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사랑방 같은 미장원

이쁜준서 2024. 11. 15. 04:24

우리  집에서 그렇게 멀다고까지는 아니어도,

집에서 8시에 나가서  전철을 6 정류장 타고 내려서 얼마간 걸어가면 

9시에 미장원에 도착을 한다.

 

월, 목요일만 하고, 요행히 미장원 원장이 토요일 집에 있는 날이거나

아니면 꼭 토요일날 좀 해 달라는 전화로 툐요일 예약을 한 날에는 문을 열고 한다.

본시 일이란 하는 사람이 내일이다 하고 유기적으로 일을 해야 일을 많이 하는데,

원장은 동생, 언니는 원장이 하는 일 말고는 이것 저것 다 하는데,

일이 잘 돌아가는 것은 그 언니의 일 하는 것이 보조가 잘 되어서이다.

 

그 언니는 출퇴근을 하면서 일을 하고,

그러니 원장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기본 반찬을 해 두고, 금방 지은 밥이 맛있다고

일 하다 틈을 내어서 언니분이 들어가 밥을 하고 새김치를 내고 반찬을 내고,

점심을 다 함께 먹게 된다.

어제는 일찍 원장이 된장국 한 냄비 끓여 놓았다 하는데,

손님이 이어서 들어 와 점심을 할 새도 없이 시골에서 온 감이라고 감홍시가 칼과

차 숟가락2개와 함께 나왔는데  나는 치료 중이라 먹지 않았고 늦게 온 사람들도

남은 것을 먹었다.

 

늘 대어 먹는 농가에서 올 해는 일찍 추수를 해서 햇볕에 말린 벼로 찧은 햅쌀이라면서

20Kg 쌀포대가 15개가 넘게 쌓여 있었다.

미장원 손님들 점심을 할 때가 많으니  한창 손님이 많았던 시절에는 한 달에

한 가마를 먹었다 했다.

 

먼저 머리롤을 감은 사람들은 방 안으로 들어갔고,

나중 오는 사람들은 어제 따라 손님이 많았고,

그 바쁜 중에 TV 화면의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아도 계속 켜 있고,

분위기는 졸음이 오듯 했다.

그런데 자주 미장원에서 보아서 얼굴이 익은 한 할머니가 들어오니 

원장이 너는 토요일에 오라고 했는데 오늘 와 오노?
그냥 남편과 같이 볼일 보러 갔다가 또 속이 상해서 집에 가 보아야 또 싸울 것이고

내려 달라해서 왔다.

오늘 머리 하러 온 것도 아닌데 와 오면 안 되나?

시비까지는 아니고 삐친 듯 한 소리 했다.

 

이야기 중에 자기는 시골에서 8남매이었고, 남편은 형제들이 어릴 때 자꾸 가버려서

한 자식 남아 홀로 자랐는데 부모님들이 옥이야 금이야 하고 키워서 지만 안다고

결혼해서 볼일로 시내버스를 타러 나가 섰는데, 남편이 앞에 타고 따라서 탔는데,

남편이 자기 차비만 내고 당연히 내 것까지 낸 줄 알았는데 내가 차비를 내어야 할 정도이니

그 성질 아직까지 있어 이제야 둘이 사는데 맛난 반찬 해 주면 입에 맞으면 싹 혼자서 다 먹어 버린다고.

어찌 들으면 신세 한탄 같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 입장에서,

남편이 너무한다. 또는 혼자 자라서 그러니 이해를 해야 한다.

원장이 아니라고 아저씨가 좋은데, 네가  아직도 아저씨 사랑하는지 바라는 것이 왜 그렇게 많노?

그러니 억울하다고 또 여러 가지 경우 열거하면서 한 번은 가방에 옷 몇 가지 넣고 나왔는데,

갈 곳이 없어 어두웠을 때 집에 들어가고는 다시는 보따리 사지 않는다까지,

입담이 좋아서 응원하는 사람까지 있으니 미장원 분위기는 돋대기 시장처럼 시끌벅적했다.

 

그런 악연 같은 부부가 우리 집도 종방 간 형제 11명 중 맏이 시숙댁이 그래서 잔치이건 초상이건

그 동서는  늘 싸우시니 아들이 나이가 들고 자식까지 낳고는 조카 한 사람이

저그들 상에 앉지 않고, 두 분 싸움 말리느라고 우리들 상에 앉기까지 해도,

해결점은 없이 이어져 온다.

 

그 할머니 입장에서는 남들 사는 것을 보면 너무도 억울하고,

그렇다고 말하지 않고 살아도 그런 부부간이 많은데 그 할머니는 포기할 것을

포기 못해서 일 것이다.

미장원 원장은 내가 보기에는 아저씨는 괜찮으니 네가 이제 108배를 매일 하면서

내가 잘 못했다고 남편에게 잘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지내다 보면

아저씨도 변할 것이 다라 하니,

한편은 속이 문드러지게 평생을 살았는데 어떻게 그런 맘이 생기나?
그래도 안 되는 것 자꾸 싸운다고 되나?

포기할 것 포기하고 살아야 우선 아주머니( 할머니 간에 서로를 부를 때) 속도

편해지고 아저씨도  성질만 내지 않을 거라고,

소고기 맛나게 볶아서 상에 놓으면 한 점도 남기지 않고 자시거든

아주머니는 따로 또 사서 뽁아 드시라고, 

 

몇몇이 신나게 따로따로 자기들끼리 이야기가 시작되어 분위기가 좋았다.

원장에게 수고하셨어요.

원장 언니가 방에 들어가서 있어 따로 수고했다고,

먼저 갑니다 하고 인사하고,

문을 열고 나오는데, 말도 없이  앉았더니 인사도 다 하고 가네라는

말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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