아서 �은 것을 우려서, 쌀자루에, 또 채처럼 고운 시아주머니에 글러서 보내 주었다.

준서와 계대에 나들이 갔다 오니 냄비에 담겨져 현관 앞에 있었다.

오는 길에 잠 들은 준서는 남편이 내려 와서 안고 가고 나는 옥상에 상치도 뜯고, 비 설거지도 할겸 옥상으로 올라 갔더니 남편은 금방 내려 오겠지하고는 내려오니 도토리 묵을 끓이고 있었다.

거의 앙금 수준인 상태로 가지고 왔을텐데 그것을 그냥 끓이니 묵은 하마 덩어리가 지고 있었다.

묵 끓이기는 나도 감이 안가는 사람인데 처음의 상태도 보지 않았고, 물을 몇 사발 넣어도 된 것 같고 또

넣고 아뭏튼 묵은 끊여졌고, 칼이 예쁘게 들어가지 않을만큼 되~게 되었지만 맛있게 먹을 정도는 되었다.

도토리 묵의 과정을 모르고 먹으면 그냥 묵인데 산으로 다니면서 줍는 것은 줍는 재미에 줍지만 자루에 넣고 걸을 때는 정말 힘이 든다.

그 친구와는 서로가 아까운 것 없이 나누는 사이이다.

묵을 젓고 있는데 전화는 왜 그리 오던지 준서가 잠을 자서 다행이었다.

묵을 젓고 있는데 제대로 어울리지도 않는 상태에서 덩어리가 생기면 되게 된 것이다.

또 다 해서 식히는 과정에서 갈라지면 아주 된 것이고 적당히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만지면 하늘 하늘하고

썰면 하늘 하늘 하면서 눕혀지면 아주 잘 된 묵이다.씹는 맛이 낭창 낭창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갈라지지는 않았기에 중간 쯤은 될까?

음식하는데는 흥미가 있는 사람이어서 그렇게 급하게 남편이 시작만 않했다면 앙금을 확인하고 조금 냄비에 끓여 찬물에 넣어 상태를 확인 해 보고 했을텐데, 그러나 내 일을 도와 준 남편이 고마웠다.

아침에 옥상의 한 뼘정도 자란 쑥갓에 물을 주니 맛있는 쑥갓 냄새가 참 좋았다고 했다.

나물이 맛있을 때 고기를 해 주어야지 싶어 저녁은 도토리 묵에 돼지고기 수육에 싱싱한 나물에 진수성찬이 아닌 진수성찬이었다.

남편의 사랑과 친구의 투박한 정이 어울린 밥 상이였다.

묵은 김치와 싱싱한 가을 채소를 넣고 만두를 하면 참 맛있을텐데 준서를 데리고는 엄두가 안난다.

남편이 만두를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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